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일을 잘하고 싶은 이유

입력 2022. 11. 2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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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요즘 내가 부러운 건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6월 95세를 일기로 별세한 송해씨는 60세가 될 때까지 별로 인지도가 없던 방송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61세에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시작한 이후 아파서 쉰 6개월을 제외하고 34년 동안 매주 전국의 야외무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누구보다 사랑받는 방송인으로 생을 마쳤다. 39년생인 윤석남 작가는 40세 무렵 미술작가가 돼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다. 41년생인 김혜자씨도 여전히 현역 배우다.

평균수명이 83세, 건강수명이 73세라는데 한편에는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이 49.3세라는 보도가 있다. 아직 노후 대책도 없는데 몇 년 후에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아찔하다. 철없이 방황하다가 30대에 창업해 겨우 조그마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나는 뭐든 좀 늦되는 편이다. 창업 10년이 지나니 이제야 겨우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재미를 제대로 알 것 같고 앞으로 10년은 또 이렇게 해봐야겠다 포부도 생기는데,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하면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이럴 땐 창업하길 잘했다 싶다.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정년도 연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거저는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창업 아이템만 있었지 리더의 역할이나 경영, 업의 본질과 일의 핵심에 대해서는 몰랐다. 덜컥 회사부터 차리고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내내 나의 부족함과 마주해야 했다. 나와 구성원들이 오합지졸로 느껴질 때는 망하기 전에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일을 잘해야만 고객이 있고, 그래야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럼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 오래 일하기 위해 나와 동료들이 함께 일을 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 4시면 퇴근을 한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점심시간이 30분이고 오전과 오후에 브레이크 타임이 15분씩 있단다. 업무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화장실에 가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동료랑 커피 한잔 마시며 수다 떠는 일은 브레이크 타임에 이뤄진다. 점심시간이 짧으니 식사는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런 회사가 있다니, 내가 사장이라 그런지 멋있게 느껴졌다.

내가 경험한 회사들은 대개 낮 12시부터 점심시간이지만 오전 11시30분이면 구성원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향했다. 업무시간에 수시로 사적인 연락과 자체 브레이크 타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야근도 잦았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성과에 대한 공정하고 디테일한 평가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직장생활이 느슨하고 요령 있는 분위기가 되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경험, 성장의 기쁨을 누릴 기회는 적다. 회사에는 시간을 지켜 일하고 성과에 책임감을 갖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2년째 7시간 근무를 시도해보고 있다. 코로나로 일거리가 줄어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더 집중해서 일하고 저녁시간을 여유 있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면 보람도 있고 퇴근 후 개인적 시간도 더 달콤하다. 그럼 다음 날 더 즐겁게 일하는 선순환이…. 물론 바람이다. 현실에선 7시간 근무를 도입해도 지각을 하고 업무시간에 개인 용무를 보는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실험을 시작으로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여러 시도를 이어나가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노후 대책은 일을 오래 하는 것이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건강해야 하지만 일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유지되는 측면도 크다. 일을 위해 연락을 하고 만나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생활의 틀이 잡히고 외모와 패션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일하느라 뇌를 사용하니 치매도 예방되고 경제적 수입이 계속되니 그만한 노후 대책이 없다. 그러니 일을 잘하도록 하자.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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