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검유죄가 아니라 유검유죄(有檢有罪)다 [정기수 칼럼]
대선 전엔 문재인 검찰 수사로 잠시 무검무죄
결론 낸 국민들 관심 이미 이재명 -> 월드컵으로
‘첫눈’이냐 ‘봄꽃’이냐도 무의미한 점치기
이재명이 힘없는 목소리로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주장하자 한동훈이 ‘무슨 말이지?’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자기 자신의 죄를 처음부터 모를 수가 없었다. 대선 전에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586운동권 가족 친지 포함 대깨문들과 ‘보수 집권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주문(呪文)을 광신도들처럼 외우는 진보좌파들 지지로 대통령만 되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0.73% 포인트 차로 졌다. 이 간발의 표 차는 그가 훌륭한 후보여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피 튀기는 진영 싸움의 인구 수 차이였던 것이다. 이재명의 자질, 도덕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패배가 확정된 지난 3월 10일 새벽 이재명의 앞을 가린 건 사법 처리 악몽이었을 것이다. 지은 죄가 자신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대통령이 되지 못했으니 갈 길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를 꺾고 당선된 사람은 검찰총장 출신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제가 흠이 없어서 검찰이) 가혹하게 먼지를 털어도 (죄를) 만들진 않았는데, 제가 지면 없는 죄도 만들어 감옥에 갈 것 같다. 검찰 공화국이 열린다.”
그는 올 1월말 서울 석촌호수 대선 유세에서 이렇게 ‘예언’했다. 이 예언은 적중하고 있다. ‘없는 죄도 만들어’는 안 맞았지만, 있는 죄만으로 ‘감옥 갈 것 같다’는 말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관련자들의 상황 변화에 따른 폭로(진실 고백) 등으로 99%가 됐다.
그는 현재 최소한 8가지 큰 죄가 드러났거나 드러나고 있어 100% 기소될 예정이다. 이미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2가지는 기소돼 있다. 대장동을 비롯한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아태협 대북 송금 사건 등 나머지 6가지도 내년 초에는 대부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포연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난다.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제 유일한 걱정은 이재명 죽이기와 야당 파괴에 혈안인 정권이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는 망가지고 외교는 추락 중이다. 민주당과 민주 세력에 대한 검찰 독재 칼춤을 막아내고 민생을 지키겠다.”
변호사, 성남시장 시절부터 그의 분신(分身)으로서 김용과 함께 ‘정치적 공동체’였던 최측근 정진상마저 구속되자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지강헌의 ‘명언’에서 돈 전(錢)을 검찰의 검(檢) 자로 바꿔 결백을 주장하면서 한가하게도, 경제 위기와 ‘외교 추락’을 걱정했다.
탈주범 지강헌은 5공 시대가 막 저문 1988년 인질극을 벌이던 중 전두환 동생 전경환이 72억원을 횡령하고도 3년 만에 풀려났으나 자신은 560만원 절도로 17년을 살아야 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저 말을 해서 일약 ‘정의의 잡범’이 됐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민주당 의원 박범계가 “영장 발부 사유에 범죄 사실 소명 내용이 없다”고 한 주장에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는 건 당연히 범죄 소명이 됐다는 얘기다. 의도적 거짓말이거나 법을 모르는 얘기”라고 응수했다.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 거짓말 아니면 법을 모르는 주장을 하고 있는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이다. 박범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에 이어 장관 자리에 앉아 애견(愛犬) 검사들만 모아 주요 사건들을 지휘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수원지검장 신성식, 성남지청장 박은정 같은 친문 검사들이 대장동을 비롯한 게이트 급 이재명 관련 의혹들 수사를 이끌었으니 그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수사가 아니라 거꾸로 증거 인멸도 했다. 무검유죄가 아니라 무검무죄다.
검찰을 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력이 없어서 죄가 있어진(無檢有罪) 게 아니고 이제 제대로 된 검찰이 있어서 죄가 확인되고(有檢有罪) 있다. 전에는 권력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적당히 수사한 검찰이 있어서 잠시 죄가 덮어져 없어진 것이다.
문재인 검찰은 대장동 관련자 정영학이 자기에 유리한 내용으로 편집한 녹취록을 중심으로 이재명 관련 부분은 빼고 유동규를 ‘그분’(대장동 게이트 몸통)으로 모는 수사를 했다.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휴대전화를 던져 버리라고 하면서 시킨 대로 한 것이다. 김용은 그에게 “쓰레기라도 먹고 입원하라”고도 했다.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고 우리대로 선거를 밀어붙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
윤석열 정부 검찰이 법리와 증거에 따라 이재명 수사를 밀어붙이는 주마(走馬)에 가편(加鞭)을 해준 사람들이 유동규와 남욱이다.
“10년 간 쌓인 게 너무 많다. 급하게 갈 것 없다. (이재명을)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다. 그들(김용과 정진상)하고 10년을 같이 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유동규에 이어, 오히려 더 결정적인 ‘대장동 사업자 천화동인 1호(그분) 지분은 이재명측 것’이란 폭로를 법정에서 시작한 남욱은 그 심경 변화의 배경을 일반인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했다. 조작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한 반박도 설득력이 강하다.
“선거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면 겁도 났다. 13년 동안 발생한 일들을 이렇게 모두 지어내서 말했으면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을 했을 것이다.”
국민들은 거짓말과 진실을 이미 구분하고 있다. 이재명의 운명보다는 월드컵으로 관심을 돌린다. 이재명 수사 결과는 앞이 훤히 보이지만, 월드컵은 그렇지 않고 가슴을 졸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소환 조사 시기가 첫눈(연말)이 올 때일까, 봄꽃(연초)이 필 때일까 점을 치는 것도 무의미하다. 윤석열 검찰은 그런 정치적 계산, 저울질을 많이 하진 않는다.
그가 죽는 게 중요하지, 그 날이 청명이냐 한식이냐는 많아야 하루 차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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