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팅 필수! 늦으면 못 가는 스테이 디자이너, 강해천

2022. 11.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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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일독일박, 누와, 제주 와온, 조천댁, 스테이 소도의 공통점은? 예약 오픈일마다 순식간에 몇 달 치 예약이 꽉 찬다는 것. 한옥 무드의 스테이를 만들고 브랜딩하는 Z_Lab의 강해천 소장은 하이테크의 시대에 오히려 로테크에 대한 열망이 강해질 것이라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자연, 상생그리고 한순간의 ‘신’이 아닌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가 쌓이는 ‘시퀀스’에 있다.
「 Z_Lab 강해천 」
혜인서처럼 결이 비슷한 브랜드와 작업할 때는 사진과 비주얼 디렉팅을 모두 맡아 그의 무드에 한껏 취한 작업물이 나오는가 하면, 구찌나 나이키 등의 니즈가 확실한 브랜드와 작업할 때는 그 니즈를 120% 실행해낸다.

Q : Z_Lab(이하 지랩)은 주로 서촌, 제주 등 한국의 지역색이 묻어나는 공간에 자리한 고택, 농가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한옥 스테이를 만드는 건축 사무소 겸 디자인 그룹이다. 공간의 비주얼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만드나?

A : 기획, 건축 설계 및 시공부터 그 안에 들어갈 가구, 조명, 젓가락과 숟가락까지 다 놔드린다. 차와 커피, 인센스 스틱까지도 하나하나 엄선해 어떤 위치에 어떻게 놓을지, 어떤 수종의 나무와 허브를 심어 가드닝할지 등을 정하는 것까지 우리 일이다. 나아가 브랜딩과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모든 가구와 소품은 우리와 협업하는 외부의 젊고 감각 있는 전문 브랜드에 의뢰해서 받거나, 함께 제작하기도 한다. 이들과는 정기적으로 ‘디자인 트립’, 해외 답사나 지역색이 있는 국내 지방으로 워크숍을 가면서 가치를 공유한다.

Q : 지랩이 만든 스테이는 예약 페이지가 열리는 날 정시에 접속해 ‘피케팅’해도 몇 달 치 예약이 순식간에 다 차버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늘 궁금했다. 어떤 기준으로 공간을 만드나?

A :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에 동시대 사람들이 점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웃음) 우리가 관심을 가진 건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건물, 한옥, 제주의 돌집이었다. 지금은 돌집 스테이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지만, 우리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돌집은 사람이 못 살 곳이라고 했다. 바람 통하고 비 새는 곳이라고. 제주에 버려진 돌집도 허다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건축에 대한 애정이 있고 껍데기가 아니라 골조를 보는 사람들이기에 가치를 알아봤지. 구옥엔 이야기가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분위기는 빨리 소진되고 잊히지만, 이야기가 있는 공간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쌓인다. 우리가 구옥과 한옥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사실 우리가 큰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여러 층의 현대식 건물에 집중했을 거다.(웃음) 건축 사무소의 수익은 평 단가에서 나오니까. 하지만 우리가 멋지다고 여기는 건 고유한 자기 이야기를 가진 공간이다.

Q : 충남 서산에 있는 낡은 식당을 스테이로 만든 제로플레이스로 시작했다.

A : 당시 지랩의 대표였던 이상묵 대표의 아버님 댁이었다.(웃음)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누가 일을 맡기겠나. 일단 아버지 댁부터 시작한 거다. 그렇게 시작해 올해 10년이 됐다.

와온 제주 함덕리에 위치했다.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담의 모습. photo by Texture on Texture

Q : 창신동의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창신기지, 가좌동에 400년간 자리를 지킨 심씨 일가의 고택을 탈바꿈한 신진말 파빌리온, 제주 돌집을 살린 조천댁, 춘천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오월학교 등 공간마다 품은 사연도 다양하다. 이런 집들은 대체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나?

A : 사연을 가진 집이 우리를 찾아온다.(웃음) 할머니가 살았던 집, 어쩌다 물려받은 시골집, 골칫거리가 된 빈집, 한국엔 그런 집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걸 고쳐서 사랑받는 스테이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전국 각지의 사연 있는 집이 의뢰를 하는 거다. 처음 현장에 가보면 무서울 때가 많다. 폐교였던 오월학교를 실측할 땐 부스럭 소리가 나면 뛰쳐나오고 그랬다.(웃음) 하지만 버려진 공간을 되살려주면 성주신도 좋아하지 않을까?(웃음) 어쨌든 우리가 보고자 하는 건 오랫동안 방치되어 허물어진 외관이 아니라 건물의 골조, 공간감, 배치, 비례감이다. 건물로 둘러싸인 빈 공간에서 오는 안정감을 ‘위요감’이라 하는데 그것 역시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런 좋은 뼈대만 갖췄다면 얼마든지 멋진 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다.

