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PICK! 명품 하우스가 찾는 비주얼 디렉터, 한다솜

2022. 11.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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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를 발목에 찬 아이, 배경과 인물이 부조화를 이룬 기묘한 사진, 스케이트보드 위에 선 중년의 여성. 모두 명품 하우스 브랜드의 의뢰로 사진가이자 독립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하는 한다솜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저는 포기가 빨라요.” 그의 포트폴리오는 어딘가 들쭉날쭉하다. 늘 새롭다. 그에게는 이미지의 세련됨과 촌스러움, 취향의 좋고 나쁨의 구분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독립 비주얼 디렉터 한다솜 」
혜인서처럼 결이 비슷한 브랜드와 작업할 때는 사진과 비주얼 디렉팅을 모두 맡아 그의 무드에 한껏 취한 작업물이 나오는가 하면, 구찌나 나이키 등의 니즈가 확실한 브랜드와 작업할 때는 그 니즈를 120% 실행해낸다.

Q : 당신을 창작 집단 ‘다다이즘 클럽’의 멤버로서 개성 강한 작업물을 전개하는 사진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브랜드 커미션 작업을 많이 하더라. 직접 사진을 찍는 일에서 비주얼 디렉팅으로 왜 눈을 돌린 건가?

A : 실은 사진 작업을 하면서 익명으로 브랜드 캠페인 촬영과 비주얼 디렉팅을 조금씩 하고 있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초기에는 비주얼 디렉터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떤 프로젝트에는 ‘사진가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더라. 클라이언트는 나를 찾아온 거지만, 이런 방향성이라면 다른 사진가와 작업해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Q : 큰 그림을 보는 건가?

A : 1차적으로는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성대로 찍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나에게 사진을 의뢰한 작업이지만, 다른 사진가를 추천하고 나는 디렉팅을 맡았다. 처음으로 나 아닌 다른 사진가와 작업해 질 좋은 작업물이 나왔을 때 질투가 아닌 기쁨을 느꼈다. 막상 디렉팅을 시작하니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긴 하다. ‘나 같으면 저렇게 안 찍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웃음)

Q : 어떤 작업물은 여전히 사진과 비주얼 디렉팅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A : 작업 방향을 보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면 브랜드와 소통할 때 사진가 리스트업에 나 자신을 추천하는 거다.

Q : 브랜드와 작업 방향은 어떻게 조율하는 편인가?

A : 처음 미팅할 때 클라이언트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하면, 1~2개 혹은 2~3개 정도 콘셉트를 짜서 보낸다. 내가 요리를 완성해 제안하는 게 아니라 반찬을 내주는 거다. 거기서 나도 같이 보고 고른다. 그다음 그 콘셉트에 맞게 사진가를 정하는 거다. 물론 나와 모델이 되는 아티스트,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이 모두 다를 때도 있다.

구찌 그립 캠페인, 2019 구찌의 첫 시계 론칭에서 사진을 맡았고, 다다이즘 클럽 멤버들과 함께 디렉팅했다.

Q : 구찌랑 작업을 가장 자주 한 것 같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 기회가 닿아서 많이 하게 된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와 합이 제일 좋은 브랜드라 생각한다. 럭셔리 브랜드이지만 스스로 키치해지길 망설이지 않는 브랜드다.

Q : 당신이 구찌와 한 작업 중에는 중년의 여성과 여자아이, 스케이트보드가 한데 등장하는 것도 있다.

A : 그 작업에서는 사실 ‘구찌 그립’이라는 시계가 미션이었다. 구찌에서 처음 시계를 론칭할 때였다. 분명히 럭셔리 브랜드이고 고가인데, 친근하게 풀어내고 싶다더라. 함부로 사용하는 느낌이지만 기분 좋게. 그러면서 스케이트보드와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줬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이미 젊은 여성들 중에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많더라. 다른 연령대의 모델을 써야 임팩트가 더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여자아이가 발목에 시계를 차고 있다.

Q : 사진이 좋다고만 생각했지, 시계 캠페인인 줄은 몰랐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녹여낸 건가?

