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반란, 사우디에 이어 일본까지 이변 연출

김승훈 2022. 11. 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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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독일에 2-1 역전승, 4년 전 카잔 경기 재현

[김승훈 기자]

사상 최초로 북반구 겨울에 열리는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대회에서 역사적인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다. 22일(한국 시각)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 2회 우승 경험에 빛나는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두더니 23일 경기에서는 일본이 월드컵 4회 우승 경험에 빛나는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과 독일은 23일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E조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쳤다. 1998년 프랑스 대회를 통해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했던 일본은 이후 이번 대회까지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으나 독일과 월드컵에서 만났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독일과 스페인이 한 조에 포함된 E조는 본선 조 추첨 시점부터 죽음의 조로 평가 받았다. 그리고 E조에는 아시아 최종 예선을 통과한 일본과 대륙 플레이 오프를 통과한 코스타리카가 포함되어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다.

분데스리가 선수가 많았던 일본을 경계한 독일

사실 독일 대표팀은 이번 조 편성과 관련하여 일본을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일본 대표팀에는 엔도 와타루(슈투르가르트), 하라구치 겐키(우니온 베를린), 아사노 타쿠마(보훔) 등 무려 8명의 선수가 독일 프로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독일은 지난 러시아 대회 때 멕시코와 대한민국에게 패하여 F조 최하위로 월드컵 본선에서 쓴 맛을 봤다. 이후 이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북마케도니아에게 일격을 당하는 등 충격이 끊이질 않았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물러나고 한지 플릭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겨우 유럽 예선을 통과했다.

독일은 유럽 예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경기 당 평균 점유율이 76%를 넘으며 짧은 패스의 비중을 많이 늘리는 등 많은 것에서 변화를 꾀했다. 다만 독일이 있었던 유럽 예선 J조에 있었던 팀들은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아르메니아,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4년 전 독일을 격파했을 때 사용했던 전술은 점유율보다 철저한 수비에 집중했다가 빈 틈이 보이는 순간 역습을 시도한 것이었다. 경기가 끝나가던 추가 시간 코너킥 기회 중 VAR 판독 끝에 귀중한 결승 골을 얻었다. 이후에는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까지 공격에 가담하게끔 유도하여 비어있던 골대를 공략하여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부터는 오프사이드 자동 판독 기술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되었다. 월드컵 개막전부터 에콰도르의 골 하나가 취소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격파하는 경기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수많은 골 기회가 오프사이드로 취소되기도 했다.

하루 전 있었던 이변과 비슷했던 경기 전개 상황

경기 초반부터 일본은 독일의 빈 틈을 찾아 역습을 시도했다. 전반 7분 역습에서 마에다 다이젠(셀틱)이 득점을 시도했으나 오프사이드 판독으로 인해 번복됐다. 그러나 이후 점유율을 확보한 독일은 점차 일본을 압박했다.

전반 34분 일본의 골키퍼 곤다 슈이치(시미즈 S 펄스)가 수비 상황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골대 바로 앞에서 공을 잡은 다음 다비트 라움(RB 라이프치히)에게 태클을 걸었던 것이 페널티 킥 상황을 만든 것이다. 독일의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이 이 페널티 킥을 시도하여 독일이 먼저 앞서게 됐다(0-1).

이후 일본은 독일로부터 공을 빼앗을 때마다 역습을 시도했으나 쉽게 동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문제는 점유율을 확보한 독일도 전날 아르헨티나가 그러했듯이 추가 득점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에 카이 하베르츠(첼시)의 슛이 일본의 골대에 들어갔으나 이 역시 오프사이드 판독으로 번복됐다.