Q : 결이 맞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났네.

A : 맞다. 사실 우리는 모든 의뢰를 다 받진 않는다. 돈 벌 생각만 앞서는 의뢰는 사양한다. 판단 기준은 셋이다. 의뢰인이 우리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거나, 정말 멋진 풍경을 가진 땅이거나, 대표 중 한 명이 꼭 하고 싶거나.(웃음)

Q : 지랩이 짓는 한옥은 요즘 감각으로 재구성한 한옥이다. 고전미를 가진 동시에 요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건물을 어떻게 짓나?

A : 우선 편안함을 제공해야겠지. 한옥 독채 숙소가 인기라지만, 안동에 있는 고택이 예약이 터져 나가지는 않는다. 한옥의 무드를 내되 요즘 사람들의 생활과 미감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중요한 건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거다. 한국적 미를 보여주는 요소를 강조하고, 새로운 디자인은 최대한 정제해 미니멀하게 넣는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기존의 구조, 재료에 반하지 않도록 조화롭게 더하는 작업을 한다. 원래 있었던 애들이 돋보여야 하고, 덧대는 애들은 원래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있어야 한다.(웃음) 거기서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주고 싶다면, 가구나 조명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더할 수 있다. 이런 건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언제든 다시 연출할 수 있는 부분이다.

Q : 다시 말해 지랩이 한옥을 잡지 〈킨포크〉 무드로 짓는 유행을 선도했달까.

A : 지금 우리 사무실에도 이렇게 〈킨포크〉가 몇 권 있다.(웃음) 공간을 아우르는 톤&매너를 참고한다. 우리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때가 묻게, 그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같이 늙어가는 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킨포크〉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누정 누하동, 누각 누에 정자 정을 써서 누각 밑 정자라는 뜻으로 지었다. 기와 위 하늘로 수풀이 솟았다. photo by 박기훈

Q : 한옥이 그러하듯,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는 정경을 만드는 데 진심인 것 같다.

A : 진심이다.(웃음) 최근 제주 명월리에 잔월이라는 스테이를 만들었다. 수명이 400년은 되는 팽나무가 군집한 동네인데, 우리는 그 나무들이 그 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무를 베지 않고 피해 건물을 앉히고, 각 채를 지붕으로 연결했다. 꼼꼼히 실측했음에도 팽나무가 누워 자라는 수형이라 지붕에 닿는 부분이 생겼는데, 우리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게 아니라 지붕을 잘라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는 건물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기하게 여길 수 있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건축이 딛고 있는 땅의 환경을 존중하는 게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판단했고, 그 풍경을 지키는 게 미적으로도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잔월은 지난해 제주 건축문화대상을, 올해 한국건축대상 우수상을 받았다.(웃음)

Q : 목재와 석재, 흙 같은 자연의 소재와 친해 보인다.

A : 맞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재료다. 우리가 만든 공간에선 거의 벽지를 쓰지 않고, 규조토나 자연의 색을 가진 흙을 섞어 마감한다. 한옥 서까래 사이에 있는 회벽처럼 말이다. 이런 건 낡고 손때가 타도 멋있다. 우리 내부에서 금기시되는 재료는 시트지, 강마루, 합판, 플라스틱 같은 인위적인 것이다. 이것들은 처음 2~3년은 깔끔해 보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추해진다.

Q : 그렇게 만들어진 지랩의 공간들은 미니멀하다.

A : 우리는 공간을 비틀고 뒤집고 과장하는 것보다 더 정제하고 더 집중해 그 안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만지는 걸 좋아한다. 그걸 미니멀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

Q : 서촌에 가장 많은 스테이를 만들었고, 사무실도 거기 있다. 그 동네에 매혹된 까닭은 뭔가?

A : 서촌과 북촌 모두 한옥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집의 규모와 분위기가 다르다. 북촌은 조선시대부터 관료들, 중산층이 살았던 동네라 잘 만들어진 미음자집, 기역자집이 많다. 그런데 서촌은 나인들, 서민층이 살았던 동네라 규모가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고 의외성이 있는 공간도 발견할 수 있어 재미있다.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랄까. 동시대에도 그 분위기에 매혹되어 서촌에 둥지를 튼 지역 예술가, 소규모 디자인 팀이 많아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있다.

