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지난한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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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만 교육의 암흑기는 아니다.
해방 후 이승만 12년 – 박정희 18년 –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 12년, 도합 42년 모두 교육의 암흑기였다.
해방 직후 자주적인 교육자 단체를 말살한 바로 그 시점에 오천석은 어용 교육자 단체 조선교육연합회(약칭 교련)를 창립했다.
그렇게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우리 교육은 국가주의 관료행정의 지배하에 반교육적인 생태계를 연출하며 반세기를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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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환 기자]
▲ <한국교육운동의 역사와 전망> 책 표지 2022년 11월에 출간된 <한국교육운동의 역사와 전망> 책 표지이다. |
ⓒ 하성환 |
일제강점기 시절만 교육의 암흑기는 아니다. 해방 후 이승만 12년 – 박정희 18년 –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 12년, 도합 42년 모두 교육의 암흑기였다. 국정교과서가 지배했고 독재자의 충직한 '신민'(臣民)을 양성했던 지난 42년 동안 우리교육은 반공의식을 내면화했다.
그 단초가 된 사건이 '국대안' 사건(1946~1947)이다. '국대안' 사건은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 형식을 취했지만 교수-학생의 '학교 자치'를 말살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학교 내 진보적인 교수와 학생들을 제거한 사건이자 '교육의 자주성'을 밑동까지 잘라낸 사건이다. '국대안' 반대투쟁이 좌절된 이후, 경성사범학교(서울대 사대 전신) 교수 신기범이 우익 청년에게 피살되고 장형두 교수(서울대 사범대)가 경찰에 연행된 뒤 고문치사 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극단적 반공주의가 팽배했던 당시에 서울대 문리대 학장 조윤제(국문학자)조차 체포되는 현실은 그를 반증한다.
해방 직후 자주적 독립국가 건설과 함께 식민지 청산은 해방 조선이 당면한 제1의 시대과제였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오욕의 역사를 청산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군정이 주도하고 미군정청 관료 오천석이 지휘한 '국대안' 사건은 거꾸로 친일교육자의 부활을 확고히 했다. 민족주의 성향 교육자나 진보적인 교육자와 학생들을 학교에서 퇴출시켰다. 친일교육자들에 의해 거꾸로 역청산을 당했다.
'국대안 반대투쟁'이 좌절되고 '국대안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조선교육자협회 간부들 수십 명은 투옥되었다. 곧바로 조선교육자협회는 미군정의 탄압으로 1947년 11월 지하화했다. 해방 직후 자주적인 교육자 단체를 말살한 바로 그 시점에 오천석은 어용 교육자 단체 조선교육연합회(약칭 교련)를 창립했다. 2022년 오늘날 전국 최대의 회원수를 보유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약칭 한교총)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했다.
친일교육엘리트들은 학원 자치와 학원 자주성을 거세시킨 그 자리에 일제강점기 국가주의 관료행정을 그대로 뿌리내리게 했다. 그렇게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우리 교육은 국가주의 관료행정의 지배하에 반교육적인 생태계를 연출하며 반세기를 치달았다.
책 <한국교육운동의 역사와 전망>은 우리교육이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망가지기 시작했는지 그 역사적 연원을 들춰낸다. 그리고 국가주의 관료행정이 지배하는 반(反)교육에 맞서 자주성 회복을 위한 교육운동의 치열한 흔적을 더듬어간다. 해방 직후 전국 교원 1/3이 가담한 자주적 교사단체 조선교육자협회의 정신을 잇는 4⬝19교원노조, 그리고 4⬝19교원노조의 정신을 계승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약칭 전교조)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전교조의 역사는 교육의 '자주성' 회복을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국가주의 교육행정을 거부하고 교사-학생의 자주성을 회복하기 위한 지난한 몸짓이었다. 전교조가 뿌린 자주성의 씨앗은 이후 90년대 대안교육운동 – 2000년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을 거쳐 2010년대 혁신학교운동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모쪼록 교육개혁의 진앙지인 혁신학교운동이 성공하여 교육의 자주성을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나아가 교사-학생 모두 인간적으로 자기 성장을 경험하는 행복한 학교를 꿈꾸어 본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의 밑돌이 되기를 자처한다. 나아가 교육모순에 가장 치열하게 저항했던 참교육자 성래운 교수와 이오덕 선생의 치열한 삶과 교육운동의 단단한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교사를 꿈꾸는 이 땅의 모든 예비교사들이 교육자의 귀감으로 삼고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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