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이 날아다녔다"…양양 추락 헬기, 제작 47년 된 1975년생
27일 오전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야산에 추락, 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헬기는 생산한 지 47년 된 노후 항공기로 알려졌다.
1975년 제작...올해 1월 19일 국내 등록
서울지방항공청과 산림청, 강원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코르스키사(社)의 S-58JT 기종(등록기호 HL9678)으로 1975년 2월 17일 제작됐다. 탑승 정원 18명으로 최대 이륙중량은 5681㎏, 최대 속도는 180~190㎞/h, 순항속도는 150㎞/h 정도다. 항속 거리는 700㎞에 이른다. 애초 미 해군이 대잠전(잠수함을 상대하는 전투) 항공기로 운용하기 위해 도입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엔 주로 민간 화물 운송회사에서 사용하기 위해 수입했고, 현재는 산불 진화 등에 사용 중이다. 사고 헬기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항공기 중 기령이 5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으로 우리나라에는 같은 기종 헬기 5대 정도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7년 전인 1975년 제작했지만, 국내에 등록한 건 올해 1월 19일이다.
사고 헬기를 보유한 민간항공업체는 강원·전북도 등과 계약을 맺고 산불 감시와 계도, 진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관계 당국은 이날 오전 9시30분 속초에서 이륙한 헬기가 산불 취약지 예방 활동을 벌이던 중 추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동일기종 국·내외 사고 잇따라…전문가 "유물"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이번에 사고가 난 헬기와 동일 기종의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1989년 7월 울릉에서 경북 영덕으로 가던 헬기가 추락, 탑승자 20명 중 13명이 숨졌다. 당시 사고는 노후한 엔진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2012년 페루에서 같은 기종의 헬기가 추락, 탑승자 14명 모두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항공기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에 추락한 동일 기종 헬기에 대해 ‘유물이 날아다닌다’고 평가할 정도로 오래된 항공기라고 한다.
민간 임차헬기 평균 기령 33.8년
국내 산림헬기의 노후 항공기는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산림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헬기 47대 중 20년을 초과한 ‘경년항공기’는 31대(66.0%)로 집계됐다. 30년을 초과한 항공기도 9대(19.1%)나 됐다.
또 앞서 2020년 10월 같은 당 맹성규 국회의원 자료를 보면, 지자체가 민간업체에서 임차한 헬기는 68대로 평균 기령은 33.8년으로 조사됐다. 이는 산림청 헬기의 평균 기령(19.7년)보다 14년 이상 노후한 것이다. 지자체별 임차 헬기 사고 현황을 보면 5년(2015~2019년)간 발생한 임차 헬기의 사고 건수는 4건으로 모든 사고에서 사망자가 1명씩 발생했다.
강원도 "정확한 인명 피해·사고 원인 조사"
한편 강원도와 강원소방본부, 강원경찰청 등은 사고 헬기에 조종사 A씨(71)와 정비사 B씨(54) 등 5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탑승자가 더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주변 수색과 함께 헬기를 공동으로 임차한 속초시·고성군·양양군, 민간항공사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한 헬기가 산불방지 계도 방송 중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하고 있다”며 “사망한 5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한 뒤 관계 당국과 함께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진호·최종권·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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