카페 오롬마르 제주 말로 ‘산마루’라는 뜻. 제주의 붉은 돌과 석양이 모티브. 연필로 주문서를 써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photo by 한정우

Q : 그리고 서촌 일독일박으로 히트를 쳤다.

A : 그때 서촌에 ‘한권의 서점’이라는 매달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방, 공예품을 큐레이션해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촌도감도 함께 기획해 운영했다. 지금은 소규모 양조장도 준비 중이다. 일본 소도시의 사례 중 ‘마을 호텔’이란 개념이 있더라. 마을 호텔은 마을 여기저기에 방들이 있고 그걸 하나로 묶어주는 컨시어지가 있는 케이스다. 우리도 서촌에 그렇게 접근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Q : 한편 제주는 지랩의 제2의 고향 같은데.

A : 제주는 돌섬이기 때문에 검은 현무암, 푸른 하늘, 초록색 숲의 3가지 선명한 색감과 이미지를 기조로 작업한다. 눈먼고래로 시작해 와온, 조천댁, 스테이 소도, 아녹 등 많은 공간을 만들었는데, 골칫거리 취급받던 제주의 돌집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변화시켰다는 게 뿌듯하다.(웃음) 하지만 후발 주자들이 비슷한 공간을 계속 재생산하면서 이미지가 소진돼, 최근엔 신축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물론 신축한다 해도 우리는 원래 있던 건물처럼 주변 환경에 잘 묻어가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Q : 주변 경관과의 어우러짐이 지랩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 같다.

A : 강원도 양양에 큰 규모의 브리드 호텔을 만든 적이 있다. 그 땅에서 실제로 지을 수 있는 용적률, 최대한의 볼륨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다 채워버리는 건 주변 작은 건물에 비해 너무 폭력적인 작업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덩어리를 쪼개 세 채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층층을 나눠 엇갈리게 설계했다. 볼륨을 쪼개고 높이를 다르게 하며 주변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다. 우리는 도시에서든 자연에서든 주변의 콘텍스트를 읽고 융화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Q : ‘오롬마르’, ‘아녹’이란 이름은 제주 방언에서 따온 것이라고. 지랩의 공간과 어울리는 브랜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A : 내부에 브랜드 팀이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공간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가 각각 한 명씩 붙어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네이밍부터 BI를 만들어간다. 제주에서 7년 이상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토박이분들과 자주 교류하는데 동네의 역사, 이야기, 소문 같은 것들을 알려주시기 때문에 거기서도 힌트를 얻는다. 그리고 제주 방언 사전을 참고해가며 어감이 좋은 말들을 찾아 이름을 붙인다.

잔월 팽나무 군락이 자리한 제주 명월리, 나무를 베지 않고 지붕을 베어 앉혔다. 2021 제주 건축문화대상과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Q : 레드닷 디자인 어워즈 2018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 리테일 부문을 수상한 캠핑 공간도 재미있다. 캠핑이 본격 유행하기 전부터, 제주의 방사탑과 돌무덤을 떠오르게 하는 로지 사이트를 배치해 구성했다. 건축물을 떠나 공간을 바라보는 지랩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업이다.

A : 이 공간은 오름과 초원, 말 목장에 둘러싸인 사이트다. 건축을 하되 건축이 공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최소화해 배치하고, 빈 공간이 더 드러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겠지만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설계한 라빌레트 공원 폴리를 오마주해 작업한 것이다. 추미는 ‘폴리’라고 부르는 빨간 조형물을 넓은 공원 여기저기에 배치해 어떤 건 아이스크림 가게, 어떤 건 놀이터, 어떤 건 안내소로 사용하며 전체 공원의 신을 해치지 않는 오브제로서 작동하도록 설계했는데, 우리도 이 캠핑 공간을 그런 식으로 연출해보고 싶었다.

Q : 자, 사실 이게 가장 궁금했다. 이런 한옥 혹은 〈킨포크〉 무드의 독채 숙소들이 이렇게 성업할 걸 어떻게 예상했나?

