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갭투자' 30대 비명…결국 2억 손해 보고 되팔았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입력 2022. 11. 25. 00:38 수정 2022. 11. 25.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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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새 실거래가 10% 넘게 하락
서울 집값 코로나 전 수준 하락 속출
단기 매도 늘고 '마이너스' 손절매도
시장 숨통 틔우는 거래 정상화 시급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시장 집값 급락 '공포'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주택시장이 불안을 넘어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까지 ‘패닉 바잉’(공포 구매)을 낳으며 시장을 사로잡은 공포가 거꾸로 서서 되돌아왔다. 단기 급등에서 단기 급락으로 180도 달라지며 지난해까지 집 없는 무주택자를 엄습했다가 이번에는 유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

실거래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지며 서울 아파트값이 2년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뒤늦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듯 자금을 동원해 매수)하며 집값 롤러코스터 앞자리에 앉게 된 젊은층이 가장 쫓기고 있다. 산 가격보다 싸게 파는 30대의 손절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절매는 폭락장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체감 가격인 실거래가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어 바닥을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작한 월간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세는 중간에 반짝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달까지 1년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1%를 밑돌던 전국 월간 하락 폭이 하반기엔 2%를 웃돌고 있다. 서울에선 3%를 넘었다.


1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14.4%...역대 최대

지난 1년간 누적 변동률이 전국 -10.6%, 서울 -14.4%다. 1년간 하락 폭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최대다. 서울 실거래가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다가 곧장 회복한 뒤 2009년 10월부터 바닥인 2012년 말까지 3년 넘는 기간의 하락 폭(-14.9%)과 비슷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거래가격 지수로 보면 현재 집값 수준은 2년 전인 2020년 말과 비슷하다. 개별 단지로 보면 실거래가가 많게는 30%가량 내려갔다. 랜드마크(지역 대표 건물)로 꼽히는 단지의 급락 양상이 두드러져 충격파가 더 크다.

3년 전 코로나 이전 가격으로 돌아간 강남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억원을 찍은 서울 송파구 잠실 대장주인 잠실엘스 84㎡(이하 전용면적)가 1년 새 19억원까지 내렸다. 19억원은 2019년 7월 거래 가격이다.

인근 파크리오 84㎡의 올해 최저가인 17억7000만원도 2019년 하반기 가격이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 76㎡가 지난해 11월 26억원을 넘어섰다가 이달 초엔 2019년 6월 거래가인 18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강북도 마찬가지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 84㎡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중계동 청구3. 지난해 14억2000만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2020년 6월 가격인 10억원에 거래됐다.


"빚 많은 사람이 집값 결정"

앞선 거래보다 수억 원이나 싸게 파는 이유가 뭘까. 팔아야 하는 매도인의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급락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면 채무 관계가 복잡한 집이 적지 않다. 금리 급등으로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집값은 단지에서 빚이 가장 많은 사람이 정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실감 난다.

2014년 리모델링한 강남 A 아파트는 지난 8월 불과 3개월 전 거래가격 37억여원보다 9억원 낮은 28억여원에 거래됐다. 매도인에 20억원 넘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이달 초 17억원대에 팔린 강남 재건축 B 아파트에도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17억원가량의 채무가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거주하지 않는 집을 팔아 빚을 정리하는 다주택자도 있다. 내년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기간이어서 세금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전달 거래가보다 4억원 낮은 21억원에 매매된 강남 C 아파트. 다른 아파트를 갖고 있던 사람이 2017년 16억여원에 산 집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제 완화 등으로 다주택을 유지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대출이 많으면 이번 기회에 주택을 처분해 정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을 등록 말소하고 판 사례도 있다. 지난달 6월 가격보다 2억5000만원 낮은 7억5000만원에 거래된 노원구 D 아파트는 유주택자인 매도인이 2018년 5억7000여만원에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기존 집 부채가 6억원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 등록 말소는 세제 등에서 이점이 없다"며 "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매도 증가는 매도인 연령별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법원 등기정보를 보면 서울 아파트 등 집합건물 매도인 연령별 통계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까지 30% 안팎에서 올해 들어 40%까지 올랐다. 60대 이상에 다주택자가 많다.

