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로운 도전, 인천] 황금사철과 산딸·목백합 나무의 조화‘명품 가로수길’로 원도심 활성화 기여

2022. 11. 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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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인천시 남동구는 구월남로의 노령 가로수 86그루 중 32그루를 제거하고 산딸나무를 식재할 계획이다. [사진 남동구]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문일여고에서 호구포로로 이어지는 길이 900m의 구월남로. 대형 가로수 80여 그루가 도로 양쪽에 늘어서 있다. 이 가로수는 그동안 일대 주민의 휴식 공간이자 즐거운 볼거리였으나, 세월이 지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80년대 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이 지역에는 가로수로 인천의 시목(市木)인 목백합 나무가 선택됐다. 그런데 이후 주변 일대가 원도심화되면서 생육이 빠른 게 독이 됐다. 전봇대 고압선 아래에서 기형적으로 성장하며 고사(枯死) 현상이 나타났다. 또 폭 1.6~3.5m 내외의 협소한 인도로 점점 넘어오며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가로수 부분을 제외하면 ‘유효보도’ 폭은 대부분 1m 내외에 불과하다.

가로수와 보행자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자 남동구는 가로수종의 변경에 나섰다. 통상 가로수종 변경은 위험 가로수를 제거하고 새로운 가로수로 채워 넣는다. 하지만 남동구는 주민의 삶과 함께한 가로수의 역사와 가치를 보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령 가로수와 어린 가로수가 조화를 이루는 ‘명품 가로수길’이 목표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키운 나무를 전체적으로 제거하는 것보다 위험한 수목만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박종효 남동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구는 왕복 1.8km 구간에 있는 백합나무 86그루 중 32그루만 제거하고, 나머지 54그루는 존치를 결정했다. 제거 대상은 지난해 가로수 안전진단용역을 통해 재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수목과 생육 상태가 불량하고 주변 보도 환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다.

구는 주민 설문 조사를 통해 가로수종 변경 계획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83%로 나타났고, 교체를 원하는 가로수 수종은 산딸나무(84%), 상가진입로 통행 편의를 위한 녹지대 수종은 황매화와 황금사철(45%)이 가장 많았다.

구는 이런 조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존 가로수가 제거된 장소에 꽃과 단풍이 화려한 미국산딸나무 35주를 식재할 계획이다. 미국산딸나무는 나무의 높이가 낮은 아교목으로 고압선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 또 사업 구간 내에 황금사철 940주를 심어 녹지대를 조성한다. 가로수 길과 함께 살아온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구는 연말까지 사업을 마칠 계획이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가로수는 주민들에게 단순한 나무 이상의 의미로 보존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멀리서도 찾아오는 가로수 길을 만들어 주민들의 자부심은 물론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수 중앙일보M&P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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