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한다고 시장실 옮긴 원강수 원주시장...도리어 통제는 강화

박하림 2022. 11. 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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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이 지난 22일 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현안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고자 하는 원주시의 의지를 알리고, 1850여명의 공직자에게도 앞으로 어떻게 시민들을 모셔야 하는지 분명한 신호를 보낼 것 입니다.”

평소 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진행하던 기자회견도 이날만큼은 1층 로비에서 야심 차게 준비됐다. 

공식 석상에서 이토록 환한 표정은 그의 당선 직후 처음인 듯했다.

기념 현수막도, 기자 배석도 모든 것이 정갈했다.

시민들도 평소처럼 민원을 보는 모습까지, 그의 의도대로 행사는 시민 친화적이었다.

시장 집무실 1층 이전이 완료된 지난 22일. 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의 두 번째 공약 이행을 알리는 날이었다. 그의 마이크는 두어 번씩이나 교체될 정도로 말썽이었지만, 그는 결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시장이 솔선수범하여 항상 겸손한 자세로 시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시민과 가까이 소통하는 그 자체가 36만 원주시민과 원주시 모든 공직자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이 지난 22일 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현안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원주시청 제공)

원 시장은 당당한 포부를 담은 연설을 끝내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시장 집무실 1층 이전에 따른 방호 취약점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 계획이십니까?” 모 기자가 물었다. 지난해 3월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원들의 원주시청 앞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시청사 청원경찰과의 다툼, 시설물 파손 등의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전 그런 부분에 대해 기본적으로 걱정은 안 합니다. 기존에 청사 안전을 위해 방호책임을 지고 일하시는 직원들(청원경찰)이 계시고 지금까지 해 오셨던 모습을 아니깐 별걱정 없습니다.” 원 시장이 쿨하게 답했다. “소리 지르는 분들도 원주시민입니다. (시장 집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건설노조의 무단진입 사건은 당시 시청 직원들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고, 현재도 그러한 상황에서 원 시장의 시장 집무실 1층 이전은 ‘일장일단’이 분명한 공약이었다.

원 시장은 정말 일말의 걱정도 없는 걸까.

원주시청 1층 시장 집무실에 들어서기 전 스피드게이트와 그 너머로 백운아트홀로 향하는 문이 보인다.

이튿날인 23일 오후 3시께 1층 시장 집무실에 들어서기 전 스피드게이트 너머로 굳게 닫힌 문이 눈에 띄었다. 손잡이 부근엔 ‘백운아트홀’, 문 위로는 ‘CCTV 작동 중’이라는 내용이 적힌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정문과 후문에 배치된 청원경찰이 이젠 비서실 앞에서도 삼엄한 근무를 서고 있었다.

허리춤에 가스총을 차고 바디캠을 소장한 청원경찰에게 해당 문의 용도를 물었다. “백운아트홀로 가는 문이에요.” 그는 질문이 성가시다는 듯이 답했다.

해당 장소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9층 재산관리과를 방문했다. “그거요? 대피용 통로입니다.” 재산관리과 관계자가 답했다. 화재나 무단진입 등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시청사 옆 백운아트홀로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든 일종의 비상구인 셈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통과할 수 있는 문은 아니다. 시장과 비서실 직원, 시장과 접견하고 있던 시민들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번 집무실 이전과 동시에 막혀 있던 벽을 뚫어 새롭게 만든 통로였다.

원주시청 1층 시장 집무실에 들어서기 전 스피드게이트와 그 너머로 백운아트홀로 향하는 문.

같은 1층을 쓰던 민원실 직원들은 어디로 대피하냐고 묻자, 그는 “정문과 후문, 세무과 방향의 문으로 대피하면 됩니다.”고 말했다.

2층 총무과에서 더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기존 7층에 없던 통제시설을 신설했습니다.” 총무과 직원이 말했다. 방호 셔터와 스피드게이트, 비상통로 등 시장 집무실 인접 출입구의 별도 시건장치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특히 스피드게이트는 오직 시장 비서실 직원과 청원경찰만 등록돼 있었고, 나머지 시청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은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는 구조였다.

“유사시 시장 집무실을 무단으로 진입하는 시도가 있을 경우, 청사 정문과 후문 등 진입로를 차단할 수밖에 없겠지만 시장님이 그러한 경우를 두려워하셨으면 1층으로 안 내려오셨겠죠.” 총무과 직원이 담담하게 답했다. “시장님이 그런 부분도 감안해 최대한 사전에 시민들과 소통하시면서 풀어갈 의지를 갖고 내려오신 것이지, 과도하게 그 이상으로 차단장치를 설치한다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되네요.”

시장 집무실 1층 이전은 원 시장의 출마 초기부터 언급됐던 공약 중 하나다.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약 3억 원이 소요됐다. 집무실 이전과 더불어 비상 통로, 방호 셔터, 스피드게이트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모두 전임 시장 임기 땐 없었지만, 원 시장의 집무실 이전 공약에 재가를 받고 새롭게 진행된 사업들이다. 

원 시장은 지난 10월 추진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시장 집무실 1층 이전으로 두 번째 공약 이행을 완료했다고 자부했다.

기존 7층 시장 집무실은 향후 회의 및 간담회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1층에 새롭게 조성된 시장 집무실엔 원 시장의 바쁜 일정으로 인한 부재를 메꿔줄 민원상담관도 별도 배정될 예정이다.

“1850여명의 공직자가 전부 시장처럼 움직이면, 민원 불만이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시장이 민원인을 모시고 민원인이 시장실을 찾아오는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국장, 과장, 계장이 민원인을 피해 도망 다니진 못할 것입니다.”

그가 새로운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차를 마시며 언급했던 말들이다.

지난 22일 강원 원주시청 1층으로 새롭게 이전된 시장 집무실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주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새로 이전된 시장 집무실 개방 행사를 열기로 했다. (원주시청 제공)
지난 22일 강원 원주시청 1층으로 새롭게 이전된 시장 집무실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내부를 둘러보고 하고 있다. 원주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새로 이전된 시장 집무실 개방 행사를 열기로 했다. (원주시청 제공)

원주=박하림 기자 hrp11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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