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포항 돕겠다" 기부한 100억, 포항엔 45억만 갔다…왜
지난 9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시는 큰 물난리를 겪었다. 포항에서만 총 36명(사망 10명·부상 26명)의 사상자와 포항시 추산 2조 원 이상 직·간접적 재산 피해가 났다.
“포항에 써 달라” 기부 성금, 절반만 포항으로
당시 포항 지역을 거점으로 2차전지 양극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 에코프로는 성금 100억 원을 기부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에코프로는 포항 시민과 영원히 함께한다는 생각”이라며 “물난리로 가장 피해가 큰 시민과 기업체 등에 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은행(2억 원)·포항공항공사(7000만 원)·포항스틸러스(3000만 원) 등도 포항 수해 피해 주민 등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원금은 포항시에 100억 원의 절반도 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전국재해구호협회는 태풍 피해를 본 12개 시·도, 5856가구에 지난 11일 기준 국민 성금 61억5050만 원을 전달했다. 사망자 유가족 위로금(1인당 1000만 원)과 부상자 치료비(250만~500만 원), 주택 침수 피해 지원비(100만~500만 원) 등이 지급됐다. 이 중 피해를 본 포항시민에게 45억 원가량이 지원됐다.
포항시는 반발했다. 포항시민을 위해 모인 기부금이 너무 적게 지급됐다는 이유였다.
현행 재해구호법 따라 ‘현금 지정기탁’은 불가능
이처럼 포항에 돌아간 성금이 적은 것은 현행법 때문이다. 재해구호법에 따르면 자연재해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과 개인 기부자의 현금 기탁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민간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협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협회는 특정 지역 피해 기부금을 구분하지 않고 연간 단위로 한꺼번에 기부금을 모은 뒤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배분한다. 재해 사례별로 모금을 나누지 않아 ‘어느 지역을 위해 써달라’는 기부자의 지정 기탁 의사도 반영되기 어렵다. 이를 염두에 둔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달 14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협회에서 지급하는 의연금 지급액 상향을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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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구호협 “자연재난 모금 유형별로 관리·배분”
이에 대해 협회 측은 “국민성금은 세금이 아닌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아 피해 이웃에게 전하는 위로금 성격이며 동일한 형태 자연재난을 겪은 피해자에게는 편중·중복·누락 없이 균등하게 지원하고자 정부가 ‘재해구호법’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수해와 같은 자연재난에 대한 모금은 지역별·사례별로 모이는 규모 편차가 큰 특성이 있다. 균등 지원 취지에 따라 의연금은 각 재난 유형별로 분류해 관리하게 되는데 호우와 태풍은 모두 ‘수해’로 분류돼 함께 모으고 행안부 훈령에 따라 배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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