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지한 모친 "배상금 생각해본 적도 없다...진상규명이 먼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4일이 지난 22일,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국가배상이 논의될 것이라는 보도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배우로 활동했던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배상금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국가에서 진상규명을 명확히 해 주는 게 유가족들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씨 어머니인 조미은 씨는 22일 오후 KBS 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들을 떠나보낸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의 근황을 전했다. 조씨는 “지금도 아들 방에 보일러를 틀고 있고, 물건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불과 스물다섯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 이씨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조씨는 “아들이 ‘깜지’라는 거북이를 키웠는데, 대신 밥을 주면서 아침마다 ‘깜지야, 밥 먹자. 근데 오늘 너를 키운 오빠가 없구나. 오늘부터는 내가 네 밥을 줘야 돼’라고 말을 붙이고 있다. 아직도 지한이가 (세상에)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만큼 슬픔이 아직…(가시지 않은 것 같다). 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실감이 안 난다. 밤에 구둣발 소리가 나면 ‘어? 얘가 촬영을 마치고 들어오나’ 싶은 생각에 잠들 수도 없고, 환청에 시달린다”라고도 했다.
또 “그런 와중에 ‘왜 (이태원에) 놀러 갔냐’, ‘부모는 왜 잡지 못했나’라는 악성 댓글이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학생은 소풍을 가고, 대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우리 어른들은 단풍놀이를 가고 모두 다 (놀러) 갈 자유가 있다. 왜 잡지 못했냐니, 다 큰 성인을 왜 잡아야 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본인도 아들을 잃어 많이 슬프지만, 유가족 중에는 더 큰 슬픔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래도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알려져 있으니 내가 나서서 참사를 (제대로) 알리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며 언론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조씨는 사건 관련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조씨는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유족 중에) 없다”며 “왜 나라에서 그런 사소한 과정조차 부모에게 설명을 안 해주나. 정부에서 사과했다는데, 유가족들은 사과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한 국가배상이 논의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라며 “유가족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대통령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추모 공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먼저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래야만 유가족들이 정당한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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