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속도 늦추는 게 적절” 美Fed, '경기침체'도 언급(종합)

뉴욕=조슬기나 입력 2022. 11. 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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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당국자 대다수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과도한 긴축이 자칫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이제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타이밍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3월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내년 중 '경기침체' 가능성도 언급됐다.

◆속도 조절 시사한 Fed, 12월 빅스텝 전망

23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과반을 넘는 상당 수의 참석자는 "곧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달초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Fed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 상단을 2008년 이후 최고치인 4.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장기 목표인 2%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Fed가 지금과 같은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궤도이탈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효과가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할 때 올 들어 단행된 금리 인상이 이미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수준을 초과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은 그간 통화긴축 정책이 경제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 지 잘 평가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누적된 통화정책,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lags),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당장 12월 FOMC부터 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로 낮춰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12월 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80%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후 내년 2월과 3월에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올라 최종금리 5.0~5.2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소수의 참석자들은 인상속도를 늦추는 것에 우려도 표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고 금리가 보다 명확하게 제약적 영역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경제 전망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고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상방압력이 높다"면서 에너지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목했다.

이에 따라 의사록에는 금리 인상폭이 완화하더라도 긴축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메시지도 담겼다. 참석자들은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속도 조절 여지를 남기면서도 최종금리가 5%까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속도조절을 시사한 의사록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0.99% 오른 1만1285.3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달러는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이상 떨어진 106.12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도 미끄러졌다.

◆경기침체 가능성도 언급...시장 "깊은 침체는 피할 것"

특히 11월 의사록에는 Fed가 올해 3월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처음으로 '경기침체'라는 단어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Fed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가 내년 중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기준선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Fed가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약 50%로 내다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실질 가계지출의 성장 부진, 글로벌 전망 악화, 긴축적인 금융 여건이 가장 두드러진 하방 위험"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물가 안정을 위해 추정했던 것보다 더 큰 금융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추가 하방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중국 경제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 긴축 등이 해외는 물론, 미 경제에까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사록을 통해 다가오는 회의(12월)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을 할 수 있다"며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 보이지만, Fed가 이에 따라 대응한다면 침체는 짧고 얕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글로벌 경제가 고물가,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등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보다 둔화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주요 지표를 살펴볼 때 기준선 50을 밑도는 경기위축 시그널이 확인되고 있으나, 그 여파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년 침체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과 소비 모두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 말까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우려했던 에너지 위기 등 경제적 피해가 당초 전망보다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 또한 내년에는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완화하며 글로벌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내년 경제 여건이 악화할 위험도 여전하다. WSJ는 미국의 서비스 및 제조업 활동 둔화, 선진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신흥국 경제 리스크,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및 불투명한 경제활동 재개 등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미국의 억만장자 벤처투자자인 더글라스 레오네 세쿼이아캐피탈 파트너는 이날 한 스타트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 경제 상황은 금융 위기였던 2008년이나 기술 위기(닷컴 버블)였던 2000년보다 더 어렵고 도전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고 있고 지정학적 문제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러한 경기침체가 내후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특히 기술기업의 가치는 최소한 2024년까지 회복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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