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드러난 암 환자의 솔직한 이야기…"항암치료 여정 키워드는 '희망'"

이관주 2022. 11.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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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항암치료의 날' 기념
소셜리스닝 분석 결과 공개
정서적 어려움, 신체 고통만큼 크지만
해소 위한 내적관리 언급은 9%뿐
SNS나 타 환자 통해 정보 습득
'현명한 암 환자 기억해야 할 6가지' 발표
마음 건강 살피고, 의학적 치료 중시해야
안중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이 23일 '제5회 항암치료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관주 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걱정, 불안, 두려움 등 '정서적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음에도 이를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소하려면 정부·사회적 차원의 정서 관리나 심리 관리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23일 오후 '제5회 항암치료의 날'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항암 소셜리스닝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정서적 어려움에도 '내적 관리' 언급 적어

소셜리스닝은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언급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실제 환자와 보호자 등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석은 네이버 블로그·카페·지식인 및 다음 카페, 유튜브 댓글 등 최근 1년간 SNS에서 암·항암·환자관리 등 3가지 키워드로 16만9575건의 언급량을 수집, 분석해 이뤄졌다.

먼저 암 환자들이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언급한 2만899건을 분석한 결과, '정서적 어려움'이 42%를 차지했다. 이는 '신체·질병적 어려움'(52%)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서적 어려움은 초기부터 치료과정 전반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공통으로 두려움, 불안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이 꾸준히 언급됐다. 치료 후 극복 단계에서도 재발에 대한 걱정, 또한 악화 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언급량이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환자 관리 관련 1만6743건의 언급량 중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내적 관리'를 한다는 언급량은 9%에 그쳤다. 특히 정신과 상담, 항우울제 복용 등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임주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생사에 기로에 놓인 환우분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은 임상 현장에서 무척이나 잘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주의 깊게 돌봐야 할 부분"이라며 "환자들의 마음건강은 실제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상 현장에서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등 다학제적인 관점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한 인하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항암 소셜리스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관주 기자

다른 환자·온라인 통한 정보 습득 많아

암 환자들의 암 관련 정보 습득 채널에 대한 언급량 1661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문가·의사는 44%, 환자 24%, 온라인 커뮤니티 18%, 유튜브 14%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또는 의사 못지않게 온라인과 다른 환자를 통해 암 정보를 얻고 있는 만큼 환자와 의료진과의 소통 강화는 물론 '국가암정보센터' 등 공식 암 정보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암종 1~3위는 유방암, 폐암, 대장암 순으로 나타나 실제 국내 발병률 순위(갑상선암, 폐암, 위암)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폐암의 경우 암종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대장암 및 유방암은 최근 젊은 층에서 호발하고 있어 소셜리스닝이라는 특성상 높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항암제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기존 치료에 불응할 때 대안책으로 치료 효과나 치료비 부담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항암제의 치료 접근성 부분에 대해 대다수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로 언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 환자의 일상생활 관리에 관한 분석도 공유됐다. 건강한 음식과 영양제 섭취, 가벼운 운동 등 항암치료 과정 속 체력을 유지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가발, 눈썹 문신 등으로 항암 치료에 따른 외적 변화에 대해 스트레스 관리를 하거나 정신과 진료, 심리 치료, 명상, 환우들과 소통 등 내적인 부분을 관리한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현명한 암 환자 기억해야 할 6가지는?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소셜리스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암 전문가가 답합니다: 현명한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가 발표됐다. 구체적으로 ▲본인에 맞는 치료법, 전문의와 논의하세요 ▲마음 건강도 살피세요 ▲부작용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세요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가장 중시하세요 ▲항암 치료 여정의 키워드는 ‘희망’입니다 등이다.

현명한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자료=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학회]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알고 있는 항암 치료 환경에 대한 내용들이 정확한 부분도 있고, 사실과 다른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항암 치료의 모든 과정에 대해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료실에서도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등 일상생활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러한 소소한 부분까지도 기꺼이 상의할 수 있는, 항암의 동반자로서 주치의를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암 환자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및 사회적인 차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서관리나 심리케어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학회는 매년 11월 넷째 주 수요일을 '항암치료의 날'로 지정하고 항암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안중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소셜리스닝을 통해 이전 설문조사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항암치료에 대한 실제 환자들의 인식과 고민 등을 엿볼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지속적인 암 치료 및 연구 외에 투병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항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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