일본은 전반까지만 해도 유효 슛을 기록하지 못했다. 골대 안으로 들어갔던 슛이 오프사이드로 번복되면서 슛으로 기록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후반에 들어서도 후반 14분 귄도안의 슛이 일본의 골대를 맞혔을 정도로 독일의 압박은 계속됐다.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 교체 카드 적중

이 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교체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아사노 타쿠마(보훔), 미나미노 타쿠미(AS 모나코), 도미야스 타케히로(아스날), 도안 리츠(SC 프라이부르크) 등 교체 카드를 모두 공격형 선수들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마치 2002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지휘할 때 베테랑 수비수들을 공격수들로 교체하여 극단적인 공세를 취한 것과 비슷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극단적인 공세 작전에 성공하여 후반전이 끝나기 직전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냈고, 연장 승부 끝에 이탈리아를 격파한 적이 있었다.

일본도 후반 30분 경 미토마가 연결한 패스를 미나미노가 받은 뒤 슛을 날렸다. 물론 이 슛은 독일의 골키퍼 노이어가 선방하여 튕겨 냈다. 그러나 도안의 리바운드 슛까지 막지는 못하면서 이 경기의 승부는 원점이 됐다(1-1).

후반 38분에는 이타쿠라 코(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의 프리킥을 아사노가 받았다. 그리고 각도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슛을 날려 독일의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2-1).

이 때부터는 4년 전 러시아 카잔에서 있었던 상황과 비슷해졌다. 일본에게 끌려가기 시작한 독일은 4년 전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골키퍼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 철저하게 진영을 지켰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일본이 월드컵 본선에서 역전승을 기록한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일본은 월드컵 본선 역사에서 역전패를 당한 적만 무려 4차례가 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역전승이 그들에게 더 큰 의미로 남았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 사우디와 일본의 선전

이번 월드컵은 처음으로 북반구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었던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 동안 개최국이 첫 경기를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는데, 개막전에서 카타르가 에콰도르에게 첫 경기를 패한 것을 시작으로 이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기록된 경기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2일에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르헨티나 격파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4년 미국 대회에 첫 출전했을 때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매번 조별 리그에서 다른 팀들의 희생양이 되었던 팀이었다.

이전까지 21번 열렸던 FIFA 월드컵에서 개최국이나 개최 대륙에 속한 팀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통계가 있다. 21번의 월드컵 중 개최국이 우승한 사례만 해도 6번이나 되고(1930, 1934, 1966, 1974, 1978, 1998), 6번(1958, 1970, 1986, 1994, 2002, 2014)을 제외한 나머지 15번의 월드컵은 개최한 대륙에서 우승 팀이 나왔다.

아시아 최종 예선 B조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은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각각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충격에 빠뜨렸다. 두 팀 모두 업그레이드된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강력한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물론 모든 아시아 팀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본선에 처음 참가했던 카타르는 본선이라는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경기 전부터 선수들의 표정에서 드러났고, 결국 개막전에서 홈 팬들조차 실망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아시아 최종 예선 A조를 1위로 통과한 이란은 본선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를 만나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2-6). 다만 이 경기에서는 이란의 주전 골키퍼였던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가 경기 시작 8분 만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고, 이 여파로 전반 19분에 교체되는 등 경기 흐름에 영향이 컸다.

대륙 플레이 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에 합류했던 호주도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게 대패를 당했다(1-4). 호주도 8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이변을 연출하는 듯 했으나, 올리비에 지루(AC 밀란)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망) 등의 활약으로 리드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패배를 거울 삼은 다른 강팀들

아르헨티나와 독일이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는 두 팀 모두 먼저 선취 득점을 올렸으나 이후 추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해 경기 내내 불안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팀 모두 페널티 킥으로 선제 골을 넣었을 뿐 그 이외의 상황에서 경기를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우승까지 경험했던 두 팀이 언더독이라 불리던 아시아 팀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을 본 다른 강팀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별 리그를 치르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량 득점 경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B조에서만 해도 잉글랜드가 이란을 상대로 6-2 대승을 거뒀다. 이란의 주전 골키퍼가 경기 초반 치명적인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이러한 이란의 빈 틈을 놓치지 않고 무려 6골을 작렬하며 다득점 우위를 대비했다. 다만 잉글랜드는 경기 후반 이란에게 2점을 실점하며 다소 아쉬운 수비를 보이기도 했다.

