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우수
오세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수’의 서사는 그다지 극적이진 않지만 그 안엔 수수께끼가 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죽음을 이야기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사장(윤제문)은 홀로 집에 앉아 술을 마시며 후배(김태훈)에게 전화한다. “나 오늘 죽을 거야.” 그리고선 후배에게 조문 올 거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음 날, 사장은 전화를 받는다. 대학 동창 철수가 죽었다는 부고다. 그는 후배에게 함께 광양의 장례식장까지 가자고 하고, 여기엔 과거 사장의 연인이었으며 철수와 삼각관계였던 은주(김지성)가 동행한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중심은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이고, 영화 장면들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데 ‘우수’는 그렇지 않다.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고, 느슨하게 연결된 장면이 모여 죽음의 아우라를 만든다. 죽을 거라던 사장은 친구의 부고를 듣고, 죽은 이의 환청을 듣고, 망자가 살아 있다는 이상한 꿈을 꾼다.
여기서 반복되는 이미지가 있다. 액자다. 텅 빈 액자는 마치 누군가의 사진을 기다리는 듯하다. 이후 액자는 다시 한번 등장한다. 이번엔 채워졌다. 철수? 아니, 사장의 얼굴이다. 마치 영정사진 같다. 그렇다면 혹시… 죽은 사람은 철수가 아니라 사장이 아닐까? 어쩌면 이 영화는 죽은 주인공의 유령이 꾸는 꿈 같은 건 아닐까? ‘우수’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묘한 판타지, 혹은 ‘서사의 수수께끼’를 만든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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