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금강제화 상표와 혼동되는 금강텍스 상표 등록취소해야"

최석진 2022. 11. 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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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텍스가 실제 사용한 상표들(위)과 금강제화의 상표.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양말 제조업체 '금강텍스'가 사용 중인 일부 상표들의 경우 구두업체인 '금강제화' 상표와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어 상표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두 회사는 2000년대 초부터 상표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벌여왔는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금강제화의 손을 들어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금강텍스 상표권자 윤모씨가 주식회사 금강(금강제화)을 상대로 낸 상표등록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의 해석과 권리남용, 부정사용에 따른 상표등록 취소심판에서 유사한 상표의 사용, 사용상품의 유사 또는 견련관계에 따른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가능성, 부정사용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판단누락 등의 잘못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금강텍스는 1969년부터 금강제화 상표와는 구별되는 상표를 등록해 장갑, 양말, 아동복 등에 사용했다. 그런데 2002년 금강텍스가 기존 상표를 변형해 마름모 모양의 상표(이하 금강상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 간 분쟁이 시작됐다.

금강제화는 금강텍스를 상대로 표장사용금지의 소를 제기해 2002년 11월 일부 승소했지만, 금강텍스 측이 항소하자 2003년 소를 취하했다. 2002년 9월에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금강텍스를 고소하기도 했다.

금강제화와 금강텍스 양측이 특허심판원에 상대방의 등록상표에 대해 취소, 무효 심판청구를 내 다투던 중 두 회사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1월 27일 합의에 이른 뒤 합의각서까지 작성했다.

향후 당시 금강텍스의 전신인 금강섬유 대표였던 A씨만 금강상표를 사용할 수 있고, 금강상표는 지정된 상품에 한해 사용하며,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막는 것을 원칙으로 양측의 공존공영을 추구하고, 양측은 기왕의 모든 형사 고소, 민사소송, 상표소송을 취하한다는 등 내용이 합의각서에 담겼다.

이후 A씨가 사망한 뒤 2013년 2월 7일 A씨의 매부인 윤씨가 A씨의 상속인으로부터 금강상표의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그리고 금강제화가 2017년 11월 29일 특허심판원에 금강텍스가 사용중인 금강상표가 상표법 제119조 1항 1호, 3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면서 다시 분쟁이 시작됐다.

상표법 제119조(상표등록의 취소심판) 1항은 '등록상표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상표등록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로 1호에서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를 들고 있다.

특허심판원은 2019년 5월 24일 "금강텍스가 고의로 금강제화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거래자나 수요자로 하여금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했으므로 상표법 제119조 1항 1호에 해당한다"며 금강제화의 청구를 인용하는 심결을 했다.

그러자 금강텍스는 이 같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취소돼야 한다며 금강제화를 상대로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금강텍스 측은 금강제화가 상표등록 취소심판을 청구한 것은 2003년 합의 내용에 반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강제화 측은 윤씨는 합의 당사자(A씨)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설사 종전 합의의 효력이 미친다고 하더라도 종전 합의의 효력은 수요자의 출처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로 한정돼야 하므로 이번 상표등록 취소심판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금강제화 측 주장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종전 합의는 금강제화와 A씨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서 원고(윤씨)에게까지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는 점, 종전 합의가 수요자가 상품 출처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더 커지게 하는 경우에까지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상표법 제119조 1항 1호가 상품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타인의 상표의 신용이나 명성에 편승하려는 행위를 방지해 거래자와 수요자의 이익보호는 물론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업상 신용과 권익도 아울러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공익적 규정인 점까지 감안하면 원고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도형 형상의 차이, 국문과 영문의 위치 차이, 색상 등으로 인해 외관이 서로 다르지만 국문 및 영문과 호칭이 같고, 위와 같이 변형함으로 인해 수요자가 상품 출처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더 커지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유사한 표장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금강텍스의) 실사용상표들이 사용된 양말과 (금강제화의) 대상상표들이 사용된 구두는 서로 밀접한 경제적 견련관계가 인정돼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금강텍스가 판매하는 양말이나 금강제화가 판매하는 신발 내지 구두는 모두 발에 착용하는 제품으로 발을 보호하거나 맵시 있게 해주는 패션제품의 일종이기 때문에 두 제품이 함께 유통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인적 또는 자본적인 관계에 있는 자에 의해 함께 생산·공급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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