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에 반한 동남아①] “7억 인구 홀려라”…현지 개봉‧리메이크로 다각적 침투

류지윤 2022. 11. 24.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번 방의 선물' 인도네시아서 리메이크, 506억원 수익
'육사오' 베트남서 현지 개봉 흥행

한국 영화 시장에서 ‘천만 영화’가 27개나 나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5000만이라는 인구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문화 향유의 범위가 좁다는 분석도 있었다. ‘볼 게’ 없고 ‘할 게’ 없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에 몰렸다는 말이다. 이 분석의 바탕은 인구다. 만약 대한민국 인구가 1억 인 넘는 숫자라면 천만 영화의 탄생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영화가 해외로, 특히 2010년 이후 적극적으로 동남아시아에 눈을 돌린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잠재 영화 관객’이 어마어마하다. 인도네시아가 2억 7550만, 필리핀 1억 1555만, 베트남 9818만, 태국 7169만, 미얀마 5417만 명 등 동남아시아로 분류되는 국가들의 인구는 7억에 육박한다. ‘아시아’란 정서적 공감 형성이 서양보다 쉽고, 7억이란 인구를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 역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소비는 당연하기에 한국으로써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코로나19 이후의 한류’ 발표 자료에서는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과 IT 기술이 더해지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류의 현재 인기와 대중화 정도를 나타내는 '한류 현황 지수'에서도 동남아 국가는 중요한 시장으로 분류됐다. 2019년 대비 한류 현황 지수가 상승한 국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6.2%), 중국(6.1%), 인도(5.0%), 러시아(4.4%), 인도네시아(4.1%), 대만(4.0%), 말레이시아(3.6%), 아랍에미리트(UAE) (3.4%), 일본(2.0%), 튀르키예(1.8%) 등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 가치도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도네시아는 2억 7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로 아시아 시장에서 손꼽히는 영화 시장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2012년 기준 145개 영화관, 609개 스크린에 불과하던 영화관 규모는 2018년 기준 전국에 343개의 영화관, 1756개의 스크린으로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517개 영화관 2145개의 스크린으로 늘어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콘텐츠미디어그룹 뉴(NEW)의 천만 영화 '7번 방의 선물'(2013)을 리메이크한 '7번 방의 기적'(Miracle in Cell No.7)이 지난달 말까지 관객 585만 명을 모으며 인도네시아 역대 박스오피스 5위, 한국 관련 영화로는 최고의 기록이었다. 손익분기점 140만 명을 크게 상회했으며. 매출은 192억 원에 달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 영화의 상승 곡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다. CJ ENM은 2011년 영화 '퀵'을 시작으로 베트남 영화 배급 시장에 진출했다. '퀵'이후 개봉한 '늑대소년', '더 웹툰', '아이엠', '시간 이탈자', '봉이 김선달' 등이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으며, 연간 7~10여 편, 지금까지 총 80여 편의 한국 영화를 베트남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롯데엔터엔먼트는 베트남에 롯데시네마 46곳을 운영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법인이 투자한 ‘완벽한 타인’ 리메이크작은 ‘블러디 문 페스트’(Tiec Trang Mau)라는 제목으로 2019년 개봉해 245만 관객과 누적 매출 770만 달러를 돌파했다. 리메이크 작업을 위해 이재규 감독을 비롯해 작가진들이 현지로 건너가 제작사에 코칭을 건네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영화라고 흥행 보증이 되는 상황은 아니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늘었고, 비슷한 문화권의 나라이다 보니 문화 할인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올해는 지난 9월 22일 개봉한 한국 영화 '육사오'가 불과 열흘 만에 관객 수 142만 명을 동원하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 기존 '반도'가 세운 120만 명을 넘으며 한화 역대 성적을 경신했다. 현지 정서를 겨냥한 맛깔난 베트남어 자막으로 원작의 매력을 살리는 것은 물론, 초반 호평 가득한 ‘입소문 시사’ 마케팅이 제대로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현재는 '공조2: 인터내셔날'이 개봉 중이다.


'극한직업'을 리메이크한 '익스트림리 이지 잡' (Nghề siêu dễ)도 지난 4월 말 노동절 연휴에 개봉해 박스오피스의 무려 53%를 장악하며 2주간 1위를 기록, 총 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CJ ENM이 현재까지 총 15편의 합작 영화를 제작한 가운데 이 중 5편이 역대 로컬 영화 흥행 TOP 20에 등극했다.


고경범 CJ ENM 해외 영화사업부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이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콘텐츠 시장이다. 경제 전망 및 인구구조 면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콘텐츠 시장과 같은 궤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자연히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적극적인 진출, 극장 및 로컬 미디어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태국에서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제작한 공포 영화 '랑종'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태국 제작사인 GDH에 따르면 '랑종'은 태국에서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액 1억 밧 (약 36.4억 원)를 돌파하며 2021년 개봉한 태국 영화 최초로 1억 밧 수익을 달성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유력 할리우드 영화를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1억 밧은 태국 영화계에서 박스오피스의 흥행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랑종'은 당초 수익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다.


또한 태국 역사상 '최초'로 제30회 태국영화협회상 13개 부문을 휩쓸었다. 태국영화협회상은 태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상으로 수판나홍(황금백조)영화제로도 불린다.


영화 산업에 폐쇄적이었던 말레이시아는 최근 한국과 첫 합작 장편 영화 '더 로드:무쌍킹' 제작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문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 배우 김보연, 곽동혁, 말레이시아 배우 유소프 바흐린, 하리사 등이 출연한다.


튀르키예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전체 면적이 한반도의 3.5배이자 남한의 8배에 달하며 약 78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세계 16위 인구 대이다.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타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 2위 드라마 수출국인 콘텐츠 강국으로,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과 유럽 진출에도 용이한 지역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는 현지 사정을 고려한 시스템이 뒷받침됐다. 뉴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수입 영화의 상영 비율 40%로 제한하는 현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단순히 한국 작품의 배급 판권을 세일즈 하는 것이 아닌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체결해 자국 영화로 개봉했다.


'육사오'의 경우 자국에서 메이저가 아니었던 영화였지만 베트남 법인의 다년간 쌓아올린 로컬 마케팅 역량으로 현지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사례다.


​동남아에서 한국 영화가 계속 뻗어갈 수 있었던 선봉장 역할을 한 영화가 '수상한 그녀'다. 이 작품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차례로 리메이크되며 현지에서 성공했다. 진출할 때마다 각 국가의 정서를 고려해 다가갔다. 이 같은 콘텐츠 현지화 전략으로 5개 국가 박스오피스 매출액 780억 원 이상을 올렸다.


쇼박스 해외 세일즈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판매율과 관심도가 높다. 글로벌 OTT 시장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때 한국의 콘텐츠를 추가해 유인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라고 전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10~30대 인구 비율이 높아 한국이나 한국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적극적으로 즐긴다. 리메이크, 현지 배급뿐 아니라 합작, OTT 등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스며들 수 있는 루트가 더 많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영화가 현지에서 개봉해 인기를 끄는 것과, 리메이크작으로 만들어져 흥행하는 것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국 영화 개봉 성공의 경우 한류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례지만, 리메이크는 개봉하는 시기나 운, 나라의 특성 등이 흥행 변수 요소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관객들 역시 콘텐츠 소비에 있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영화라는 영역에는 친근한 자국의 작품이 더 손이 갈 것이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의 흥행은 원작에 대한 호기심과 실 관람로 이어져 콘텐츠 소비의 경계를 허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한 호감도와 관심이 늘어나면 현지화를 거친 리메이크작이 아닌 한국 영화 개봉 역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