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사칭 전화에 속은 폴란드 대통령, 속마음 털어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과 통화
두다 대통령 “러시아와 전쟁 바라지 않아” 입장 강조
젤렌스키 대통령, 존슨 전 총리 등도 속여 … 연락처 입수 경위 조사 중

지난 16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보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에 속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DPA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인 코미디언은 러시아제 미사일이 폴란드 국경도시에 떨어져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던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에게 자신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라고 속인 후 통화에 성공했다.

이 러시아인은 통화를 러시아 영상 사이트인 '루튜브'에 올렸으며 폴란드 대통령실도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7분 3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두다 대통령은 "마크롱, 전화해 줘서 정말 고마워. 쉽지 않은 상황이야. 우리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졌어. 러시아제 미사일이야"라고 말했다.

이후 코미디언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 책임이라 생각하냐"라거나 "젤렌스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재차 물었다. 또 "러시아 미사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자 두다 대통령은 "난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아. 매우 매우 조심하고 있어"라고 말한 후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었다.

통화에서 언급된 러시아 미사일은 지난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하던 중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도시 프셰보도프로에 떨어진 것을 말한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 공격한 것으로 확인되면 전쟁이 러시아와 나토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졌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도 언급

두다 대통령은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 조약기구(NATA·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을 러시아 책임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나토 조약은 4조만 말하는 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폴란드는 두다 대통령을 속인 코미디언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조사 중이다. 이번 통화를 기획한 러시아 코미디언은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 인물을 사칭해 다른 지도자들을 속여왔다.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척하면서 전화한 적이 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