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가구 미니 신도시로…시장 분위기는 잠잠

2022. 11.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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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재건축 윤곽 나온 목동신시가지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2단지. (윤관식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목동역 3번 출구로 나오면 ‘木’이라는 글자와 함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목동신시가지7단지다. 7단지는 목동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층으로 구성돼 대지지분은 저층 단지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목동역과 맞닿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목동 재건축 단지에 좋은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는 목동1~3단지 종상향과 함께 전반적인 재건축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목동 재건축 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는다.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목동 일대는 예상보다 잠잠한 분위기였다.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심의 통과는 반가운 일이지만 매도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수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도 있고 목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없어 거래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총 1~14단지로 구성된 목동신시가지는 모두 1985년에서 1988년 사이 지어진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다. 모두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었다.

2014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맞아 목동신시가지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서울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 중 하나였다. 탄탄한 학군부터 시작해 넓은 대지지분에 따른 높은 사업성 등이 인기를 끈 이유였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에 필요한 안전진단이 강화되면서 목동 재건축 단지 인기는 조금씩 시들해졌다.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의 영향으로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소 시장이 침체된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목동 재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목동신시가지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큰 그림 나온 목동 재건축

▷2만6000가구 → 5만3000가구로

지난 11월 9일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목동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계획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지구단위계획이란 정비사업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계획안이 확정·고시되면 각 단지 조합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건축 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따라 목동 아파트 일대 436만8463㎡에 최고 35층 약 5만3000가구가 들어선다. 현재 목동신시가지1~14단지가 총 2만6629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2배 늘어난다.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 조성된 목동신시가지는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다. 아파트 노후화와 주차난 등으로 주민의 재건축 요구가 커지자 서울시는 2016년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서울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확보를 조건으로 목동아파트1~3단지를 현재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4~14단지와 같이 제3종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용도지역 변경안을 가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시는 목동 아파트 14개 단지를 각각 별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단지별로 재건축 정비계획(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창의적인 건축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용적률은 현재 평균 130%대에서 최대 300%까지 허용한다.

또한 보행자가 다니는 가로변에는 중·저층을 배치하고 역세권과 연접한 단지는 상업·업무·주거 복합 기능을 도입한다. 기존 아파트 단지로 가로막혀 있던 시가지 가로와 신설 단지를 잇는 공공보행통로를 만들고, 보행통로를 중심으로 인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통해 주변 시가지와 조화되는 통합적인 공간 구조를 마련했다”며 “단지와 가로를 막던 완충녹지가 경관녹지로 바뀌고 안양천과 연계를 고려해 보행 친화적 녹지 축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정비사업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계획안 재열람 후 확정 고시되면 각 정비사업 조합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아직은 조용…가격은 하락세

통상적으로 재건축 가이드라인 수립과 같은 굵직한 호재가 발생하면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동 재건축 시장은 여전히 잠잠한 분위기다. 집주인들이 매물 호가를 올리거나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모습 등은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택 시장 침체 영향이 크다. 올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시장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극심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대부분 단지는 거래가 실종됐다.

토지거래허가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지난해 4월 27일 서울시가 목동 아파트 14개 단지를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지지분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매입 후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월세로 임대할 수도 없다. 즉 투자 목적으로 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목동 분위기를 보여주는 여러 사례가 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101㎡(10층) 물건이 경매로 나왔다. 감정 가격은 26억2000만원에 책정됐지만 벌써 2차례 유찰됐다. 목동신시가지5단지 95㎡(2층)도 감정가는 23억4000만원이었지만 1차례 유찰돼 20% 깎인 18억7200만원을 최저가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매매 거래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19년까지만 해도 총 1126건 거래가 이뤄졌는데 2020년 735건, 지난해 385건으로 점차 줄더니 올해 들어서는 70건(10월 기준)에 그쳤다.

거래량이 줄어드니 호가 역시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66㎡의 경우 올해 9월 19억2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 나온 매물은 18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됐다. 일부 집주인은 파격적으로 16억원에 매물을 내놓기도 했다.

목동신시가지6단지 역시 비슷하다. 전용 47㎡가 지난해 8월 15억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는데 올해 9월 14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나온 매물은 12억5000만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됐다.

다만 집값 흐름과 별개로 주민들은 이번 서울시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목동신시가지는 주차난으로 악명이 높다.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은 재건축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목동신시가지1~14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6단지다. 2020년 6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나머지 13개 단지는 여전히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다. 9·11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으며 이를 본 나머지 단지는 서류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 확정과 함께 나머지 단지들도 안전진단을 곧 통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목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관련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으며 이번 심의 통과를 계기로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도 “시장이 워낙 침체된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5호 (2022.11.23~2022.1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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