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비수기라더니…전국서 4만9천가구 분양
‘연말은 분양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양 시장 문이 닫히지 않고 있다. 규제 완화 시기를 지켜보며 일정을 저울질하던 단지들이 공급을 서두른 데다 최근에야 일반분양가를 확정한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까지 가세한 영향이다. 1~10월 좀처럼 공급이 이뤄지지 않다 연말에 대규모 물량 공세가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높아진 분양가에 금리 인상 여파로 청약 시장 열기가 식어버린 상태라 실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12월 서울에서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1만9630가구(임대주택 포함한 총 공급 가구 수)에 달한다. 올 들어 1~10월 열 달 동안 7542가구밖에 공급되지 못했는데 연말 두 달 동안 그보다 2.6배 많은 물량이 공급된다. 12월 한 달만 놓고 봐도 임대주택을 제외한 4만9322가구가 전국 총 44개 단지에서 공급된다.
▷서울에서만 4776가구 일반분양
서울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급증한 데는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분양을 확정한 영향이 크다. 총 1만2032가구가 공급되는 둔촌주공은 12월 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한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만 4776가구다. 최근에야 일반분양가가 3.3㎡당 3829만원 선에 확정됐다. 전용 59㎡ 일반분양가가 9억3000만~9억6000만원 선인데 정부가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에도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전용 59㎡에 대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둔촌주공은 시공사와의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탓에 당초 내년 1월 분양을 계획했지만 연내 분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여파로 생길 조합의 고금리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가 중도금 대출 상한선을 완화하자 그동안 분양을 미뤄왔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도 분양 일정을 확정하는 분위기다.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장위자이레디언트’도 분양가를 확정 짓고 연내 분양한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1층 31개동, 총 284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만 전용 49~97㎡ 1330가구에 달한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한천로, 북부간선도로 등을 통해 서울 진·출입도 용이하다. 가까운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등을 이용해 수도권 각지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고, 내년 착공이 예정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근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동북선 등도 계획돼 있어 교통 여건은 더욱 우수해질 전망이다.
은평구 역촌1구역을 재개발한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와 서대문구 홍은13구역을 재개발한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총 827가구 중 409가구 일반분양)’도 특별공급 신청을 받는 등 분양 채비에 나섰다.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는 지하 3층~지상 20층 8개동, 전용 46~84㎡ 총 752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특별공급을 제외한 전용 59㎡ 333가구만 일반에 공급된다. 지하철 6호선 응암역이 가깝고, 서부시립 서북병원과 봉산공원, 구산근린공원 등이 멀지 않다.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는 3만6000㎡ 대지에 지하 3층~최고 15층 12개동, 총 827가구(임대 141가구 포함)의 중형 단지로 조성된다. 409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조합원 대부분이 59㎡형을 택했고 일반분양 물량도 많아 ‘국민 평형’ 전용 84㎡는 물론 로열층·동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특별공급을 노리는 수요자에게도 기회의 문이 넓다. 특공만 121가구다. 기관 추천 24가구, 다자녀 24가구, 신혼부부 50가구, 노부모 부양자 7가구이고, 생애 최초 16가구다. 2021년 7월 착공에 들어갔고 입주는 2024년 11월 예정이다.
다만 분양가가 다소 부담스럽다.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2910만원. 전용 84㎡ 기준 9억원 후반대다. 옵션 등 각종 제반비용을 고려하면 10억원 이상은 들어간다. 바로 옆 단지인 ‘북한산두산위브1차’ 전용 84㎡가 4월 9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는 했지만 단지 인근 유일한 지하철이 3호선 홍제역으로 도보 30분 거리에 위치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성동구 행당7구역을 재개발한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총 958가구 중 158가구 일반분양)’ 역시 최근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끝내고 분양 계약을 진행 중이다. 관악구 신림3구역은 이주와 철거를 끝내고 착공 신고까지 한 상태로 오는 11월 29일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임시 총회를 연다. 아직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착공 신고를 마치면서 연내 분양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서울보다는 저렴한 수도권 지역에서 내집마련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최근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 중, GTX나 지하철 연장 같은 굵직한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 아파트를 눈여겨봄직하다.
실제로 올해 전반적으로 식어버린 청약 시장 분위기와 달리 GTX 노선 수혜 단지에는 많은 수요자가 몰렸다. 지난 4월 경기도 파주시에 공급한 ‘파주운정디에트르에듀타운’은 252가구(특별공급 제외)를 모집하는 데 1만2094명이 몰려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47.99 대 1에 달했다. 이 단지 인근에서는 GTX A노선 운정역이 2024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GTX C노선 신설역으로 거론되는 의왕역 인근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의 경우 3.3㎡당 매매 가격이 평균 3694만원(올 10월 전용 84㎡ 기준) 수준인데 의왕시 평균 매매 가격(3.3㎡당 2437만원)보다 12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현대건설은 11월 충청남도 천안시에 ‘힐스테이트천안역스카이움’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연장 타당성 조사와 기술 검토가 완료된 GTX C노선 연장 사업 대표 수혜 단지로 도보권에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경부선 천안역이 있다. 지하 5층~지상 49층 6개동, 전용 59~114㎡ 총 999가구와 오피스텔 전용 84㎡ 총 80실 규모로 조성된다.
호반산업은 경기도 파주시에 ‘호반써밋웨스트파크’를 공급한다. 단지 인근에 GTX A노선 운정역이 개통 예정이며 경의중앙선, 자유로, 서울문산고속도로 등을 통해 서울 접근이 수월하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강화간성고속도로 등 교통 호재도 있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0층 7개동, 전용 59~99㎡ 총 51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분양 시장 문이 활짝 열렸기는 하지만 올해 아파트 청약 시장은 예년처럼 모든 단지에서 수십 대 1,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흔히 청약 시장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집값 하락기에도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은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는 한다. 하지만 최근 일반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높게 책정되는 추세다. 금리가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약 가수요가 대거 빠지면 일부 입지가 떨어지는 단지에서는 미분양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분양이 미뤄졌던 알짜 지역 정비사업 물량이 침체됐던 청약 시장을 일부 환기시킬 수는 있지만 분위기 반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단지별 입지나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에 따라 청약 흥행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5호 (2022.11.23~2022.1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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