A : 사실 이 콘셉트는 시계 광고에 아주 적합하지는 않다고 본다. 구찌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클라이언트인 거고.

Q : 당신은 분명히 자기주장이 강한 사진가다. 브랜드의 비주얼 디렉팅을 의뢰받을 때, 당신의 색깔을 녹여내길 원하나? 혹은 브랜드와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보나?

A : 후자다. 물론 내가 사진가일 때는 내 색깔이 드러나는 게 훨씬 좋지만, 내가 디렉터인 상황에서는 소통이 원만하고 행복한 작업이 훨씬 좋다. 작업 퀄리티를 아주 조금 올리자고 서로 얼굴 붉히는 것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면서 작업하고 싶다. 그렇다고 작업이 산으로 가는 데 손 놓고 보겠다는 건 아니고.

Q : 눈에 띈 커미션 작업 얘기 하나만 더 하자. 나이키 〈2021 Play New〉 캠페인은 당신이 사진가인 동시에 디렉터인데도 당신의 작업물과 결이 크게 다르다.

A : 나이키와 거의 15년 이상 함께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있는데, 새로운 결을 만들고 싶어 내게 찾아왔다. 매년 나오는 주기적인 캠페인인데, 기존의 캠페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새로운 걸 하고 싶다고 했다. 그 프로젝트에는 내가 사진가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모범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여자아이 모델이 있는데, 모범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에서 촬영하고 싶다는 거다. 그걸 표현하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격이었다.

Q : 정확히 어떤 포인트에서?

A : 반항적이고, 새롭고, 뭔가 뜯어고친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내가 1등이고 싶다.(웃음) 반면에 조금 더 안정성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에서 내가 사진가일 땐 부딪히는 지점이 생긴다. 나는 디렉터가 새로운 걸 창조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교통정리를 할 뿐. 주변 사람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내 색깔을 프로젝트에 녹이지 못한다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구찌 기프트 컬렉션 캠페인, 2021 아이유를 모델로 아트 디렉팅을 맡았다.

Q : 그럼에도 당신이 비주얼 작업을 할 때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관점이나 미감이 있다면?

A : 나는 생각보다 포기를 너무 잘한다.(웃음) 포기가 쉬운 사람인데, 과장된 표현, 억지스러움은 정말 싫다. 예를 들어, 브랜드에서 인간적인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 운동선수를 모델로 쓸 때, 해당 선수를 영웅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두 번째로 싫은 건 흔해 보이는 것? ‘새롭지 않다’와 ‘흔해 보인다’는 같은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롭지 않고도 좋은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흔한 작업은 좋은 작업이 되기 힘들다.

Q : 아, 새롭지 않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축적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겠네. 한편으로는 당신이 포기를 잘하기 때문에 모든 것에 열려 있고, 그래서 새로운 미감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싶다.

A : 그건 정말이지 비주얼 디렉팅을 할 때만 그렇다. 내가 한쪽으로 치우쳐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가장 나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Q : 매달 스태프를 꾸려 화보를 만드는 입장에서 뭔가 배우는 느낌이다.(웃음) 나는 내 고집을 포기 못 해서 혹은 아예 반대로 내 생각을 밀어붙이지 못해서 애매한 작업물이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A : 그게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창작자들은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자신이 하던 방향대로 꾸준히 밀어붙이며 스스로 자신 있게 여긴다. 그런 태도를 가질 때만 보여줄 수 있는 작업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늘 대중적 시선과 꿋꿋이 싸우고 이겨내 사람들에게 새로운 무언가, 원하는 줄 몰랐는데 생기고 보니 ‘나 이거 원하고 있었네’ 싶은 작업물을 선물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Q : 당신의 비주얼 작업에서 바탕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SNS에서 책 계정을 따로 운영하던데, 텍스트인가?

