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런던에서 보내온 아주 멋진 당부

이마루 2022. 11. 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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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 어느덧 익숙해진 런던의 늦가을 풍경 속에서 희망과 자긍심을 담아 손흥민이 보내온 편지

Q : 지금 한국은 어디를 가나 손흥민 선수 얼굴로 가득해요. 패스트푸드점, 정류장, 카페, 은행 등. 손흥민 ‘메타버스’에 갇힌 기분이 들 정도죠

A : 그래서 좋은 것 맞죠? 질리신 건 아니죠(웃음)? 오늘도 대표팀 주장 단체 채팅방에서 ‘인증샷’을 받았어요. 편의점 라면 사진이 “흥민아, 잘 먹을게”라는 말과 함께 왔더라고요. 후배들이 커피잔과 자기 얼굴이 나오게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요.

Q : 정원에 앉아 있는데 안에서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더군요. 오늘 발표된 유럽 축구 선수 상 ‘발롱도르(Ballon d’or)’ 11위 수상을 축하하는 이야기도 들렸고요

A : 꾸준히 함께하는 스태프들이다 보니 항상 만나면 반가워요.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항상 웃으며 일할 수 있죠. 그들이 제 경기를 보러 오면 그 자체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동력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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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손흥민 경기를 ‘직관’하는 건 한국 축구 팬들의 꿈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한국 팬을 보면 힘이 나나요

A : 엄청 힘이 되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토트넘 홈구장에서 경기할 때면 특히 많이 보이는데 정말 응원이 피부로 느껴져요. 영국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이요.

Q :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7년째에 접어든 런더너 생활은 어떤가요

A : 언어를 비롯해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맨체스터 같은 지역에서 쓰는 단어를 사용할 때면 팀원들이 ‘런더너 다 됐다!’고 해요. 아직 피시앤칩스는 못 먹어봤지만요.

Q : 그건 좀 심각한데요(웃음)

A : 그렇죠? 다들 놀라요. 아무래도 식단이 거의 정해져 있으니까요. 경기를 마친 뒤에는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하는데 튀김은 거의 금지 품목이거든요. 제 ‘집돌이’ 성향도 한몫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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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럼에도 런던을 오가면서 발견한 좋아하는 풍광이 있다면

A : 전 런던 날씨가 좋아요. 많은 분이 런던 날씨가 우울할 거라고 예상하는데, 오히려 눈도 많이 내리고 추웠던 곳은 독일인 것 같아요. 전반적인 느낌이나 오래된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해요. 물론 비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Q : 버버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버버리 앰배서더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토트넘 선수들, 특히 해리 케인을 비롯한 잉글랜드 선수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A : 일단 놀리죠. 저희는 축하할 일이 있거나 고마울 때도 무조건 놀리거든요(웃음). 마침 지난 6월에 웨일스 출신인 벤 데이비스의 결혼식이 있었는데요. 결혼식에 어떤 옷을 입고 갈 거냐고 묻길래 “당연히 버버리에 가서 사야지”라고 했더니 “오! 모델은 역시 다르다”면서 놀리더라고요. 요즘 ‘버버리 모델’로 불리고 있습니다. 다들 장난꾸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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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난 7월에 성사된 토트넘 홋스퍼의 내한은 올여름 한국에선 즐거운 뉴스 중 하나였습니다. 선수들뿐 아니라 콘테 코치와 라비 구단주까지 한국을 찾았죠. 직접 공항에 마중을 나갔어요

A : 사실 고민스러웠어요. 입국하는 선수들에게 쏟아져야 할 관심이 제게 올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가고 나니 잘했다 싶더군요. 뜨거운 환대를 저도 함께 느꼈거든요.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환호하고 소리 질러주셔서 덩달아 자랑스러웠죠.

Q : 동료들이 내 고국을 찾아주는 것은 각별한 경험이겠죠. 다른 선수의 고향 중 찾아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A : 함부르크랑 레버쿠젠 때도 팀 선수들이 내한했었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음, 이런 생각은 들어요. 다른 어떤 곳을 찾아가도 토트넘 선수들이 한국에서처럼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은 없지 않을까요. 공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일주일 내내 정말 열기가 뜨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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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톰 홀랜드, F1 선수 랜도 노리스, 테니스 신성 에마 라두카누까지. 모두 토트넘의 팬임을 밝혔어요. EPL 여러 구단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토트넘이라는 팀의 매력은

A : 어릴 때부터 가족이 구단의 팬이어서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 경우도 있고, 특정 선수를 응원하기도 하겠지만 우선은 좋은 선수들이죠! 저희 팀만의 에너지가 확실히 있어요. 선수끼리 호흡도 잘 맞고, 다양한 색이 잘 조합돼 있죠. 잘생기고 젊은 선수가 많기도 해요. 저는 제외하겠습니다(웃음).