D조에서도 프랑스가 호주에게 4-1이라는 넉넉한 점수 차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 불의의 일격을 맞았으나, 금세 분위기를 정비했고 확실하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러시아 대회 때 한 골도 넣지 못했던 지루도 2골을 넣었고, 프랑스의 에이스 음바페도 호주의 수비진을 농락하는 현란한 플레이를 펼쳤다.

24일에 있었던 E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는 스페인이 독일의 패배에 자극을 받은 모습이었다. 스페인은 대륙 플레이 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에 합류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스페인 특유의 티키타카를 연출하며 경기 내내 코스타리카를 압도했다. 코스타리카가 경기 중 코너킥과 슛이 단 1개도 없었을 정도로 완벽한 압도였다.

스페인은 이날 경기에서만 무려 1043회의 패스를 기록했다(패스 성공률 94%). 그 과정 속에서 전반에 3골, 후반에 4골을 포함하여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7-0 대승을 거뒀다. 한 경기에서 7득점 이상으로 승리한 경기는 2014년 브라질 대회 준결승전(독일이 브라질 상대로 7-1 승리) 이후 8년 반 만이었다.

스페인은 승리 뿐만 아니라 다음 경기인 독일과의 맞대결까지 준비하는 모양새였다. 조별 리그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승부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베테랑 선수들을 일찍 교체하면서 체력 안배에 들어갔다. 스페인은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는 교본을 확실히 보여 준 셈이었다.

우루과이와의 맞대결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이제 24일 밤에는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 2회를 기록했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하게 된다. 우루과이는 월드컵 역사 초창기였던 1930년 제 1회 대회를 개최하여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대전이 끝난 뒤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도 결승 리그 1위를 차지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우루과이는 그 이후 추가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남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이 무려 5회 우승을 기록하며 최강자로 등극했고, 우루과이는 대륙 플레이 오프에서 호주에게 덜미를 잡혀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만났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는데, 경기 후반에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0-1로 아쉽게 패했던 것이 월드컵에서의 첫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났던 경기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16강전이었다. 당시 A조를 1위로 통과한 우루과이와 B조를 2위로 통과한 대한민국의 맞대결이었는데, 서로 치열한 공격을 주고 받은 끝에 역시 1-2 한 점 차로 아쉽게 패했다.

친선 경기까지 합해도 우루과이를 만났을 때 1982년 인도 네루컵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6경기를 내리 패했다. 그러나 2018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2018년 10월 12일 대한민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A매치에서 첫 승리를 기록한 좋은 기억도 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남아메리카 팀을 상대로 1무 4패를 기록하고 있다. 무승부 1경기는 1994년 미국 대회에서 만났던 볼리비아로 월드컵 본선에 자주 등장하지 못하는 남아메리카 하위권 팀이었다.

우루과이에게 승리했던 가장 마지막 대결의 경우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가 개인 사정으로 경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우루과이는 그 당시 바로 다음 경기에서 일본과 맞대결했는데 이 경기에서도 수아레스의 부재 영향으로 일본에게도 패했다.

비록 우루과이의 에이스 수아레스가 없었던 경기에서 이긴 것이지만, 그 동안 우루과이에게 절대 열세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이 우루과이와의 최근 경기에서 승리했던 것은 나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우루과이가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월드컵 우승 경험 팀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는 대한민국 팀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한일 관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얽혀서 심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필 조별 리그 일정이 G조와 H조가 가장 마지막 날에 시작하는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어 그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어쨌든 월드컵 본선은 시작했고, H조의 조별 리그가 시작되는 날이 밝았다. 대한민국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황희찬(울버햄튼)을 포함하여 최종 선수 명단을 제출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아시아의 다른 팀들처럼 대한민국도 우루과이를 상대로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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