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삼성전자 아닌 TSMC를 산 이유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2. 11. 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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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주요 경쟁국 반도체 육성 위해 정부·기업 똘똘 뭉쳐
한국은 야당 반대로 반도체 지원법 심의조차 못해
국가 핵심 먹거리도 못 키우는데 투자할 마음 나겠나
주간국장
주식 투자자는 물론 한국 산업계에 아쉬운 외신이 한 꼭지 전해졌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반도체 주식에 투자를 했는데 대상이 우리의 삼성전자가 아니라 대만 TSMC였다. 41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로 적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주이자 미국 정부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는 TSMC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팀쿡 애플 CEO는 반도체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리조나에서 건설되고 있는 공장에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가동 예정인 TSMC 공장을 지칭한 것이다.

애플이 핵심 전략 품목을 아시아 등 해외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이유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에 맞춘 결정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자국 내 공장 건립 시 500억달러 이상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TSMC는 여기에 부응해 추가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애플은 그런 TSMC 제품 구매를 크게 늘리는 것이다. 버핏은 정부의 넉넉한 지원과 고객사 주문을 받는 반도체 1등 기업에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TSMC-애플-버크셔해서웨이로 이어지는 ‘선순환 트라이앵글’의 출발점은 미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이었다. 국익에 기여하는 기업에 과감히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나서자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맘껏 활개를 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바쁘게 움직인다.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8개사가 뭉친 연합군을 결성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토요타와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 글로벌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 등이 뭉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분야의 반도체를 개발하는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키오시아·NTT·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도 참여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700억엔(약 6600억원)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엔지니어들도 불러들일 계획이다.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기업들이 똘똘 뭉치고 있는데 한국은 들여다보면 한심한 상황이다.

윤석열정부가 지난 8월 초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인 ‘K칩스법’을 발의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세액 공제 비율 상향 조정 등이 담겼다. 하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3개월이 넘도록 심사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민주당이 자체 선정한 50개 주요 입법 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게 대기업이나 지역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의 주력 업종인데 왜 특별대우가 필요하냐며 법안을 뭉개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때 같은 식구였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야당을 향해 “우리 역사에 매국노(埋國奴)로 박제될 것”이라며 강력 비판할 정도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먹거리다. 경쟁국들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놓인 난관을 뚫어보고자 지원법률을 내놨다. 먹고사는 문제인데, 야당은 발목을 잡고 있다. 버핏이 삼성전자 주식을 외면할 만하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5호 (2022.11.23~2022.11.29일자) 기사입니다]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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