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삶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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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
▲ 다양한 청년들의 삶을 담아낸 <청년구술생애사> |
ⓒ 김경준 |
9명의 구술자와 9명의 서술자가 1:1로 짝을 이뤄 인터뷰한 뒤 결과물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시리즈 3권에 해당) 그리고 이 책에 내 이야기도 실렸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묻지 않았다
▲ 2022년 5월 17일, 우리들의 첫 만남 |
ⓒ 김경준 |
▲ 심리프로그램 당시 발표하는 나의 모습 |
ⓒ 김경준 |
무더웠던 7월의 어느 날, 신촌의 한 중국찻집에서 나의 삶을 듣고 정리할 서술자 '이리스'(별명)와 마주 앉았다. 그는 내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터뷰 장소와 시간을 모두 내 선택에 맡겼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의 감정에 공감하고 호응해줬다. 그 섬세한 배려에 내 마음 속의 빗장도 바로 풀렸다. 흥이 올라 실컷 떠들었다. 어느 순간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들(진로 및 연애 문제)까지도 솔직하게 쏟아냈다.
이순신·안중근과 같은 영웅을 동경하여 사학과에 진학하게 된 사연, 졸업 후 취직한 첫 직장(출판사)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책을 만들다 '현타'가 오는 바람에 퇴사한 일, 뒤늦게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대학원에 진학한 끝에 마침내 석사 논문을 완성했을 때의 희열, 그러나 졸업 후 마주한 취업시장의 암울한 현실과 등록금 문제로 박사 과정 진학을 망설이는 현실까지. 그렇게 이리스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줬다.
가을에 들어선 10월의 어느 날, 이리스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이상을 꿈꾸는 역사학도'라는 제목을 달아 내 이야기를 정리한 뒤 원고를 넘겼다고. 그렇게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송헌은 역사를 연구하는 삶이 즐겁고, 그 삶에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그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채용이 되거나 자신의 공부가 '쓰임'이 있어야 한다.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취업이다. 취직하려 백방으로 노력해도 여의치가 않다. 매일 채용 공고를 살펴보지만 채용 인원은 기껏해야 한두 명이다. 그럼에도 구인공고의 조회수는 수천 회에 달한다." -78~79쪽
▲ 책에 실린 나의 스토리 '이상을 꿈꾸는 역사학도' |
ⓒ 김경준 |
"나(이리스-인용자 주)는 이상주의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을 추구하는 것과 현실을 책임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송헌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신만의 삶이 아닌 대의를 생각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을 강요하지 않고 이상을 선택하는 삶에 감탄했다." -85쪽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2022년도 저물어가는 11월 24일 저녁, 우리는 6개월 만에 성북구의 한 전시회장에서 다시 모였다. 이날부터 <청년구술생애사> 출간을 기념해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전시가 열리기 때문이다.
▲ 6개월 만에 한 자리에 다시 모인 청년들 |
ⓒ 김경준 |
어릴 적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났으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내민 손길 덕분에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품게 됐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룬 청년, 스무 살 무렵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운동이 벌어진다는 소식에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밀양으로 내려가 활동가로 살았던 청년, 경계선 지능장애를 비관하며 자살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등...
▲ '2022 청년구술생애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 |
ⓒ 김경준 |
전시장 한 켠에는 책에 실린 구절들 중 일부가 걸려 있었다. 그중에는 내가 인터뷰 때 했던 말도 있었다.
"저는 모든 경험은 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좋든 나쁘든, 어떤 영향이든 끼쳤을 테니까요. 100년밖에 못 사는 삶인데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야죠. 후회는 안 해요." -70쪽
오늘도 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2 청년구술생애사 도서전시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전시 일정: 2022년 11월 24일(목)~27일(일) 10시~19시(27일 16시까지)
전시 장소: 369예술터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4가길 11)
관람료: 무료
문의: 02-911-7817, youthfamily@daum.net (우리들의성장이야기)
* 책은 비매품으로 전시회 방문시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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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gabeci)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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