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스마트한 도시 속 아날로그한 공원

2022. 11. 2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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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에 회사 워크숍을 다녀왔다.

자작나무와 참나무숲이 어우러진 강원도 산속 워크숍 장소는 더없이 청명했는데, 맑은 공기도 이유였겠으되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아예 터지지 않아서였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 운영과 관리를 최적화한다.

예전에 우리가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로 불렀던 현명함을 기억한다면, 공원에선 스마트폰을 바보수첩이라 칭하며 잠시 덮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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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만추에 회사 워크숍을 다녀왔다. 자작나무와 참나무숲이 어우러진 강원도 산속 워크숍 장소는 더없이 청명했는데, 맑은 공기도 이유였겠으되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아예 터지지 않아서였다. 초등생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려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다. 실제 울리지 않는데 진동이 울린다 착각하는 ‘유령 진동 증후군’에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도 현실이다. 하지만 그곳은 숲에서 제대로 된 휴식과 힐링의 필요조건인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강력히 구현했다.

스마트시티(Smart City)가 대세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 운영과 관리를 최적화한다. 에너지 소비도 교통량 분산도 맞춤형 복지도 도시의 안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정체를 고려해 차량 동선을 바꾸고, 버스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보고, 택시를 마법의 양탄자처럼 부리는 일은 이미 현실이다. 스마트시티의 한 요소인 스마트공원도 발전 중이다. 스마트 기술을 통해 휴식, 산책, 놀이, 운동, 커뮤니티, 문화예술과 생태 체험 등 공원의 본질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한편 범죄 예방, 방재 등 안전은 물론 의료와 에너지까지도 스마트하게 돌볼 기세다.

하지만 공원이 가끔은 어디도 연결되지 않은 아날로그(Analog)의 공간이길 상상한다. 초연결 사회에서 잠시 고립되거나 단절된들 세상은 금세 무너지지 않는다. 공원에서라도 햇살과 구름과 바람과 비와 눈의 밀도와 몸짓에, 숲과 자연의 색과 소리에 집중하자. 혼자라면 오롯한 나 자신의 숨소리와 발걸음에, 함께라면 친구와 연인과 가족의 온기에 전념하자. 예전에 우리가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로 불렀던 현명함을 기억한다면, 공원에선 스마트폰을 바보수첩이라 칭하며 잠시 덮어두자. 거기서 우리의 본성이 다시금 벼려질 것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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