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 그만두고 우면동에 모인 스타트업 “일품 컨설팅 덕분”
“정신의학과를 찾는 환자는 대개 오은영 박사 같은 친절하고 진정성 있는 상담을 기대하지만 정작 의사를 볼 수 있는 시간은 5분 미만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삼성전자 서울R&D 캠퍼스. 정신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2020년 ‘셀프 멘털케어’ 업체인 포티파이를 창업한 문우리 대표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마인들링’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포티파이를 포함한 20개 스타트업은 지난 1년간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4기로 활동해왔다.
삼성전자는 2012년 사내벤처 육성을 위해 C랩 인사이드를 만들었고, 2015년부터는 이 가운데 성과가 높은 사내벤처를 분사시켰다. 2018년엔 외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C랩 아웃사이드를 시작했다. 향후 성장성이 크다고 평가받은 창업 5년 이하의 초기 스타트업을 매년 20곳 선발한다.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1억원 지원, 업무공간 및 전 직원 식사 제공, 성장 단계별 맞춤 컨설팅, 삼성 관계사와 협력 기회 등의 혜택을 준다. 그동안 외부 460개, 사내 385개 스타트업이 육성됐다. 투자 유치 금액은 누적 1조3400억원, 새로 만든 일자리는 8700여 개에 이른다.
지난 1월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들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포티파이는 그동안 월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용자 수는 27배 증가했다.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도심형 배달 서비스 업체 뉴빌리티는 올해 2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삼성웰스토리와 함께 골프장에 식음료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김앤장 출신의 정지원 변호사가 창업한 알고케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아기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C랩의 맞춤 컨설팅 덕분에 조기에 성과에 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이던 심규현 렛서 대표는 “비즈니스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C랩의 회계·컨설팅이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누구나 사흘 만에 150만원으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올해 10억원, 내년엔 해외 진출로 100억원 매출이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4일 C랩 아웃사이드 졸업식 격인 데모데이 행사를 열었다. 스타트업의 육성 성과를 알리고 사업 협력 및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다.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은 “C랩을 졸업한 스타트업도 지속적‧조직적으로 관리해 향후 삼성이 직접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정부 방 딸린 고급 아파트” 이게 잠실주공 5단지 덫 됐다 | 중앙일보
- "나 기다린거야?" 막내딸의 눈물…그제야 엄마 심장은 멈췄다 | 중앙일보
- 수술 20일 만에 풀타임 투혼...이게 11명 원팀 만든 '리더의 힘' | 중앙일보
- "5명의 김씨, 철벽 수비" 일본 언론, 우루과이 득점 봉쇄 호평 | 중앙일보
- 김건희 여사 '빈곤 포르노' 논란에…캄보디아 대사 "지나치게 정치화" | 중앙일보
- 박수홍, 12월 23일 23살 연하 아내와 결혼식…가족들은 불참 | 중앙일보
- 양말까지 찢긴 손흥민…경기 전 선수들에게 '한 가지 부탁' | 중앙일보
- 유서조차 안 남기고 죽은 영재 아들…1020 이런 죽음 급증, 왜 | 중앙일보
- 속옷에 패물 넣어 꿰찬다…요양병원 그 주머니의 비밀 | 중앙일보
- "'추천인 전광훈' 입당 원서 쏟아진다"…여당에 부는 '아스팔트 바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