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또 비극…수원에 이어 이번엔 신촌서 모녀 사망

천금주 2022. 11.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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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닮은 사건이 신촌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모녀는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복지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했다.

25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틀 전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성인 여성 2명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세입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다.

두 사람은 모녀 관계로 딸은 36세, 어머니는 65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으로 미뤄 사망한 지 시간이 꽤 흐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단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모녀의 집 현관문에는 5개월 치 전기료 9만2000여원의 연체를 알리는 9월 자 독촉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 월세가 밀렸다며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 편지도 붙었다. 이들이 살던 집은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에 계약된 원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집 임차계약을 한 뒤 10개월 치 월세가 밀려 보증금도 모두 공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건강보험료는 14개월 치(약 96만원), 통신비는 5개월 치(약 15만원) 밀려있었고, 금융 채무 상환도 7개월째 연체됐다.

이 때문에 모녀는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포함됐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토대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파악하는 제도다.

다만 이들이 심각한 생활고를 겪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모친은 퇴직 공무원으로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와 서대문구청 등에 따르면 모녀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거주하다가 지난해 11월 서대문구 신촌동으로 이사했다.

광진구청은 올해 8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모녀가 각종 공과금이 연체된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화양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찾아갔으나 이미 이사한 뒤라 모녀를 만날 수 없었다. 실거주 주소지와 연락처 정보가 없어 후속 조처도 이뤄지지 못했다.

서대문구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기와 수도 사용 이력과 공과금 납부 내역 등으로 볼 때 숨진 모녀가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던 8월만해도 생존해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원 세모녀’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3개월 만에 반복된 셈이다.

수원 세모녀 사건은 2022년 8월 21일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들어 살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숨진 이들은 함께 살던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다. 어머니는 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큰딸도 희귀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2020년 2월 경기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이에 앞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70만원을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도 비슷하다.

당시 정부는 공과금 체납 여부 등을 토대로 ‘위기 가구’ 발굴 제도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비극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원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추진해왔다.

신촌 모녀 사망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4일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내놨다. 여기엔 위기 정보를 최대 44종으로 확대하고 행정안전부와 통신사가 보유한 연락처 등을 연계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연락처 연계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른 대책들도 관계부처·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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