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긴 빚 2000만원, 애틋했던 커플에게 찾아온 위기
[김진수 기자]
▲ 23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그 겨울, 나는>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권소현, 오성호 감독, 권다함. |
ⓒ 김진수 |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는 경학(권다함)과 취업준비생 혜진(권소현)은 늘 서로를 응원하는 스물아홉 동갑내기 커플이다. 둘은 동거할 정도로 애틋하다. 하지만 경학이 어머니의 빚 2000만 원을 당장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급전이 필요하게 되자 경학은 중고 오토바이를 사서 배달업에 나선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려고 하지만 피곤해서 그마저도 여의찮다.
그 사이 혜진은 중소기업에 취업한다. 녹록지 않은 사회생활에 피로가 쌓인다. 그런 와중에 공부를 손에 놓은 경학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 영화 <그 겨울, 나는>의 한 장면 |
ⓒ ㈜더쿱디스트리뷰션 |
이 이야기는 오성호 감독이 3년 전 겨울 우연히 본 어떤 광경에서 시작했다. 오 감독은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제가 막노동일을 9년 동안 했다. 함마드릴로 벽을 깨는 작업을 하다가 기계 반동 때문에 어금니가 깨진 적 있다"며 "당시 제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돈이 없는데 큰 돈 쓸 걸 생각하니까 속상하고 부담됐다"고 했다.
툴툴대면서 집에 가던 오 감독 앞에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오 감독은 "전에는 안 보이던 (배달) 라이더가 눈에 보였다. 그 오토바이 소리가 슬프게 들렸다. 내모습 같기도 했다"며 "그 순간 결심했다. 돈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중요 소재인 '빚'에 대해선 "결국 돈이 인간관계의 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돈 때문에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과 가난이 이 연인의 결속을 해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며 "2000만 원으로도 나비효과처럼 연쇄적인 작동으로 사람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학은 갑작스럽게 빚을 떠안아 배달업에 나서지만 일에 쫒기다 공부도 못 하고 결국 혜진과도 다투는 인물이다.
▲ 영화 <그 겨울, 나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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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경학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업을 하는데 권다함도 실제로 해봤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좀 더 씁쓸할 때가 있었다. 경학은 고초를 겪는 인물인데 우리가 옆에서 흔히 보는 청년들과 다르지 않구나, 특이한 걸 실행해보거나 생각해야 알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혜진은 엄마 몰래 경학과 동거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난 뒤 고민이 많은 사회초년생. 혜진을 연기한 배우 권소현은 "마냥 행복하다는 게 청춘은 아니구나, 아프고 슬프고… 그래야 청춘이구나, 위로만 줄 수 없는 영화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혜진은 어떤 상황에 맞춰서 생각할 줄 알고 한 발짝 나가는 인물"이라며 "나름 (마음이) 흔들리긴 하지만 그 안에서 경학의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진은 (경학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부분이 있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경학의 입자에서는 통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애를 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세상의 경학과 혜진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 질문에 두 배우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권다함은 "살다 보면 상처도 많이 받고, 아픔을 겪으면 사람이 무뎌지기도 하고 덜 아프기 위해서 무감각해지는 방법들을 배운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순수함을 잊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경학이 순수함을 잃지 않을 정도로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소현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과거의 나를 떠올렸을 때 '내가 왜 그랬을까' 이런 생각하면서 계속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때의 (행동이) 나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더라"라고 말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권다함)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왓챠상 등 3관왕에 올랐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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