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결제하고 갔는데 추가금 내라고? 깨알글씨 꼼수에 당했다

최승표 2022. 11.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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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해외호텔을 예약할 때는 현장에서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없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수영장, 주차장 사용료 명목으로 '리조트 피'를 따로 받는 숙소가 있어서다. 중앙포토
인터넷으로 항공권과 숙소를 직접 예약하면 싸다. 그러나 싼 게 다가 아니다. 주의할 부분이 많다. 여행지에 가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을 낼 수 있고, 덜컥 예약했다가 취소도 못하고 일정을 바꿀 수도 없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 산하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9개 온라인 여행사(OTA)를 조사한 뒤, 숙소에서 추가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 있는데도 잘 밝히지 않는 업체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주로 미국 하와이나 라스베이거스 소재 호텔이 수영장·무선 인터넷 사용, 주차비 등을 명목으로 ‘리조트 피(Fee)’, ‘어메니티 피’를 따로 받고 있다. 1박 기준 20~80달러 선이니 적지 않은 금액인데, 이를 모르고 갔다가 숙소에서 결제 요청을 받고 당황한 여행객이 많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관광세’를 숙소에서 별도로 내야 하는 곳도 많은데, 이런 정보가 잘 눈에 띄지 않는 여행사 사이트도 있다.

한 온라인 여행사에서 하와이 특급호텔 가격을 검색해봤다. '리조트 피'를 숙소에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최종 결제 단계에서 눈에 잘 띄지 않게 표시했다. 1박 숙박비가 500달러(67만원)인데 리조트 피는 42달러(5만6000원)다. 사진 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아고다·모두투어·트립비토즈 같은 업체가 숙소 검색화면에서 리조트 피에 대해 안내하지 않고, 업체 대부분이 결제 화면에서도 작은 글씨로 표시한 탓에 고객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리조트 피를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불공정거래로 보고 최근 조사에 나섰다”며 “호텔이 온라인여행사에 주는 예약 수수료를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일종의 꼼수”라고 말했다. 수영장이나 주차장을 안 쓴다고 리조트 피가 면제되진 않는다. 모든 투숙객이 내야 한다. 다만 하와이에도 리조트 피가 없는 숙소가 있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숙소가 있으니 결제 전에 꼼꼼히 살피는 게 좋겠다.

‘환불 불가’ 조건도 잘 살펴야 한다. 할인 폭이 클수록 환불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항공사의 항공권은 일부라도 환불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을 따르기 때문이다. 출발 91일 전이라면 100% 항공료를 돌려받을 수 있고, 출발 3시간 전까지도 위약금 일부를 떼고 환불해준다. 위약금 기준은 항공사마다 다르다. 해외 도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한국의 결제시스템을 쓰지 않는 항공편은 환불받기 어렵고 일정 변경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환불을 신청하면 결제 수단 대신 적립금 형태로 돌려주는 외국 항공사도 많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다.

한 인터넷 여행사에서 방콕~치앙마이 국내선 항공권 구매 조건을 살펴봤다. 환불뿐 아니라 일정 변경도 되지 않는다. 이런 정보는 눈에 잘 띄지 않으니 결제 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사진 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기자도 인천~방콕~치앙마이 항공권을 샀다가 취소한 경험이 있다. 인천~방콕 왕복 항공료는 70% 환불을 받았지만, 방콕~치앙마이 태국 국내선 항공권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외국 여행사 사이트에서 저비용항공의 할인 항공권을 산 탓이다.

익스피디아·부킹닷컴 같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를 이용한다면, ‘원화 결제’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 보이는 가격과 카드요금이 청구될 때 차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중 환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행 갈 나라의 화폐나 미국달러로 결제하는 게 낫다. 카드사의 ‘원화결제 차단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 실수로 원화로 결제했을 때 여행사에 차액 환불을 요구하면 돌려주기도 한다. 다만 성가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같은 결제 방식을 도입한 글로벌 업체도 생겼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표시 가격 그대로 나중에 청구된다.

호텔을 예약할 때는 지불 방식도 잘 선택해야 한다.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후지불이나 숙소 현장 결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비용을 따지면 즉시 결제가 제일 낫다. 중앙포토

아고다처럼 ‘후지불’ 방식을 도입한 업체도 있다. 여행을 취소하거나 날짜를 바꿀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결제요금이 훌쩍 뛸 수도 있다. 여행 일정이 확실하다면 즉시 결제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카약 같은 가격 비교사이트가 인기다. 가격만 비교해주고 항공사나 여행사 사이트로 연결해준다. 최저가만 보고 아무 사이트에서나 예약하면 후회할 수 있다. 믿을 만한 업체인지, 한국에 사무소는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겠다. 키위닷컴·고투게이트처럼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도 직원 상담조차 쉽지 않은 업체가 많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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