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北 결국 국경 문 여나…송림항서 '하얀 물체' 포착됐다

박현주, 정영교 2022. 11. 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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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요 항구를 통해 식량으로 추정되는 물품을 반입하려는 정황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등 우방국은 북한 주재 자국 대사에 대한 임명을 재개했는데, 겨울철 최악의 식량난을 앞둔 북한이 국경 개방을 서서히 준비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항구에 '식량 포대' 관측


25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 17일 북한 대동강변 송림항에 대형 선박이 하얀색 물체를 가득 싣고 있는 모습과 이튿날인 18일엔 이 물체가 부두 야적장에 하역된 듯한 모습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달 초중순 남포항에서도 하얀색 물체를 실은 선박 등 비슷한 장면이 촬영됐다. 앞서 VOA는 올해 8월과 9월에도 남포항, 송림항 등에 다량의 하얀색 물체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송림항을 촬영한 17일(왼쪽)과 18일 자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 대형 선박 한 척(사각형 안)이 하얀색 물체를 싣고 있는 가운데 18일부터 이 선박 앞 부두 야적장에 하얀색 물체(화살표)가 쌓이기 시작했다. 플래닛랩스(Planet Labs), 미국의 소리(VOA) 캡쳐.


VOA는 이날 보도에서 "하얀색 물체는 포대 더미일 가능성이 높은데, 통상적인 비료 수입 시기(1~5월)는 지난만큼 8~9월부터 이달까지 발견된 하얀색 포대는 비료가 아닌 식량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 약 1만 6450t의 쌀을 사들였고 6260t의 포장용 빈 포대를 사들였다.

이와 관련, 북한이 대규모 곡물 수입에 대비하고 국경 문을 더욱 열 채비를 하는 거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인구기금(UNFPA)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소 공보담당관은 "북한으로 해상 운송 서비스가 재개됐고 북한 당국은 인도적 구호 물품의 반입을 승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이그니스 커뮤니티도 최근 "북한 당국이 식량, 물자 반입을 위해 곧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8월 인도로부터 쌀 수입을 추진하고 인도 경제 단체에 식량 원조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말에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화물열차의 운행을 약 다섯 달 만에 재개하며 국경 봉쇄 정책에 일부 숨통을 텄다.

북한 남포 인근 항구에서 발견된 선박. 왼쪽부터 이달 19일과 17일, 12일, 6일 모습. 플래닛랩스(Planet Labs), 미국의 소리(VOA) 캡쳐.


외교사절 복귀 조짐도


이런 가운데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시리아가 이달 초 새로운 북한 대사를 임명했다. 지난 3월 전임 대사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한에서 철수한지 8개월만이다.

이와 관련,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RFA에 "자금이 필요한 북한이 (우방국) 외교 사절의 입국을 허용하며 조심스럽게 국경을 개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8월 북한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이후 우방국과는 방역 상황을 공유하며 외교 사절 복귀 시점을 조율하기 시작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 8일 쿠사이 타벳 무스타파(Qusay Thabet Mustafa)를 새 북한 대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주북한 대사를 포함한 베네수엘라, 쿠바, 바레인 등 신임 대사를 임명했다면서 시리아 정부가 공개한 사진. 시리아 정부 홈페이지 캡쳐.


북한이 최근 국경 개방 조짐을 보이는 건 핵ㆍ미사일 도발 수위를 전례 없이 끌어올리며 대남ㆍ대미 총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식량난으로 인해 자칫 민심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한 발 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2000만~3000만 달러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던 1년치 쌀값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10월 직접 눈물까지 보이며 경제난 속 인민을 위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력 도발 와중 북한 내 식량난이 임계치에 다다르지 않도록 조만간 국경 재개방 등 다양한 방책을 강구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일시적 지원에 의존하며 식량난의 구조적 해결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내년부턴 민생 위기가 본격화할 거란 우려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지금은 북한 내에서 쌀 값, 옥수수 값이 비교적 안정돼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쌀과 밀가루를 들여오고 있지만 올 겨울이 지나고 북한에 본격적인 춘궁기(春窮期)에 접어들면 올해 식량 작물 생산량 감소가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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