尹-기시다 ‘셔틀외교’ 시동…강제징용 ‘마지막 퍼즐’ 맞춘다

정진우 입력 2022. 11. 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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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두 차례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전 한일 정상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 과제인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일 양국은 윤 대통령이 올해 안 먼저 일본을 찾아 정상회담을 열고, 내년 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답방 형태로 한국에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와 지난 13일(현지시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른 시일 내 셔틀외교 재개"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윤덕민 주일대사는 지난 26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일 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에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고도화·일상화한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미·일 3국 공조는 물론 한·일 협력을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상호 방문한 건 2011년 말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셔틀외교는 사실상 중단됐고, 한·일 정상은 주로 상대국 방문이 아닌 다자회의를 활용해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 왔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탓에 한·일 정상은 다자회의에서조차 별도의 회담을 갖지 않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은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일본은 이번 합의의 최종성과 불가역성을, 한국 측은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을 요구하며 상호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 대통령이 셔틀외교 복원을 추진하며 먼저 방일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신뢰를 끌어올리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강제징용 해법 도출 과정에서 피해자와 관련 시민단체 등 국내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일본 기업의 기금 출연과 사죄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병존적 채무인수 등 한국 측이 제안한 해법의 방식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일본 기업의 기금 출연이나 사죄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로 커진 日 불신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모든 배상이 종결된 만큼 추가 배상에 나설 수 없다는 취지 때문에 나왔다. 동시에 한·일 양국이 합의해 해법을 마련한다 해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형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역시 일본이 소극적 협상에 임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당시 외무상으로 위안부 합의를 도출했던 기시다 총리로선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정부의 조치로 불신이 커졌다고 한다.
2015년 당시 윤병세(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회담을 갖고 위안부 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일본 측은 그간 국장-차관-장관 등 각급에서 한국과 강제징용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법의 최종성과 불가역성을 요구해 왔다. 어떤 내용으로든 합의에 이르게 되면 정권교체 등의 변수와 관계없이 이를 돌이킬 수 없는 최종적인 해결책으로 수용해달라는 의미였다. 결국 강제징용 해법 도출의 마지막 퍼즐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상호 신뢰인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에 이르는 상황을 지켜보며 국가 간 합의를 대하는 한국 측 태도 자체에 불신이 쌓인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은 일본의 불신을 해소하고 협상에 대한 신뢰를 재고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직접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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