기존 집을 팔기 전에 이사할 집을 먼저 산 사람도 쫓긴다. 기존 집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매입한 지 2년 이내에 팔아야 하는데, 시한까지 거래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양도세 올랐는데도 단기 매도 늘어

앞선 매도 사례들은 그나마 일찍 산 집이어서 가격을 낮춰도 차익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패닉바잉으로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사람은 손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달 말, 3년 전 가격인 18억원대에 팔린 송파구 E 아파트. 강북에 사는 30대 매도인은 지난해 상반기 21억원에 이 집을 샀다. 매입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2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되판 것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끼었더라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을 텐데, 금리가 뛰면서 손을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5억8000만원에 거래된 강북 F 아파트도 2년 전에 30대가 갭투자로 6억5000만원에 샀다. 이달 강서구 G 아파트는 2년 전 매입 가격보다 500만원 내린 8억2000만원에 팔렸다. 마찬가지로 30대 갭투자였다.

2020년 이후 지난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30대는 세 명 중 한 명꼴인 5만3000여명이다. 2020년 이후 샀다가 다시 파는 단기 매매도 증가 추세다. 서울 집합건물 매도 중 보유 기간이 3년 이하인 비율이 2020~21년 20~21%에서 올해 들어 23%를 넘어섰다. 9월 이후엔 25%로 더 늘었다. 투기성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중과하는 2년 이하가 60%가 넘는다. 지난해 6월부터 보유 기간 2년 이하 양도세율이 최고 40%에서 70%로 대폭 올랐지만, 매도 가격이 구매 가격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세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대응은 급강하하는 집값을 안정시킬지 불안하다. 정부는 이달 수도권까지 규제지역을 풀고 대출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9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서울과 과천 등 인근 4곳을 제외하고 조정대상지역 등의 규제를 해제했다. 다음 달부터 15억 초과 대출 금지를 없애고, 규제지역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50%로 높이기로 했다. 비규제지역으로 풀리면 LTV는 0~40%에서 70%로 확 올라간다. 12억원 주택의 경우 대출 한도가 4억2000만원에서 8억4000만원으로 2배가 된다.


김빠진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완화

하지만 규제지역 해제 효과가 반감됐다.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중과 제외, 대출 완화 등이 주요 효과인데 이미 지난 5월부터 양도세 중과 배제가 이미 시행 중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아예 종부세 중과를 없애기로 지난 7월 밝혔다. 거대 야당에 막히면 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춰서라도 세금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올해 집값이 많이 내려 중과 세금 부담도 줄어든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LTV 상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고 없이는 이름뿐인 대출 완화다. 한도는 명목일 뿐이고 실제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소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재 DSR 40%가 적용되고 있는데, 금리가 뛴 바람에 소득이 그대로면 대출 가능한 금액이 되레 줄었다. 연 소득 6000만원으로 DSR 40%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지난해 금리가 2.55%일 때 5억원이었으나 현재 금리 5%에서는 3억7000만원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울 수 있게 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는 조치가 급하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7월 이후 월간 아파트 거래량은 2006~2021년 16년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금융위기 충격으로 실거래가 한 달에 6% 넘게 폭락했던 2008년 9~12월의 3분의 1 토막이다.

잇단 금리 급등과 집값 하락 전망만 탓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급등기 때 집값을 억누르기 위해 과도하게 묶어놓은 거래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금리 상승에 맞춰 DSR을 완화하고, 당장 들어가서 거주할 사람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어야 한다. 양도세·종부세에서 폐지하는 다주택자 중과를 취득세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 취득세율이 8~12%로 무주택자보다 최대 12배 높다.

현재 주택시장 침체는 강도와 속도에서 금융위기 이후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시장을 쫓아가는 미세 조정식 대응으로는 실기할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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