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현수막 걸고 러시아 재벌집 무단점거한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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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에 7명이나 무단으로 침입해 살고 있는 데도 법원은 문제 없다는 판결을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검색 사이트 '얀덱스' 창업자 아르카디 볼로쥐의 네덜란드 저택에서 일어난 일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활동가 7명이 볼로쥐 소유의 네덜란드 저택을 무단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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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법원 “소유주가 EU 제재 대상이므로 문제 없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재벌집에 7명이나 무단으로 침입해 살고 있는 데도 법원은 문제 없다는 판결을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검색 사이트 '얀덱스' 창업자 아르카디 볼로쥐의 네덜란드 저택에서 일어난 일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활동가 7명이 볼로쥐 소유의 네덜란드 저택을 무단점거했다. 심지어 이들은 집 외벽에 '전쟁과 자본주의에 반대(Against War and Capitalism)'라고 쓴 대형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 활동가들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주택 보수 공사를 틈타 이곳을 점거했다. 얀덱스의 유럽 본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어 볼로쥐는 이곳에 주거지를 마련했다.
무단침입에 점거까지 당한 볼로쥐는 즉시 이들에게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볼로쥐와 그의 가족들은 때때로 이곳에 머물곤 했으며, 주택 리모델링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볼로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에 포함된 데다, 그가 더 이상 얀덱스의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므로 암스테르담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가택 침입과 점거는 네덜란드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이기는 하지만 법원은 "이것은 '일반적인 공실'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볼로쥐 측 변호사는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볼로쥐가 제재를 받았을 당시, EU는 성명을 통해 "얀덱스가 검색 결과에서 국영 매체를 홍보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과 관련해 검열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콘텐츠의 순위를 낮추거나 제거했다"고 비난했다. 볼로쥐는 EU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며, 얀덱스가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CEO 자리에서 재빨리 사임했다. 제재를 받는 개인으로서 볼로쥐는 EU 영토에 들어가거나 통과할 수 없다. 또 볼로쥐 소유의 모든 개인 소유 계좌가 동결되며 부동산 임대로 이익도 얻을 수 없다.
볼로쥐 소유의 저택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큰 공원인 폰델파크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1879년 지어진 무성한 정원을 갖춘 5층 집이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집을 2019년에 300만 파운드(약 48억843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여권으로는 네덜란드에 입국할 수 없지만 볼로쥐는 2016년 이른바 돈을 주고 손쉽게 시민권을 얻는 '황금 여권' 제도를 이용해 몰타 시민권을 취득해 네덜란드에 드나들 수 있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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