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무의 재미있는 효능들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윤소정 기자]
김장철이다. 배추, 소금, 고춧가루 등 김장에 필요한 재료는 많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이다. 갓 담근 김장김치 속 시원하고 아삭한 무는 생각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무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채소에 손꼽힐 정도로, 여러 음식에 다양한 조리법으로 활용된다.
우리가 주로 먹는 무의 부분은 뿌리로, 대표적인 뿌리채소로는 무와 당근이 있다. 무 뿌리의 모양은 원형·원통형 등이 있고 색깔도 흰색·붉은색 등으로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 표암첩-무 강세황,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색, 24.5 x 16.3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표암 강세황(1713~1791)의 <표암첩>에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표암첩에는 산수, 산수인물, 화조 및 파초, 연꽃, 모란, 대나무, 포도 등 다양한 그림이 담겨있다. 위의 무 그림은 주위에 다른 어떤 사물도 없이 한 개의 무를 정면에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차분하고 담백한 필치와 색감을 보여준다.
▲ 기명절지도 병풍(부분) 안중식, 1901년,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12x42.3cm, 화면 각 폭 144.9x 36.9cm |
ⓒ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
안중식은 고종 재위 기간인 1902년, 도화서 화원으로 어진도사도감(조선시대 국왕의 초상을 그리는 일을 주관하는 임시 기구)에 참여하여 고종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는 세부적인 묘사력이 탁월해 인물화와 화조화를 잘 그렸으며 산수화에 뛰어났다. 남종문인화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북종화인 청록산수화도 많이 그렸다. 청록산수는 여러 종류의 안료로 채색된 산수화로, 산을 청색과 녹색 계열로 칠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 기명절지도 가리개 19세기~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04.7x63cm, 화면 각 폭 138.5x53.5cm |
ⓒ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
기명절지도 가리개의 위쪽에는 자기와 고동기 등의 물건과 지조와 절개(국화), 부귀(모란), 순결(백합)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 그림이 있다. 화면의 맨 아래쪽으로는 밤과 붉은 무 같은 좀 더 친숙한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푸른색의 무꽃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 무꽃 무꽃, 최경이(좌)/식물_0617, 박우미(우) |
ⓒ 공유마당(CC BY) |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무
무는 비타민C가 풍부하며, 소화를 촉진하고 해독해 주는 작용이 잘 알려져 있다. 감기 예방, 숙취 해소, 변비 예방, 다이어트 등 다양한 용도로도 이용된다.
동의보감에서는 무의 여러 가지 효능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무의 하기(下氣) 작용으로, 무는 기운을 잘 내려준다. 초목 중에서 오직 무가 기를 빨리 내리는 것은 매운 성질 때문인데, 무의 씨는 더욱 기를 잘 내려준다고 설명한다.
둘째는 국수 독을 다스려 국수를 먹을 때 함께 곁들이면 소화에 좋다.
셋째로 주치(술을 마시면 항문이 붓고 아프며 때로 피가 나오는 치질)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무의 즙을 내어 콧구멍에 넣으면 편두통을 치료할 수 있다는 효능이다. 숯 연기를 맡아 머리가 아픈 경우에도 생무즙을 내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무를 뜻하는 한자어는 나복(蘿蔔)과 내복(萊菔)이다. 특히 무의 씨는 여전히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약재로, 이를 내복자 혹은 나복자로 부른다. 내복자 역시 무와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소화를 돕고, 체기가 있거나 소화 장애가 있을 때 좋다. 또한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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