A :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사실 나는 책에서 영감을 그다지 자주 받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인간관계의 지혜나 태도 같은 건 책에서 정말 많이 배우는데, 비주얼 디렉팅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시각과 관련된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내 영감의 원천에 대한 답변은 ‘친구들’이었다. 늘 그런데 지금은 그 단어를 조금 바꾸자면 ‘동료들’인 것 같다.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

Q : 그렇다면 최근에 시선을 사로잡은 가장 신선한 비주얼은 무엇이었나?

A : SNS를 켜서 생각 없이 피드를 쭉 내려 보곤 하는데, 사진가 민현우의 사진을 꾸준히 보면서도 가끔 정말 놀랄 때가 있다. 그와 많이 만났고, 그의 성격과 작업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는데도 그렇다. 보통은 그의 사진을 그냥 지나칠 때도 있는데, 어떤 사진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때도 있다.

나이키 〈2021 Play New〉 ‘새로운 모범생’에 구찌 그립 캠페인의 스케이트보더 ‘현주’가 등장. 사진과 아트 디렉팅을 맡았다.

Q : 그게 어떤 건가?

A : 내가 잊고 있던 사진의 중요한 지점을 발견했을 때인 것 같다.

Q : 개인 스냅 작업도 계속하고 있나?

A : 하고 있다. 오늘 촬영 배경으로 여러 장 붙여 봤던 사진들이 모두 그 작업이다. 제목도 ‘Big Nothing’으로 모두 동일하다. 2011년부터 찍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하는 작업이다.

Q : 꽤 오래됐네. 제목은 왜 ‘Big Nothing’인가?

A : 크고 아무것도 아닌 것. 아무것도 아닌 것이 크게 느껴지던 20살에 시작한 작업이라 그렇다. 그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작업을 계속해온 것 같다. 당장 이 장면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는다기보다,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놓지 않고 싶어서 계속하려는 거다. 지금의 나는 포기도 잘하고, 사람들 간의 의견 조율도 잘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크게 느껴지는 때가 이젠 거의 없다.

Q :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당신에게 비주얼 디렉팅이란 무엇인가?

A : 교통정리. 수리·공사. 작업자 간의 의견 차를 좁히고, 작업의 뼈대를 만든 뒤 계속해서 보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Q : 잘 팔리는 비주얼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인스타그래머블’이란 단어도 이제는 너무 소비됐지만.

A : 잘 모르겠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비주얼을 유행처럼 좋아하기 힘든 시대라고 본다. 학교에서 사진 공부할 때만 해도 좋은 사진이란 ‘모두가 동의하는 사진’이었다. 스크린에 사진이 딱 띄워졌을 때 저건 좋은 사진이라는 걸 누구나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다.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이미지를 잘 파는 기술, 즉 마케팅 역시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Q : ‘좋은 이미지’의 정의가 붕괴되어가는 이 현상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A : 지금은 2가지 감정이 교차하는데, 처음에는 좀 싫었다. 창작자도 너무 많아지고, 채널도 너무 많고, 너무 많은 스타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까. 내가 노력해서 거르지 않으면, 내가 예쁜 알고리즘을 만들지 않으면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보게 된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 앱을 지워도 보고, ‘둘러보기’ 탭을 클릭하지 말자고 다짐해보고, 틱톡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틱톡만 켜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렇게 싫다고 말해놓고선. 한편으로는 이런 시대가 왔기 때문에 나처럼 작업하는 사람에게도 묵직한 프로젝트를 전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Q : 스스로 마이너하다고 생각하나?

A : 지금 말하다 보니 그런 것도 같다. 한 번도 내가 메이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메이저 필드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됐지만.

Q : 당신은 노력형인가, 천재형인가?

A : 완전히 노력형 인간이다. 정확히는 ‘내가 천재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노력형.(웃음) 아이디어가 샘솟는 타입은 아니니까. 사실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 동료들 중에서는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 편이라는 점에서는 운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건 천재가 아니어서가 아닐까?(웃음)

Q : 그래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A : 음… 가끔 천재형이라는 말을 듣는 이미지를 만든 것?(웃음) 스스로 천재형처럼 보일 수 있게 노력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부지런히 찾아다녔으니까.

