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부동산 ‘금포’ 될까…4만6천가구 신도시에 5호선 연장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2. 11.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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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도 김포에 신도시급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 개통도 추진하기로 해 수도권 서부 부동산 시장에 지각 변동이 나타날지 관심이 뜨겁다.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가 조성되는 김포시 마산동, 운양동, 장기동, 양촌읍 일대. (연합뉴스)
▶김포에 ‘위례급 신도시’ 조성

▷한강신도시와 합하면 10만가구 들어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11일 김포시 마산, 운양, 장기동, 양촌읍 일대 731만㎡를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공공택지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정부의 첫 신규 공공택지로 눈길을 끈다. ‘김포한강2신도시’ 타이틀을 단 만큼 사실상 수도권 4기 신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택지지구는 2기 신도시인 김포한강신도시와 김포 양곡지구 사이에 위치한다. 공급 물량은 총 4만6000가구로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하남시에 걸친 위례신도시와 같은 규모다. 기존 김포한강신도시(5만가구)와 합치면 성남 분당신도시(9만7000가구)와 비슷해 규모가 상당하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 이후 지구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을 시작해 2030년 첫 입주 예정이다.

이번 신도시는 ‘콤팩트시티’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역세권을 고밀 개발하는 개념이 도입됐다. 철도역 300m 이내 초역세권, 600m 이내 역세권을 고밀 개발해 도시 거점 역할을 하는 대형 오피스, 복합 쇼핑몰 등을 배치하기로 했다.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형 교통 체계도 도입해 ‘모빌리티 특화도시’로 조성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에 철도, 도로 인프라가 대거 확충된다는 점이다. 지하철 5호선 종점이 방화역에서 김포로 연장되는 데다 김포골드라인 경전철(양촌~김포공항) 장기역은 5호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 환승역으로 탈바꿈한다. 5호선 연장 세부 노선은 지방자치단체끼리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또한 도시 중심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김포한강신도시와 김포한강2신도시를 연결하는 간선급행버스(BRT)도 도입한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계양강화고속도로를 확장해 인터체인지(IC)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단신도시와의 연결 도로를 새로 만들어 인천 방면 접근성도 높인다. 복합환승센터와 BRT 정류장 인근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는 청년주택을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 택지지구를 지정하면서 지하철 5호선 연장 계획을 함께 내놓은 것은 김포 일대 대중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2기 신도시인 김포한강신도시는 2003년 택지지구로 지정됐지만 16년이 지난 2019년이 돼서야 김포골드라인 경전철이 개통됐다. 그마저도 경전철 2량만 운행해 출퇴근 시간마다 극심한 혼잡을 빚으면서 ‘골병라인’ ‘지옥철’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는 국내 도시철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인 241%에 이를 정도다.

경전철이 들어섰지만 정작 도로 교통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의 ‘수도권 경전철 연계에 따른 서울시 광역교통 영향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김포골드라인 개통 직후인 2019년 10월 평일 기준 올림픽대로 행주대교에서 방화대교 방면 하루 평균 교통량은 8만1750대로 개통 전인 2018년(8만4589대)보다 3.4% 감소했다. 반대 방향인 방화대교에서 행주대교 교통량도 9만891대에서 8만6547대로 4.8% 줄었다.

하지만 김포골드라인 개통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0년부터 양방향 모두 교통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행주대교에서 방화대교로의 교통량이 8만5214대, 반대 방향은 9만4497대로 김포골드라인 개통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김포골드라인은 일시적으로 도로 통행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인구와 통행량이 늘면서 올림픽대로 혼잡을 해소하는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포골드라인이 제 역할을 못하는 만큼 향후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김포 주민 교통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김포한강2신도시 일대에서 광화문까지 두 번 환승해 90분이 걸리지만 5호선이 연장되면 환승 없이 69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은 김포 주민의 숙원 과제였지만 차량기지 이전 문제, 배후 수요 부족 등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택지지구 발표와 동시에 서울시, 강서구, 김포시가 방화차량기지와 건설 폐기물 처리장 부지 이전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토교통부는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로 5호선 연장 사업 타당성 확보를 위한 수요를 대폭 확충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가 연장 비용도 일부 분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그동안 수도권 신도시를 개발할 때 덜컥 신도시 후보지부터 지정하다 보니 철도 같은 교통망 확충은 한참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도시 지정과 동시에 교통망 확충 계획을 내놔 거주 여건을 개선한 점이 눈길을 끈다”고 분석했다.

