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대선 결과에 공식 이의제기…지지자들은 폭력시위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측이 대선 결과에 대한 이의를 공식 제기했다. 브라질 전역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대선 불복 시위도 벌이고 있어 내년 1월 1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 자유당은 최고선거법원(TSE)에 33쪽에 달하는 서류를 제출해 지난달 대선에서의 일부 투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바우지마르 코스타 네투 자유당 대표는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취재진에 “전체의 약 60%에 달하는 구형 전자 투표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선거에선 개표 외에도 투표도 전자 투표기를 통해 이뤄지는데, 지난 2020년 이전에 제조된 기계에서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견됐다는 의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지난달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전체의 49.1%를 득표해 50.9%를 얻은 룰라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3주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문제 제기에 나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여러 차례 현재의 전자 투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투표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후보 측에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대선 패배 후인 지난 1일 “브라질의 대통령이자 시민으로서 헌법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며 권력 이양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명확하게 패배를 인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의 요청이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TSE에서 이미 당선인을 확정 발표한 데다, 국제사회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슨 루지에로 상파울루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자유당 측이 제기한 소프트웨어 결함도 다른 수단을 통해 쉽게 교차 검증이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최고선거법원장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자유당 측이)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 서류를 24시간 안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며 후속 절차가 없다면 이의 제기는 받아들이지 않고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이 대선 불복을 외치는 시위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브라질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결과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브라질 연방 고속도로 경찰에 따르면 트럭 운전사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 통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고속도로는 18곳이며, 시위 과정에서 총기와 수제 폭탄 등도 동원되고 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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