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호떡집, 이것 땜에 섬에서 배 타고 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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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차졌다.
호떡 속에 들어가는 흑설탕에도 16가지나 되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맛의 풍미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담백한 호떡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이가 좀 있는 손님들이다.
영종도에서 버스를 타고 오기도 하고, 백령도 할아버지는 호떡을 먹기 위해 일부러 배 타고 나오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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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용남·사진 유창호]
▲ 인천 신포동 신포국제시장 입구엔 색다른 호떡집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간판은 '신포음향' 을 달고 있지만 가게 앞에선 호떡을 판다. |
ⓒ 아이-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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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차졌다. 슬슬 뜨끈한 국물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음식이 그리워진다. 찬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거리에 나타나는 주전부리가 호떡이다. 입안 천장을 데일 만큼 뜨거운 호떡을 한입 베어 먹으면 서늘한 기운이 사라질 정도로 몸이 훈훈해진다.
인천 신포동 신포국제시장 입구엔 색다른 호떡집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간판은 '신포음향'을 달고 있지만 가게 앞에선 호떡을 판다. 이 집 호떡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고 살짝 굽는 옛날 방식이다.
이 호떡을 만들어내는 이는 조순자(71)씨다. 올해로 25년째 호떡을 굽고 있다. 조씨가 일하는 공간은 그의 남편이 전축, 음향장비를 판매하던 가게였는데 장사가 안 되자 조씨가 가게 앞에서 호떡을 팔고 있다. 가게 뒤에는 전축, 녹음기, 스피커 등 음향기기가 쌓여 있다.
"남편이 1984년부터 '신포음향'이라는 음향가게를 했어요. 종업원도 두면서 운영했는데 장사가 안 되자 제가 가게를 봤지요. 아이들은 크는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호떡 만드는 것을 배웠어요."
사실 조씨가 호떡을 만들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지인에게 거액을 빌려줬는데 돈을 떼였다. 그때부터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우울해지는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고.
▲ 호떡 속에 들어가는 흑설탕에도 16가지나 되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맛의 풍미를 높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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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호떡은 거의 기름을 쓰지 않는 옛날 방식으로 구워내기에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좋아한다. 주로 단골들이 많고 전화를 주문을 한 뒤 그 시간에 맞춰 가져가는 손님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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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호떡은 방부제를 안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시작해 그 다음해 4월까지만 판매한다. 일년에 일곱 달만 이 집 호떡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밀가루가 금방 늘어져 방부제를 안 쓸 수가 없다. 조씨는 "방부제를 써가면서까지 호떡을 팔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조씨는 호떡을 만들기 위해 새벽 4시부터 남편과 반죽을 친다. 그래야만 아침 9시 30분부터 장사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반죽량을 늘리는 편이지만 나이가 들어 예전에 비해 3분의 1가량만 반죽을 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쫄깃한 호떡을 만드는 반죽의 비밀을 묻자 '영업비밀'이라다. 밀가루뿐만 아니라 찹쌀, 계란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호떡 속에 들어가는 흑설탕에도 16가지나 되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맛의 풍미를 높이고 있다.
이 호떡집엔 단골들이 많다. 대부분 담백한 호떡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이가 좀 있는 손님들이다. 주로 전화로 주문한 뒤 그 시간에 맞춰 호떡을 가져간다. 영종도에서 버스를 타고 오기도 하고, 백령도 할아버지는 호떡을 먹기 위해 일부러 배 타고 나오기도 한단다.
조순자 사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호떡을 굽고 싶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안좋고 물가가 오르면서 호떡을 찾는 사람도 전보다 줄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다.
▲ 25년째 호떡을 굽고 있는 조순자 사장. 그녀는 남편의 음향가게 장사가 안되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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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유창호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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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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