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핫플레이스 ‘힙당동’…을지로·성수는 잊어라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2. 11.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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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6호선 신당역 1번 출구를 나와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인 ‘서울중앙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외관은 옛날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시장을 찾는 손님의 구성은 다른 전통시장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시장 곳곳에서 20대와 30대 손님을 쉽게 볼 수 있다. 노년층 고객 비중이 높은 일반적인 전통시장과 다른 모습이다. 각종 유튜브에 등장하며 화제의 맛집으로 떠오른 ‘옥경이네건생선’과 어묵으로 유명한 ‘산전’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중앙시장은 본래 식료품을 파는 가게만 가득했다. 9년 전 옥경이네를 필두로 시장에 외식 업종 가게들이 진출했다. 올해 초 유튜버와 SNS 인플루언서가 중앙시장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시장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쌀가게들이 모여 있는 ‘싸전거리’가 나타난다. 겉만 보면 쌀가게가 모여 있는 허름한 골목이다. 싸전거리의 진면목은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야 나온다. 쌀가게 사이로 ‘힙’한 카페와 식당 그리고 칵테일 바 등이 들어서 있다. 점집으로 외관을 꾸민 ‘주신당’과 알곤이칼국수로 유명한 ‘하니칼국수’ 앞은 대기하는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신당을 운영하는 장지호 TDTD 대표는 “외식업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신당 일대로 점점 모여들고 있다. 신당만의 독특한 색깔 덕분에 매력적인 상권이 되고 있다. 향후 을지로와 성수의 뒤를 잇는 상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당촌’과 ‘떡볶이 타운’ 이미지가 강하던 신당동이 급변하고 있다. 20대와 3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앞다퉈 찾는 ‘힙’한 상권으로 변모 중이다. 가게들이 계속 빠져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싸전거리 골목은 독특한 감성을 내세운 카페가 속속 들어오면서 MZ세대의 ‘인스타 성지’로 떠올랐다. 평범한 재래시장에 불과했던 중앙시장은 ‘미식가의 성지’로 이름을 날리며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을지로와 성수동에 버금가는 ‘힙당동’으로 변신하는 신당동의 모습을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직접 돌아다니며 들여다봤다.

신당
신당동은 ‘떡볶이 타운’으로 널리 알려졌다. (윤관식 기자)
대형 뮤지컬 공연이 매일 열리는 충무아트센터는 신당 상권 일대에 유동인구를 유입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윤관식 기자)
▶떡볶이·무당촌 이미지는 잊어라

▷중앙시장·싸전거리 힙당동 등극

신당동 상권은 크게 4곳으로 나뉜다. 충무아트센터 뒤로 펼쳐진 ‘패션거리’, 떡볶이 타운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상점가,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배후지 상권 그리고 서울중앙시장 상권이다.

패션거리는 동대문 시장 일대와 연결된 지역이다. 낮이 아닌 새벽에 장사를 하는 패션 도매상가 특성상 가게 대부분이 새벽과 아침에 영업을 한다. 주 고객은 새벽과 아침에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매상가 직원이다. 일반적인 상점가라기보다는 특수 상권에 가깝다. 동대문 도매상가 상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동대문엽기떡볶이’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패션거리를 지나 중부소방서를 지나면 먹거리 상점가가 나온다. 1970년대 후반부터 조성된 ‘신당동 떡볶이 타운’을 중심으로 가게들이 몰려 있다. 과거부터 이름을 날린 떡볶이 타운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기세가 한풀 꺾였다. 최근에는 ‘은화계’ ‘백송’ ‘미국식’ 등 새로운 맛집이 등장하며 상권 매출을 이끌고 있다.

먹거리 상점가 옆에 위치한 배후지 상권은 타 상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알찬’ 상권으로 꼽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이 근처에 있어 배후 수요가 탄탄한 덕분이다. 곱창 요리로 유명한 ‘연해장’과 맑은 순댓국으로 잘 알려진 ‘영남 순대국’ 등이 상권을 대표하는 가게다.

앞선 3개 상권이 ‘과거’ 신당동을 대표한다면, 지금 신당동 일대를 ‘힙당동’으로 만드는 곳은 바로 중앙시장 일대다.

서울중앙시장은 현재 신당동의 ‘부흥’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시장은 원래 평범한 재래시장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핫’하고 ‘힙’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1월부터 ‘성시경의 먹을텐데’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피식대학’ 등 파급력이 큰 대형 유튜버들이 중앙시장을 연달아 방문하면서 젊은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등장한 옥경이네건생선, 산전 등의 가게는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등극했다. 임옥경 옥경이네건생선 대표는 “올해 1월 유튜브와 SNS에 중앙시장이 많이 소개됐다. 본래도 손님이 많은 편이었지만, 유튜브 노출 이후 젊은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한다. 주요 방문객 연령층이 낮아지며 자연스레 시장 내 기존 점포들도 탈바꿈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운영해오던 가게를 리모델링해 식당이나 술집으로 새롭게 개점했다. 말끔하게 정리한 가게들이 다시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재방문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중앙시장 옆에 붙어 있는 ‘싸전거리’ 일대도 젊은 고객이 북적대기는 마찬가지다. 싸전거리 골목은 신당역 12번 출구와 중앙시장 사이에 있는 골목길이다. 본래 해당 골목은 말 그대로 ‘쌀가게’들이 모여 있는 작은 골목에 불과했다. 쌀가게가 떠난 자리를 ‘힙’한 가게들이 메우면서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 베이커리 카페 ‘심세정’이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칵테일바 ‘주신당’, 식당 ‘하니칼국수’ 등 신당동 대표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이어 비건 식당 ‘카키’, 미국식 마트 ‘핍스마켓’, 떡볶이 전문점 ‘토보키’ 등 가게도 추가로 문을 열었다. 심세정 관계자는 “쌀집과 가구가게만 있던 거리에 심세정이 들어왔고, 이후 로컬 브랜드들(개인 가게)이 생겨났다. 이후 요식업 종사자의 유입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시장은 SNS 핫플로 떠오르면서 젊은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윤관식 기자)
▶젊은 소비자 모으는 중앙시장