Q : 스포츠를 흔히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표현합니다. 동의하나요?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달리 표현하고 싶다면

A : 축구는 냉정한 스포츠예요. 아주 가깝고, 함께 밥 먹고 수다 떨던 친구도 필드에 들어서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지죠. 다툼도 많고, 치열해요. 그런 면에서는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표현이 맞지만, 또 경기를 마치면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며 안을 수 있다는 것. 전 이게 축구라서 가능한 멋진 세계라고 생각해요. 냉정하지만 서로 존중하죠. 다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노력한 끝에 이 자리까지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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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잔 피에로 코치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곤 해요

A : 되게 힘들었어요. 그분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소식을 들은 날 저희는 물론 감독님도 힘들어해서 그날은 훈련을 쉬었을 정도죠.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코치님은 우리가 더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거라고. 이렇게 슬퍼하기보다 좋은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고.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나를 응원해 줄 분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제게 보낸 메시지들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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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주변 사람으로부터 배운 것이 있다면

A : 잔 피에로 코치는 엄청 강한 분이었어요. 정신은 물론 육체적으로도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면 “우리에게 가장 쉬운 날은 어제였다(The only easy day was yesterday)”며 선수들의 한계를 항상 그 이상으로 끌어내려 했죠. 콘테 감독에게선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를 많이 배워요. 모든 게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이겼을 때는 정말 꼬마처럼 좋아하고 그 기쁨을 선수들에게 돌리지만, 졌을 때는 누구보다 화내고 가장 먼저 뒤를 돌아봐요.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한다지만 결국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임이거든요. ‘이긴다는 것’의 의미를 가장 확고하고 간절하게 느끼게 해준 분들이에요.

다크 브라운 시어링 코트와 브라운 롱 재킷, 팬츠는 모두 Burberry.

Q : 선수들에게 정신력은 항상 중요한 문제죠. 특히 필드 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요. 경기장 밖에서도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어색한가요

A : 전혀 주변에 드러내지 않는 편이에요. ‘힘들다’는 말은 아버지에게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대표팀 생활을 했고, 힘든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사람처럼 여겨졌으니까요. 타고난 낙천성도 한몫했죠. 좋은 일은 오래 간직하되 안 좋은 일은 최대한 빨리 잊는 편이거든요. 안 좋은 상황에서도 좋은 면을 보려 하고요. 그리고 힘들어하다가도 막상 운동장에 들어가면 다 잊어요. 그 순간만큼은 신나게 뛰어놀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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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과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 둘 중 어떤 게 당신을 더 두렵게 하나요

A : 제가 만족하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자책할 만한 상황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건 저를 너무 관대하게 봐주는 거예요. 그런 마음도 감사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제게 기대한 만큼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우선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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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손흥민’과 ‘대한민국’는 마치 한 단어 같아요.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요. 대표팀 경기를 보는 국민들이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하나요

A : 퍼포먼스는 오로지 선수들의 몫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 어떻게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없어요. 물론 컨디션에 따라 잘하고 못하고는 분명 나눠지겠지만요. 다만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노력하거든요. 식단과 수면 시간, 모든 생활 루틴을 그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맞추고요. 경기를 잘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선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모든 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저는 모든 선수가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선수가요. 이미 충분히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계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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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표팀 주장이라는 큰 산을 한번 넘고 나면 어떤 사람이 돼 있을 것 같나요

A : 주장을 하면서 인간으로서도 축구 선수로서도 많이 배웠어요. 처음에 주장을 맡았을 때는 겁이 많이 났어요. 큰 책임감을 지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런 순간에도 두려움 없이 끌고 가야 많은 사람과 함께 갈 수 있겠더라고요. 더 높은 산, 더 큰 산을 향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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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자전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는 전설적인 선수 요한 크라위프의 ‘내가 만난 월드클래스 선수 중에 인성이 나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이 인용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실력과 인격성이 비례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인격의 중요성에 대해 스스로 공감하거나 지지하는 바가 있나요

A : 내가 지금 이런 위치니까 인간적으로 더 훌륭하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노력하지는 않아요. 다만 많은 분이 제 성격적 면모를 좋게 봐주신다면 그건 부모님 덕이 가장 큽니다. 가장 비싸게 치러야 할 수업을 어떻게 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은 거죠. 두 분이 삶을 통해 직접 보여준 부분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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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리그가 가장 바쁜 시기죠. 그럼에도 꼭 사수하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A : 새해를 한국에서 맞이한지 정말 오래됐어요. 유럽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 한국에서 새해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실컷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테니 지금은 열심히 뛰어다니며 순간의 행복을 맘껏 누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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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전히 행복한 거죠? 축구할 때

A : 살면서 행복한 순간을 행복한 것인지 모르고 놓치는 순간이 진짜 많거든요? 저는 축구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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