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MZ트렌드가 된 '비건 라이프'
[오민선 기자]
살을 빼기로 결심을 한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살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먹는 양도 적은데 왜 살이 안 빠질까?'라는 의문에 식단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유독 자주 발견되는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빵'이었다. 살이 빠지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다이어트 와중에도 포기하지 못한 빵 때문이었다. 빵을 좋아하는 내게 권장 칼로리인 2100kcal를 빵으로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칼로리 대비 포만감이 적어서일까? 그동안 많이 먹고 있는지 몰랐다. 차라리 배부르면 먹고싶다는 생각이라도 안 날 텐데, 칼로리는 높고 배는 안 부르니 괜히 억울했다. 빵을 좋아하기 시작한 이후로 급속도로 살이쪘고, 몸까지 나빠졌다.
피부 트러블이 눈에 띄게 늘었고, 체질도 변했다. 물론, 빵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살 찌는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빵의 성분이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다. 채소를 빵만큼이나 먹었다면 건강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빵은 주로 밀가루, 버터, 설탕 등 당과 지방함량이 높은 재료로 만들어진다. 칼로리는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재료들이다. 다이어트는 해야겠고, 빵은 먹고 싶은 마음이 내게 스트레스였다. 빵을 끊어야 함을 알지만, 그러기엔 빵은 내 행복의 일부였다.
비건과 친해질 수 있던 이유
다이어트 와중에 빵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비건 빵'이다. '다이어트 빵'을 검색한 결과였다. 국내에 비건 빵을 브랜드가 수십 개였고, 일반 제과점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근처 우리집에서는 휴대폰 배달앱으로도 비건 빵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비건 빵엔 유제품이 포함되지 않는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와 쌀가루를, 우유 대신에 무가당 두유를, 설탕 대신에 비정제 원당을, 버터 대신에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다. 기존의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빵과 별 다를게 없었다.
이후 나는 맘 편히 빵을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엔 맛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달리, 일부는 눈감고 먹으면 비건 빵인지 못 알아 챌 정도로 맛있었다. 그동안 비건음식은 심심한 맛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비건 빵을 접한 그 순간부터 비건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은 깨졌다.
나는 한 드러그스토어에 유독 올해 비건 화장품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비건에 관심이 있었기에 눈에 잘 띄었던 것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웹사이트에는 비건 화장품 목록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찾아보니, 비건 화장품이 갑자기 많이 등장한 것은 해당 드러그스토어에서 의도한 것이었다.
이 브랜드는 "2022년에는 소비에 개인의 신념과 가치를 더하는 '미닝아웃' 트렌드에 발맞춰 비건뷰티를 선보이고,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미닝아웃'은 "남들에게 밝히기 힘들어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뜻한다.
또한 '비건 뷰티'는 동물 실험은 물론 동물성 원료를 완전히 배제하여 식물성 원료만을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비건 뷰티로 불리기 위해선 '비건 인증 마크'를 취득해야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이를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있다고 한다.
비건이 아닌 사람도 비건을 지향하는 시대가 왔다. '비건'은 이제 MZ트렌드로 불릴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MZ세대가 '가치소비'를 하고자 하는 경향과도 연관이 있는데, 제품의 생산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은 더 위험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또한, 무조건 비건이라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비건 화장품에 대해 알아봤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대신 사람에게 직접 테스트를 하거나, 부작용을 덜기 위해 기존 화장품보다 연구 과정이 까다롭다고 한다.
실제 사용 후기도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나도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 화장품과 가격이나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아 몇 달째 애용하고 있다.
비건은 아니지만
나는 비건이 아니다. 아직까지 유제품이 들어간 빵을 끊지 못했고, 일반 화장품도 사용한다. 그럼에도 비건에 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비건이 아니라도 비건을 경험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어려울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건을 하는 이유가 뚜렷하게 있지 않아도 되고, 비건에 대해 잘 몰라도 된다. 비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눈치보지 않고 비건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내가 클릭 몇번으로 비건 빵을 주문한 것 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비건을 실천하는 것은 동물이나 환경뿐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일이 될 수 있다. 비건 빵으로 행복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시작한 사소한 행동이 세상을 지키는데 일조할 수 있음을 비건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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