▷폭발적인 성장세 보여

중앙시장과 싸전거리 일대 상권 성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신당동 중앙시장 상권의 올해 2분기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264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점포당 월평균 매출 건수는 701건에 달했다.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유동인구 수 역시 올해 들어 급증했다. 올해 2분기 중앙시장 상권의 1㏊당 유동인구 밀도는 22만3321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만3075명이 늘었다. 자치구인 중구(4만7546명)와 서울시(3만6608명)의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2분기 일평균 유동인구 수는 1만7287명으로 서울 시내 A급 상권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상권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업종은 단연 ‘외식업’이다. 서비스업과 소매업 업종 가게는 올해 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외식 업종 가게 수는 꾸준히 증가세다. 외식 업종이 잘나가는 비결에는 소비력을 갖춘 젊은 세대가 자리한다. 중앙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는 30대(26.1%)와 20대(13.3%)다.

유동인구와 매출은 늘어나는데 임대료는 저렴하다. 중앙시장 상권 1층 임대료는 1평(3.3㎡)당 14만4120원에 그친다. 중구 지역 일대 임대료는 25만3968원이다. 주변 지역에 비해 시세가 2배 정도 저렴하다는 뜻이다.

“시장 안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보니 주변 지역에 비해 부담이 적다. 비용 마련이 어려운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가게를 내려고 한다. 실제로 가게를 알아보는 젊은 상인들 방문이 잦다. 다만, 가게를 오랫동안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가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임종욱 서울중앙시장 상인회장의 전언이다.

다만, 중앙시장 상권과 달리 다른 3곳의 상권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중앙시장 상권을 제외한 다른 상권의 2022년 2분기 월평균 매출액은 405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0만원이나 하락했다. 중구와 서울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당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중앙시장 상권과 나머지 상권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중앙시장과 싸전거리의 경우 권리금이 수천만원 가까이 올랐는데도 매물이 씨가 말랐다. 문의도 계속 들어온다. 반면 다른 상권에 대해서는 문의가 비교적 적다”고 들려줬다.

심세정 베이커리는 싸전거리 일대를 ‘힙’한 지역으로 바꾼 곳으로 손꼽힌다(윤관식 기자)
▶신당 상권 추후 전망은

▷교통·배후인구 모두 좋다

부동산 현장 관계자들은 신당동 상권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이 편리해 유동인구 유입이 쉽고, 왕십리·청구 등 인근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다. 유동인구와 배후 단지를 모두 갖춰 잠재력이 높다는 것. 여기에 더해 신당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더해지면 을지로와 성수동에 버금가는 상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근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신당동 일대 상권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정점이 아니다. 신당 상권의 강점은 교통과 입지 조건이다. 2·6호선이 만나는 지하철역이 바로 앞에 있다. 서울 주요 관광지인 동대문과도 가깝다. 걸어서 청계천도 갈 수 있다. 충무아트센터에서는 매일 대형 뮤지컬 공연이 열린다. 상권에 인구가 유입할 요인이 많다. 성수동도 서울숲과 연결되면서 상권 전체가 살아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당동도 인근 볼거리와 연계해 ‘가는 김에’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상권이지만 배후인구 수요가 신도시 상권 못지않게 탄탄한 것도 강점이다. 신당역 주변으로 두산위브더제니스, 리마크빌 등 대형 오피스텔과 대형 아파트 단지인 롯데캐슬베네치아가 들어서 있다. 신당역 옆 2호선 상왕십리역에는 왕십리텐즈힐, 센트라스 등 대형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다. 신당역 남쪽 청구역과 북쪽 동묘역 일대에 거주하는 인구수도 상당하다. 배후 수요가 탄탄한 덕분에 주중·주말 매출이 모두 골고루 나오는 ‘복합 상권’ 성향을 띤다. 서동석 심세정 베이커리 대표는 “평일에는 주로 직장인이 많고, 주말에는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을 보고 나온 손님이 많다. 인근에 사는 분이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다. 늘 손님으로 북적댄다는 의미다. 주말에는 오후 3~4시면 준비해둔 재료가 모두 소진된다”고 말했다.

자치구인 중구청이 신당동 일대 개발 규제 해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중구청은 현재 신당역을 관통하는 퇴계로 일대 건물 높이 제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5층 미만이었던 대로변 높이 규제를 다산로변은 최고 17층, 신당역 인근 퇴계로변은 최고 21층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퇴계로 일대 개발 제한이 풀리면 신당역 상권 개발도 탄력을 받게 된다.

신당동 특색을 살려 상권을 개발한다면 을지로·성수에 버금가는 ‘레트로’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신당동은 역사가 오래된 동네다. 동네가 품고 있는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오래된 건물 하나하나가 특색이 있다. 신당동만의 매력을 어떻게 살리는지에 따라 상권의 색깔이 달라진다고 본다. 레트로 분위기를 잘 살리면 을지로처럼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장지호 대표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5호 (2022.11.23~2022.1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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