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산업 미술 이끈 숨은 공로자들 조명…국립현대미술관 '모던 데자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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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광고미술은 진실한 내용과 창조적인 도안이 결합된 것이어야 하고, 광고물이 게재되는 지면이나 공간의 품위를 높이고 이를 향유하는 대중의 미적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디자인의 개척자라 불리는 한홍택(1916~1994)은 당시 신문과 잡지 광고에 난무하는 과장과 표절 위주 광고미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디자이너의 윤리의식을 제기한 국내 1세대 산업미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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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포스터, 드로잉, 사진, 영상 등 190여 점 전시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광고미술은 진실한 내용과 창조적인 도안이 결합된 것이어야 하고, 광고물이 게재되는 지면이나 공간의 품위를 높이고 이를 향유하는 대중의 미적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의 개념조차 희미하던 1950년대 이 땅의 산업미술을 개척하며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사람이 있었다. 한국 디자인의 개척자라 불리는 한홍택(1916~1994)은 당시 신문과 잡지 광고에 난무하는 과장과 표절 위주 광고미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디자이너의 윤리의식을 제기한 국내 1세대 산업미술가였다. 그가 작업한 회화, 포스터, 드로잉 등이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며 해방 이후 근대화, 산업화를 통한 국가재건시기 미술과 산업의 관계를 잇는 근현대디자인의 연구가 속도를 내게 됐다. 여기에 동시대에 활동한 산업미술가 이완석(1915~1969의 아카이브 기증이 더해지며 이를 공개하는 기획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를 23일부터 내년 3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지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수집된 한홍택의 작품과 아카이브, 그리고 2022년 기증된 이완석의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동시기 활동했던 작가들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한국 근현대디자인의 태동과 전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마련됐다.
한홍택은 1945년 해방 직후 권영휴, 엄도만, 유윤상, 이병현, 이완석, 조능식, 조병덕, 홍남극, 홍순문 등과 함께 최초의 디자인 단체인 조선산업미술가협회(현 대한산업미술가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이들은 미술과 디자인이 지금과 같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되기 이전에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선구자로, ‘산업 미술’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정의하고, 불모지였던 한국 디자인계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모던 데자인’이란 제목은 1958년 개최된 ‘제2회 한홍택 모던 데자인전’에서 발췌한 것으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 도안, 산업미술, 생활미술, 응용미술, 장식미술과 같이 번역된 어휘가 뒤섞여 사용되었던 시대적 조건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는 한홍택 작가의 아카이브부터 산업미술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제안과 실험을 엿볼 수 있는 포장, 책 표지, 도안 등 다양한 형식의 디자인 작업이 전시된다.
아울러 1950~1960년대 도시 풍경 속 각양각색의 간판, 옷차림 등이 기록된 사진 및 영상 아카이브를 통해 국가재건시기 한국의 생활상에 녹아있는 당대 시각문화를 다각도에서 추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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