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카타르 대이변... '기적의 용병술' 일본, 독일에 대역전승

박시인 2022. 11. 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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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독일 1-2 일본

[박시인 기자]

 2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 독일 요주아 키미히가 슛 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설마 두 번 당할 줄은 몰랐다. 독일이 4년 전 한국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에게 무너졌다. 일본은 '도하의 기적'을 연출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이변을 만들었다. 

일본은 2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일본, 후반 공격적인 전술 변화로 강호 독일 격침

두 팀 모두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독일은 카이 하베르츠를 원톱, 자말 무시알라-토마스 뮐러-세르주 그나브리를 2선에 포진했다. 일본은 전방에 마에다 다이젠, 2선에 쿠보 다케유사-카마다 다이치-이토 준야를 배치했다.  

독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변형 포백을 운용했다. 왼쪽 풀백 다비드 라움이 높은 지점으로 올라가고 오른쪽에 위치한 니클라스 쥘레는 후방에 내려앉았다. 대신 오른쪽 윙어 그나브리가 넓게 벌려서 터치 라인에서 움직였다.

전체적으로 일본이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고, 독일의 패스 경로를 효과적으로 막아서는 전반전의 흐름이 이어졌다. 독일은 후방에서 공 소유 시간을 길게 가져갔을 뿐 하프 라인을 넘었을 때의 빌드업 체계는 세밀함이 크게 떨어졌다. 귄도안과 키미히가 중원에서 패스 루트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그만큼 일본의 압박 타이밍과 강약 조절이 뛰어났다. 

물론 슈팅 숫자는 독일이 훨씬 많았다. 전반 16분 코너킥 상황에서 뤼디거가 좋은 위치를 선점한 뒤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문 오른편으로 빗나갔다. 전반 27분 귄도안이 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일본은 수비 최종 라인을 너무 후방으로 내리면서 독일에게 전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이에 독일은 서서히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며 공격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31분 키미히가 왼발로 전환 크로스를 올리면서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라움이 결정적인 노마크 상황을 맞았다. 이후 곤다 골키퍼가 라움에게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전반 33분 키커로 나선 귄도안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독일은 전반 막판에도 몇 차례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42분 무시알라, 뮐러를 거쳐 키미히의 중거리 슈팅까지 연결됐지만 골문을 크게 넘겼다. 2분 뒤에는 무시알라가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일본은 전반 50분 가장 좋은 기회를 무산시켰다. 왼쪽에서 나가토모가 접어놓은 뒤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마에다가 머리로 방향을 바꿨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일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구보 대신 도미야스를 넣고, 3-4-3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센터백의 왼쪽 한 자리에 도미야스, 왼쪽 윙 포워드로 가마다가 자리를 옮겼다. 

독일은 후반 1분 역습 상황에서 뮐러의 패스에 이은 그나브리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5분에는 박스 안에서 무시알라가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 여러 명을 따돌리고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넘겼다. 

일본은 후반 12분 마에다 대신 아사노, 나가토모 대신 미토마를 교체 투입해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 라인을 최대한 올리고 전방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서로 난타전 성격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후반 14분 무시알라의 패스를 받은 귄도안이 중앙에서 시도한 슈팅은 골대를 스쳐나갔다. 1분 뒤 일본이 역습으로 3:3 상황을 만들었고, 마지막 아사노의 왼발슛은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24분 독일은 호프만, 그나브리의 연속 유효 슈팅이 전부 곤다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일본은 2선 자원인 미나미노, 도안까지 투입하며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가동했다. 좌우 윙백에 미토마, 이토가 포진하는 이례적인 형태였다. 중원은 엔도-다마다, 최전방은 (왼쪽부터) 미나미노-아사노-도안이 배치됐다.

일본은 후반 28분 문전에서 사카이이 빅찬스 미스를 범한 아쉬움을 2분 뒤에 털어냈다. 후반 30분 미토마로부터 시작된 패스에서 왼쪽 하프스페이스를 파고든 미나미노의 크로스가 노이어 골키퍼 손을 스치며 흘러나왔다. 이때 대기하던 도안이 왼발로 마무리지었다. 

다급해진 독일도 후반 34분 괴체, 풀크러그를 교체로 넣으며 공격진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독일은 후반 38분 다시 한 번 일본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다. 이타쿠라가 길게 넘겨준 롱패스를 받은 아사노가 박스 안으로 돌진하며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이후 일본은 수비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며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내 기적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독일, '카잔의 비극' 이은 또 하나의 망신
 
 2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일본 선수들이 기뻐하며 그라운드로 뛰어들고 있다. 2022.11.24
ⓒ 연합뉴스
 
독일은 4년 전 러시아에서 역사상 최악의 참사를 당했다. F조에서 최약체로 분류된 한국에 0-2로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른바 '카잔의 비극'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역대 월드컵에서 독일이 아시아팀에 거둔 첫 번째 패배이자, 1938년 대회 이후 80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그래서인지 4년 만에 열리는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요주아 키미히는 일본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승리 의지는 대단하다. 우리는 한국전에서 끔찍한 일을 겪은 뒤 4년 반 동안 기다렸다"고  각오를 보였다.

이날 일본은 독일을 맞아 강하게 저항했다. 일사불란한 수비 조직력으로 독일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플릭 감독이 지난 1년 동안 다져온 비대칭 포백 운용이 빛났다. 왼쪽 풀백 라움은 쉴 새 없이 일본의 오른쪽 뒷 공간을 파고들었다. 전반 중반까지 존재감이 없었던 키미히는 전반 31분 일본 압박을 벗겨내는 왼발 공간 패스를 찔러 넣으며, 라움이 페널티킥을 유도하는데 결정적인 단초 역할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 앉을 일본이 아니었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들어 스리백으로 바꾸고, 공격 지향적인 윙어를 좌우 윙백에 놓는 공격적인 전술을 감행한 것이 적중했다. 강한 전방 압박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에서 속도감 있는 움직임으로 독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후반에 교체 투입한 미나미노, 도안, 아사노가 득점에 관여했다. 후반 30분 미나미노와 도안이 동점골을 합작했으며, 후반 38분에는 전방 공격수 아사노가 역전골을 작렬했다. 이른바 '도하의 기적'이었다. 독일은 아시아 국가에게 2연속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1차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카타르 도하 - 2022년 11월 23일)
독일 1 - 귄도안(PK) 33'
일본 2 - 도안 75' 아사노(도움:이타쿠라) 83'

선수 명단
독일 4-2-3-1 : 노이어 – 쥘레, 뤼디거, 슐로터벡, 라움 – 키미히, 귄도안(67'고레츠카) – 그나브리(90'무코코), 뮐러(67'호프만), 무시알라(79'괴체) - 하베르츠(79'풀크러그)

일본 4-2-3-1 : GK 곤다 – H.사카이(74'미나미노), 이타쿠라, 요시다, 나가토모(57'미토마) - 엔도, 다나카(71'도안) - J.이토, 가마다, 구보(46'도미야스) - 마에다(57'아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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