A : 지랩을 창업한 이상묵 대표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젊은 시절 연애할 당시 여자 친구랑 놀러 가고 싶어서 숙소를 찾아보면 다 모텔 아니면 펜션이더란다. 그때는 디자인 펜션이라는 것의 미감도 굉장히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도저히 견디다 못해 내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웃음) 여기서 중요한 건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여행을 갈 때 관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썼다면, 이젠 편안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머무는 데 시간과 비용을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하루 자고 가는 숙소가 아닌 머무는 개념의 ‘스테이’라 칭하며 지랩과 함께 스테이 큐레이팅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를 시작했고, 요가를 하는 브리드 인 제주, 책을 읽는 일독일박, 텃밭에서 직접 수확해보는 팜스테이 송당일상 등 콘셉트가 있는 스테이를 만들었다. 이미지가 경험으로 확장되면서 이 공간들은 특별한 가치가 생겼다. 이렇게 콘셉트한 스테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든 스테이에 TV를 넣지 않고 음악, 향기, 목욕 등 오감을 채우는 경험을 하게 했다. 휘발되는 이미지가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의 힘은 강력했고,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끼리만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니즈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Q : 이 시대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의 홍수다. 그 속에서 지랩이 지향하는 아름다움은?

A :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건 피드에 게시하기 좋은 파편적인 이미지라는 거다. 그 이미지 속에 있는 게 진짜 원목인지 필름지인지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이미지니까. 그런데 우리는 원목을 쓴다. 그 질감과 향기까지 체험으로 제공하고 싶으니까. 우리도 사람들이 오고 싶게끔 만드는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지 많이 고민하는데, 결국 우리가 선보이고 싶은 건 ‘신’이 아니라 ‘시퀀스’다. 공간에 시간이 결합한 형태.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흐르는 시선. 동영상의 형태가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더 가까울 수 있겠다. 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동영상보다도 직접 체험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것이다.

Q :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 공간에 대한 밈이 많다. 테마파크 같은 포토존에, 불편한 의자에, 엄청나게 낮은 테이블이 놓인 카페 같은. 이런 미감에 대해 지랩은 어떻게 생각하나?

A : 소모적이지.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을 못 나가고 국내에서만 이미지를 소비하다 보니 그렇게 꾸며진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대리 만족을 하는 것 같다.(웃음) 하지만 공간은 결국 오래 있어도 편안하고, 두 번 세 번 가고 싶어야 살아남는다.

제주 귀덕리, 오랜 시간 바닷바람을 막아준 돌집을 리모델링해 ‘아늑하다’의 제주 방언 ‘아녹’이라 이름 붙인 돌집 스테이 마루와 황토로 오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소창 원단의 포근한 패브릭·리넨·한지로 만든 침구와 커튼 덕에 따듯한 공간이 탄생했다.

Q : 이 시대에 필요한 공간 미감이란?

A : 사람을 위한 것. 로테크하고 인간적인 것. AI와 로봇, 메타버스의 세상이 올 거라고 하지만 인간이 과연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가상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질 거다. 거기에 오래되어 역사가 있는, 수공예로 만든, 아날로그적 미감을 가진 것들이 더 가치를 갖게 되겠지. 이미 지금도 사람들은 음악을 듣더라도 유튜브 뮤직을 에어팟으로 듣기보단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려 듣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티백이 아니라 원두를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일을 더 가치 있고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나.(웃음)

Q : 당신은 어떤 집에 사는지 궁금하다.

A : 사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웃음) 그런데 아파트 같지 않게 리모델링을 했다. 목재를 많이 썼고, 거실은 흙으로 미장했고, 안방엔 벽지 대신 한지를 발랐다. 산 밑에 있어 습한 집인데 리모델링을 하니 한지가 습기를 먹어 습도 조절이 되고 좋더라. 한옥이 쾌적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Q : 최근 가장 시선을 사로잡았던 비주얼은 뭔가?

A : 한라산. 팬데믹 이전엔 매년 해외에 나가 북유럽의 가구와 조명, 베를린의 갤러리에서 영감을 받곤 했다. 그런데 3년간 어디에도 나가지 못하고 인스타그램만 주야장천 들여다보니 시각 정보의 섭취량이 너무 많아져, 실제로 가서 봐도 낯선 것에서 오는 경외감이 들지 않더라. 그런데 한라산은, 우리가 제주에 자주 가서 보는 것임에도 달랐다. 어느 날 코너를 돌자마자 마주친 한라산의 모습이 털이 쭈뼛 설 정도로 위엄이 있더라. 그렇지, 이게 제주지, 싶었다. 그것이 매번 표정을 달리하는 자연의 힘인 것 같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그런 연장선에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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