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100번 넘게 무등산 등반하며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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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 기자]
▲ 2022년 여름 약사암이 내려다보이는 무등산 새인봉에서 |
ⓒ 차노휘 |
처음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막연했지만 내 두 다리에 힘이 실렸을 때는 담력 또한 커졌다는 것을 알았다. 덩달아 산행의 묘미까지 알게 되었다. 이런 기쁨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SNS에 업로드했더니 내 소소한 계획을 벤치마킹하는 지인까지 생겼다. 곧이어 지인들이 내게 '무등산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나는 원효사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서석대로 향하는 무등산 옛길을 좋아한다. 서석대까지 가장 빠르게 닿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교까지는 울창한 숲 때문에 등산로만 보고 걸어야 하지만 혼자서 사색하기에 안성맞춤 코스이기 때문이다.
▲ 2019년 봄 무등산 누에봉 |
ⓒ 차노휘 |
▲ 2019년 봄 무등산 누에봉 |
ⓒ 차노휘 |
가을에는 백마능선의 우아한 억새풀의 출렁임에 몸을 맡겨도, 제2수원지에서 칠성계곡을 타고 중머리재로 향해도 좋다. 등산객이 붐비는 주말에 조용히 산행을 하고 싶다면 원효사에서 출발해서 꼬막재를 지나 누에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날의 산행 컨디션에 따라 혹은 동행하는 사람의 체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적막한 겨울 숲에서 혼자 듣는 고목을 쪼는 딱따구리 소리는 특별하다.
▲ 2017년 겨울, 반려견을 보냈던 약사암이 보이는 무등산 새인봉 |
ⓒ 차노휘 |
늘 그렇듯 자연을 대하는 '정부'의 방식은 '인간 대 자연'이었다. 자연은 개발의 대상일 뿐이어서 수익을 창출해야만 그 값을 한다는 자본주의의 논리로 여전히 무장하고 있었다. 좀 더 인간적인 명분을 내세울 때는 노인이나 장애인 그리고 여성은 산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약한 몸을 지녔다면서 그들에게 정상을 밟을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 무등산 입석대 |
ⓒ 차노휘 |
나 또한 40년을 보내는 동안 '산'은 그냥 '산'이었을 뿐이다. 내가 땀을 흘려서 산행을 시작한 뒤로 그 산이 무등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산의 말랑한 속살들이 내게 애잔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애정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두 발로 걸으면서 땀을 흘리면서 피곤한 다리를 중간중간 쉬면서 정수리에 뜨거운 태양을 이고 가면서 그곳에서 거처하는 모든 것들과 교감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 겨울 무등산 |
ⓒ 차노휘 |
▲ 2019년 가을 서석대에서 바라본 광주시내 |
ⓒ 차노휘 |
▲ 2021년 여름 무등산 서석대에서 바라본 광주 시내. 그러나 구름뿐이다. |
ⓒ 차노휘 |
▲ 규봉암을 품은 광석대 |
ⓒ 차노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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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광주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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