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사 이후 첫 거리응원, 안전시스템 재점검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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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교통·의료 등 새 비상체제 가동해
‘안전한 위로와 연대의 공간’으로 승화하길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길거리 단체응원이 논란 끝에 24일 밤 서울·인천·수원·전주 등 전국 12곳에서 열린다. 10월 29일 핼러윈 축제 와중에 압사사고로 158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대규모 옥외 군중 행사가 재개되는 셈이다. 대규모 인파 관리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안전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질서 있는 선진 시민의 응원 문화를 입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지구촌의 초대형 축제고, 우리 대표팀이 1954년 이후 열한 번째 본선에 진출해 팬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월드컵이 이태원 참사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20일 개막하는 바람에 길거리 응원이 무산되는 듯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이태원 참사 열흘 전인 10월 18일 길거리 응원을 위해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며 지난 4일 취소했다. 그런데 취소 결정을 놓고 찬반이 갈렸다. 추모 분위기를 차분히 이어가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질서 있게 응원해 안전한 위로와 연대의 공간으로 승화하자는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렸다.
이런 여론에 힘을 얻은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지난 17일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허가를 신청했다. 종로구는 안전관리 대책 미흡을 이유로 한 차례 반려했고, 결국 22일 서울시는 야간시간대 안전 확보, 원활한 동선 관리 등을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해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길거리 응원이 4년 만에 열릴 수 있게 된 이번 논의 과정에서 안전한 응원과 진정한 추모를 동시에 고민한 붉은악마의 성숙한 자세는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안전관리 책임을 붉은악마에만 떠넘기지는 말아야 한다. 이태원에서 국민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경찰을 비롯해 소방청과 지자체도 통렬히 반성하는 자세로 이번 응원이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빈틈없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대표팀의 세 경기(24일 우루과이, 28일 가나, 12월 3일 포르투갈) 모두 야간에 열리고, 광화문광장에만 1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찰·소방·교통·의료 등의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마땅하다.
올해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로 대표팀이 4강 신화의 쾌거를 거둔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벤투호 캡틴 손흥민 선수는 안와골절 수술을 받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출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아픔을 딛고 승리를 향해 다시 도전하는 손 캡틴을 비롯한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하면서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빈다. 안전을 전제로 다시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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