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 털라" 이재명 분노…일각 "언제까지 정치보복 말할건가"

김효성 2022. 11. 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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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측근의 잇따른 구속으로 궁지에 몰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데다가 당내에서도 “유감 표명을 하라”는 요구가 증폭되고 있다.

이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창작능력도 의심이 되긴 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며 “언제든지 털어보라. 그러나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쇼하는 것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최고위 공개회의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를 쥐고는 “제가 웬만하면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며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내 계좌와 가족 계좌를 얼마든지 확인하라고 공개 발언을 했고, 그것을 근거로 수차례 검찰이 저와 가족의 계좌를 확인했다”며 “계좌를 확인했다는 통보서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날아와) 집에 계속 쌓이고 있다”고도 말했다. 검찰의 연이은 계좌추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이어 이 대표는 “수사는 기본적으로 밀행으로 조용히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마치 선무당이 동네 굿을 하듯이 꽹과리를 쳐 가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며 “수사의 목적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냐, 사실을 조작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차원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그는 “(검찰 수사는)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를 하는 것에 대해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40분에 걸쳐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부인하는 설명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25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대장동 사업 구조 및 수익 배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당 지도부가 전방위적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익명을 원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직에 임명한 성남시·경기도 출신 인사들이 구속되면서 당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만 할 건가. 의원들이나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조응천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에서 “2002년 대선 자금 사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구속되니 아주 절절히 유감 표명을 하셨다”며 “이 대표도 정치적 책임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6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승겸 합참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장진영 기자


이에 이 대표 측에서도 유감 표명의 시점과 메시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일단은 검찰의 수사 속도를 좀 더 지켜본 뒤 유감 표명을 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처음부터 이 대표를 향한 정치보복성 수사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유감을 표시하는 것보다는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해야한다”며 “검찰이 결국 이 대표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할텐데 그런 상황이 되면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입장을 밝힐 시점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를 빨리하기보다 잊을만하면 압수수색을 하면서 이 대표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러면 당이 내홍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표가 좀 더 일찍 유감을 표명하고 단일대오를 주문하는 게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다만 이 대표가 유감 표명을 한다고 해서 당내 불만이 해소될런지는 미지수다. 현재도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당이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또 현재 검찰이 제기하는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그가 대표에 취임하기 전에 발생한 일이어서 “선 긋기가 필요하다. 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순히 정치적인 양해를 구한다고해서 차가워진 당내 여론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원한 비명계 인사는 “지난달 말 여의도 중앙당사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들어왔을 때가 유감 표명의 적기였는데 이 대표가 그것을 놓쳤다”며 “이미 이 대표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제 와서 양해를 구한다고 불만이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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