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입은 영부인, 이 사진이 사랑 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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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신에게 초상화를 부탁했는데, 거절한 이유가 뭐죠?""처음부터 영부인(미쉘 오바마)을 그릴 생각으로 왔어요. 저는 공적인 존재에는 관심 없습니다. 진실한 존재를 그리고 싶어요."- 드라마 <퍼스트 레이디> 의 첫 장면, 화가 에이미 쉐럴드와 미쉘 오바마의 대화. 퍼스트>
드라마 <퍼스트 레이디> 는 저마다 다른 시대의 미국을 대표하는 영부인 세 사람의 이야기다.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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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채경 기자]
▲ 드라마 <퍼스트 레이디> 포스터 |
ⓒ 왓챠 |
"처음부터 영부인(미쉘 오바마)을 그릴 생각으로 왔어요. 저는 공적인 존재에는 관심 없습니다. 진실한 존재를 그리고 싶어요."
- 드라마 <퍼스트 레이디>의 첫 장면, 화가 에이미 쉐럴드와 미쉘 오바마의 대화.
드라마 <퍼스트 레이디>는 저마다 다른 시대의 미국을 대표하는 영부인 세 사람의 이야기다. 거짓과 비밀을 거부하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어 사랑받은 이들이다. 드라마는 엘리노어 루스벨트, 베티 포드, 미쉘 오바마의 생애를 통해 '진실'의 가치를 말하고자 한다.
나답게 미움받는 기분, 가르쳐 줄게
"안녕하세요. 베티입니다. 저는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습니다."
왓챠가 공개한 <퍼스트 레이디> 포스터에서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베티 포드는 "솔직했다"라고 수식되어 있다. 베티의 생애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고백'일 것이다.
사실 그녀는 흠 많은 사람이었다. 엘리노어 루스벨트처럼 유력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미쉘 오바마처럼 훌륭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도 아니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무용수, 백화점 점원, 모델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고, 이혼까지 했다. 미국 제36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두 번째 남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진 흠을 숨기지 않고 정면 돌파하며 나아갔다. 모든 걸 드러내 보이며 나답게 미움받겠다는 선택이었다.
▲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베티 포드 |
ⓒ 쇼타임 |
1974년, 베티는 유방암 진단과 유방 절제술을 고백했다. 1978년에는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유방암과 알코올 의존증은 당시 여성들에겐 감춰야 할 비밀이었다. 그러나 '퍼스트 레이디'가 비밀을 고백하자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얻었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섰다.
이 고백은 여성의 정신 건강 문제를 환기하는 데 기여했다. 덕분에 그녀의 이름을 딴 '베티 포드 센터'가 문을 열었다. 1982년 개원 당시 여성과 남성의 병상 수가 동일하게 마련된 세계 유일의 알코올·약물 중독 재활 시설이었다.
▲ 백악관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 베티는 국무회의실 원탁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
ⓒ White House |
이렇게 솔직한 그녀의 성격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백악관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베티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캐비닛 룸' 원탁에 잠옷 차림으로 올라가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백악관 사진가 데이비드 흄 케널리가 촬영한 이 사진은 베티 포드의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고상하고 우아한 현모양처를 연기할 수 없었다. 대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알았다. 사진 속 환히 웃는 얼굴이 자연스럽고 친근해 보인다.
한편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아동을 품에 안고 찍은 사진은 "배우 오드리 헵번을 모방했다"며 비판받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위해 김 여사가 대선 전 약속한 대로 '아내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아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 또한 연기에 불과하다면 말이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덮어둔 채, 보기 좋은 영부인 사진을 꾸며내려 할수록 국민과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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