경기 김포시 운양동 일대 아파트 전경. (윤관식 기자)
▶신도시·교통 호재에 김포 ‘숨통’

▷집주인 매물 거두지만 “거래는 無”

김포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고 지하철까지 연장된다는 소식에 김포 시민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서부 지역 교통난이 해소되고, 김포 집값 하락세를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를 이룬다.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한다는 한 김포 시민은 “집 근처에 김포골드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사람이 많고 복잡한 데다 종착역이 김포공항역이라 최소 두 번은 환승해야 했다”며 “이용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5호선이 개통하면 조금이나마 한산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호선 연장 기대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김포 매물은 신도시 지정 발표일인 11월 11일 7866건에서 15일 7737건으로 1.6% 감소했다.

김포 운양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김포가 개발되고 유입 인구도 많아진다 하니 손님들은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수도권에서도 유독 저평가된 곳이다 보니 나온 물건이 많지는 않았지만 급하지 않은 분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운양동 주민 여 모 씨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고 빈집이 늘면서 동네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김포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기존 신도시와 함께 활성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김포 역시 집값 하락세를 피해 가지 못한 탓에 이번 호재만으로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김포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 초부터 11월 첫째 주(7일 기준)까지 4.5%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45% 오른 것과 대비된다.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 인근에 위치한 ‘한강신도시 대장주’ 한강메트로자이2단지(2020년 입주, 2456가구) 전용 85㎡는 최근 6억5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5월 매매 가격이 8억2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하철 5호선, GTX가 들어서는 김포골드라인 장기역 인근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장기역 역세권에 들어선 청송현대홈타운2단지(2001년 입주, 1326가구)의 경우 전용 84㎡ 매매가가 지난해 9월 5억4000만원에서 최근 4억4500만원으로 1억원가량 떨어진 상태다.

장기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5호선 연장 발표가 난 직후에 전화 문의는 몇 건 있었지만 실제 집을 보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과거 GTX 연장 계획이 발표됐을 때도 실거래 가격이 뛰었던 경험이 있는데 결국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가격이 다시 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집값이 급등했다가 다시 내린 학습 효과가 있다 보니 5호선 연장 발표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는 얘기다.

오히려 ‘공급 폭탄’에 따른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포한강2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와 가깝다. 검단신도시에만 총 7만5000여가구가 들어서다 보니 이웃 동네인 김포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풍무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공급이 2025년이면 대부분 마무리될 예정이라 그날만 기다렸는데 2027년부터 4만6000가구가 또 쏟아지는 격”이라고 푸념했다.

경기 김포시
▶김포 투자 괜찮을까

▷대출 금리 인상·토지거래허가제 변수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되고 지하철, 도로 등 교통 호재가 개선되면 김포시는 수도권 서부 대장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콤팩트시티’ 개념을 적용해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발표가 김포 위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내다본다.

우선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가 조성되면 김포 생활권이 커지고 수도권 서부 지역 광역교통망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콤팩트시티가 한강신도시와 유기적으로 이어져 생활이 한층 편리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기존 한강신도시를 포함하면 10만가구 규모 생활권이 탄생하는 만큼, 각종 생활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프라가 워낙 부족했던 지역에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에 생활이 편리해질 것”이라며 “일자리와 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 도시 기능 육성이 병행되면 정주 여건이 한결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김포시가 수도권 서부 대장주로 떠오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KB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포의 3.3㎡당 아파트 매매가는 1544만원으로 수도권 서부 도시인 고양(1969만원), 안산(1731만원) 등에 한참 못 미친다. “김포에는 한강신도시가 일찌감치 조성됐지만 지하철,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 서울 접근성도 낮다” “지하철 5호선 개통 호재에도 수도권 서부 대표 도시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변수는 또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이 실제로 추진되고 완성되는 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크게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역이 지정되지 않은 점 때문에 지역 주민 민원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5호선은 방화역에서 김포로 연장될 계획인데 종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신도시가 들어서는 양촌읍, 마산동뿐 아니라 인근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역을 신설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GTX 개통 계획을 내놓을 때도 수도권 주민 민원이 쏟아진 것처럼, 5호선 연장 역시 신설역을 개통해달라는 주민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자체가 신설역을 지정할 때 유동인구, 교통량 등 명확한 기준부터 정해야 주민 설득이 그나마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에 호재가 몰렸지만 막상 투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신도시 지정 이후 투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김포한강2신도시 지구와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일정 면적 넘는 토지를 취득하려면 사전에 토지 이용 목적을 명시해 관할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사업시행자 전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김포한강2신도시 내 토지 소유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2017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사업지구와 인근 지역 내 거래를 조사해 이상 거래 561건도 선별했다. 실거래 정밀조사를 통해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관계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하철 5호선 개통으로 김포 주민의 서울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워낙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거래가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5호 (2022.11.23~2022.1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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