Q : 특별히 의식하는 창작자도 있나?

A : 바밍타이거.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들인데, 그들은 도저히 못 따라갈 것 같다. 너무 잘하고, 부지런하고, 에너지 넘친다. 사실은 음악으로 결성된 그룹이지만 멤버 모두 이미지에 관심이 많고, 늘 새로운 시선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또 만든다. 그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피곤할 정도다. 그런 동료들이 정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뉴발란스 ‘MS327’ 화보, 2020 모델 혁오와 함께 사진 및 비주얼 디렉팅을 담당했다.

Q : 독립적인 창작 집단은 계속 늘지 않을까?

A : 아니라고 본다. 7~8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다다이즘 클럽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인터뷰하고, 민망해하며 사진 촬영하고 그랬다. 근데 1년 뒤에 또 ‘영 제너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인터뷰에 불려 다녔다. 지금도 그런 문의가 온다. 나는 이제 30대인데, 아직도 ‘영 제너레이션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거다. 아마도 우리 세대 이후부터 개인 창작자가 훨씬 늘어서인 것 같다. 협동해서뭉치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니까.

Q : 바밍타이거가 창작 집단으로서 갖는 매력은 뭐라 생각하나?

A : 푸드 코트 같은 느낌?(웃음) 모든 맛이 다 있다.

Q : 푸드 코트가 세련된 건 아니잖나?

A : 바밍타이거도 세련되진 않았다. 비주얼이 꼭 세련돼야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세련’의 기준을 파괴한 뒤 새로운 ‘세련’을 구축하는 중이다.

Q : 취향에 고저가 있다고 생각하나, 없다고 생각하나? 누군가의 취향을 ‘좋다’, ‘별로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A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계속 바뀌는데, 일단 지금은 ‘저 사람 취향 좋다’가 아니라 ‘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다’가 맞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 ‘내가 싫어하는 취향’. 누군가의 취향을 판단하는 내게도 취향이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니까 좋다고 하는 것 아닌가?

Q : 일리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당신은 검은 옷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다. 특히 검은 후드를. 이유가 뭔가?

A : 내가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혁오와 비슷하다. 당시 혁오를 비롯한 뮤지션들 공연 촬영차 백스테이지를 오갈 일이 많았다. 그 현장에서는 무조건 검은색을 입어야 한다. 촬영할 때 튀지 않아야 하니까. 그래서 검은 옷을 위주로 사다 보니 입는 옷이 거의 검은 옷이어서 거기에 매치하기 쉽도록, 절약 정신에서 또 검은 옷을 사고….(웃음) 지금은 옷장이 온통 새카맣다.

혜인서 2023 S/S 컬렉션 캠페인 사진과 비주얼 디렉팅.

Q : 사진가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비주얼 디렉팅은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생각인가?

A : 비주얼 디렉팅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어 사진 작업은 많이 줄이는 상태다. 내가 하는 교통정리가 모두가 원하는 방향이 맞다고 할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어느 순간에 그게 아닐 때가 올 것 같단 생각이 든다.

Q : 감이 떨어져서?

A : 그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좋은 감각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만약 내가 꼰대가 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못 받아들이게 되면 디렉터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나이에서 오는 권위가 없어야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Q :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다. 아마 호기심이 많아서일 것 같은데, 맞나?

A :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뭔가 새로운 걸 계속 배우고 싶어 하는 건 맞다. 어릴 때는 검도를 배웠다가 태권도 학원을 다녔다가 피아노에 손을 댔다가… 그런 성격이 지금까지도 그대로다. 집에 가면 로드 자전거와 자전거 장비가 있고, 그 옆에 첼로, 첼로 옆에 가야금, 가야금 옆에 DJ 컨트롤러, 카메라, 그리고 책 많고, 또 애니메이션 덕후라서 피규어를 엄청 모아놨다.

Q : 듣고 보니 스튜디오 대신 당신 집에서 촬영할 걸 그랬다.

A : 절대 안 된다. 내 집이야말로 지금 푸드 코트 감성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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