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또 한 뼘 성장한 현대캐피탈 김명관
2020년 제천에서 열린 컵대회의 라이징스타는 세터 김명관(25)이었다. 한국전력 소속이었던 그는 장신 공격수들과 함께 높은 벽을 세우며 우승을 이끌었다. 전체 1순위로 뽑힌 만큼, 기대치도 높아졌다.
이어 열린 V리그에서 김명관이 보여준 모습은 컵대회와 달랐다. 그리고 운명적인 시간이 다가왔다.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은 1m95㎝의 장신인 김명관을 팀의 미래로 찍고 집중 지도했다. 때마침 팀도 리빌딩을 진행했고, 2년 동안 김명관은 주전으로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속공 토스는 신인 시절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전 스타팅 라인업에선 김명관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개막 직전 발목을 다쳐서였다. 회복이 된 뒤에도 최태웅 감독은 이원중을 주전으로 기용했고, 김명관은 교체로 투입됐다. 개막 전에는 신인 세터 이현승까지 입단해 주전 경쟁이 험난해졌다.
24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김명관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공격수들이 마음껏 때릴 수 있도록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경기 뒤 만난 김명관은 "연패중이었지만 팀 분위기는 좋아서 연습 때처럼 하려고 했다. 첫 선발이라 긴장했다.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패스 뿐 아니라 블로킹, 수비 등 자잘한 플레이도 좋았다. 특히 2세트 도중 보여준 팬케이크 수비는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김명관은 함께 인터뷰를 한 허수봉을 바라보며 "수봉이가 못 잡을 줄 알고 대비했다. 잡을 자신이 있었다"고 농담을 하며 "2단 공격도 하게 되는데,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행히 발목 통증도 사라졌다. 김명관은 "지난 시즌 오른 발목이 아팠다. 이번엔 개막 전에 훈련을 하다 왼발목이 돌아갔다. 아프지 않고, 항상 관리를 하면서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트에 설 기회가 줄었지만 그만큼 자극도 됐다. 김명관은 "웜업존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원중이 형이 잘 해줬고, 뒤에서 준비를 했다. 나도 팀이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돋보인 건 오레올 까메호와의 호흡이었다. 오레올은 5년 만에 현대캐피탈에 돌아왔고, 김명관과는 올 시즌에 처음으로 같이 뛰고 있다. 김명관은 "오레올이 '내가 인상 쓰고 있는 건 집중하고 있다는 거다. 무서워하지 말고 편하게 토스하라'고 했다. 덕분에 편해졌다"고 웃었다.
최태웅 감독은 세 명의 세터를 모두 쓰면서 시즌을 치르려 한다. 시즌 중반까진 김명관과 이원중이 나서고, 후반엔 이현승도 코트를 밟게 할 계획이다. 최 감독은 "김명관이 잘해줬다. 우리 팀 스타일을 생각하면, (공격 패턴이 다양해)세터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주눅들지 않고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명관도 경쟁을 신경쓰기보다는 팀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김명관은 "사실 드래프트를 원중이 형과 함께 차를 마시며 봤다. 현승이가 왔지만, 서로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지난 시즌에 비해 팀이 안정됐다. 이번 시즌엔 보여줘야만 한다"며 3년 만의 봄 배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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