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사람이 생각하는, 세상에서 기가 제일 센 곳
[오문수 기자]
▲ 하마링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리는 모기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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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척박한 땅과 기차역 플랫폼에 가끔씩 돌아다니는 사람 모습뿐이다. 이곳은 우라늄 개발과 소규모 정유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는 데 철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450㎞ 떨어진 도르노고비 아이막 행정 중심지 사잉샨드(Sainshand)는 인구 2만 5천명이 사는 제법 큰 도시다. 사잉샨드는 두 지역으로 나뉜다. 주거지역과 상업지구가 밀집한 기차역 인근, 그리고 남쪽 2㎞쯤 떨어진 지역에 세워진 발전된 시내이다.
▲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오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계 방향으로 3번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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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을 벗고 땅바닥에 누워 신성한 기를 받고 있는 사람들. 몽골사람들은 이곳이 세상에서 기가 가장 센 곳으로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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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잉샨드는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 저리거씨의 부인 '모기'씨가 동몽골 국경도시 자밍우드 인근 초원에서 사잉샨드로 유학와 고등학교 3년을 보낸 곳이기도 해 동창생과 지인들이 많다. 기차역에서 11년간 근무했다는 그녀는 이 도시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 중국 베이징에서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를 거져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철도가 사잉샨드 중심부를 지난다. 객실과 화물칸 수십량을 연결한 기차가 지나는 철로 주변에는 철조망을 둘러 가축들이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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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사잉샨드를 잘아는 '모기'씨가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보다 하마링 사원으로 가자"고 해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1821년 '단잔라브자'가 건설했다는 하마링 사원. 1930년 러시아가 몽골을 지배할 당시 벌어졌던 불교 박해 당시 파괴되었던 하마링 사원은 후일 몽골인들이 재건했다. 많은 현지인들이 그가 살아있는 신이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삼발라 주변에는 용암에 의해 생성된 구멍들이 있어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 관광객이 명상장소인 굴로 들어갔다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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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만 찾는다는 유방 오보로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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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링사원에 가면 종탑이 나온다. 이곳에서 '에너지의 중심부' 삼발라(Shambhla)에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해 종을 세 번 쳐야 한다. 불교 용어인 '삼발라'는 티베트의 깊숙한 곳에 있다고 전해지는 현자들이 살아가는 이상향이다. 1853년 단잔 라브자는 사람들에게 "나는 3년 안에 죽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이곳에 와서 내 영혼과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삼발라 입구에는 '지혜의 눈'이라고 불리우는 스투파가 있다. 사람들은 눈을 쳐다보며 명상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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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울리는 몽골초원의 악기 마두금
하마링 사원을 돌아본 일행은 사잉샨드 시가지에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야영과 유목민 게르에서 자다가 열흘 만에 호텔에 숙소를 정했지만 샤워할 물이 신통치 않았다. 저녁밥을 먹던 중 가이드 저리거씨가 긴급한 제안을 했다. "사잉샨드에 사는 친구가 마두금 연주자를 모셔와 두 분을 위해 공연해주기로 했습니다."
▲ 사잉샨드시립 예술단원인 '홀겐'씨가 마두금을 연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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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산의 고통으로 갓나은 새끼에게 젖먹이기를 거부했던 낙타가 애절한 소리가 나는 마두금 연주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처음 새끼낙타에게 수유를 거부했던 낙타는 마두금에서 나는 애절한 소리를 들은 후 새끼에게 젖먹이기를 허락했다. |
ⓒ 몽골 가이드 저리거 제공 |
얼핏 들으면 달리는 말발굽 소리 같기도 하다. 마두금 소리는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기도 하고 격하게 고동을 치기도 한다. 두 줄을 문질러 말이 달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두 발을 치켜들고 투레질을 하거나 큰소리로 울부짖는 소리를 낸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하얀털을 가진 새끼 낙타가 태어난다. 난산으로 지친 어미 낙타는 새끼에게 젖을 주지 않고 젖을 먹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는 새끼를 뒷발로 차기까지 했다. 보다 못한 낙타주인은 이웃 마을에 사는 마두금 연주자를 초대한다. 유목민들은 예로부터 어미 낙타가 새끼에게 젖을 주지 않을 때 마두금을 연주해 어미의 심금을 울렸다고 하며 이를 후스(Hoos)라고 한다. 마두금에서 울려오는 구슬픈 소리에 낙타는 눈물을 흘리고 다가오는 새끼낙타에게 젖을 물린다"
영혼의 소리 '허어미'
몽골의 고유한 전통 음악에는 마두금 연주외에도 '허어미'가 있다. 허어미는 몽골 초원에 사는 유목민들의 고유한 창법이다. 사람의 목청과 배, 머리 등을 이용해 두 가지 이상의 소리를 내는 독특한 창법으로 2010년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허어미는 인두(咽頭)에서 나는 소리란 뜻으로 학계에서는 '허어메이'라는 음악용어로 표기하고 있다. 허어미는 3-4개의 고중저 음을 한 사람의 가수가 동시에 발성하는 특수한 발성 기법이다. 즉, 기초음으로 된 지속 저음을 내는 동시에 일련의 선택된 배음 혹은 기초음의 부분음들을 강화함으로써 휘파람 소리와 같은 두 개 이상의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 허어미를 노래하는 '졸사르' 모습 . 허어미는 영혼의 소리라고 불리워진다 |
ⓒ 몽골 가이드 저리거 제공 |
▶ 알타이산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과 같은 자연의 소리
▶ 동물을 부르기 위한 신호음
▶ 샤만이 신을 부르기 위한 부르짖음
독자 여러분도 시간이 나면 허어미를 들어보시라. 처음 허어미를 들으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사람 입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지? 하고 귀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다중으로 발성되는 신비하고 놀라운 소리를 들으면 영혼의 소리로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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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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