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의리파” vs “노예계약”…흔들리는 ‘후크 선장’ 권진영의 진짜 얼굴

박정선 2022. 11. 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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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정산 공개해 달라"...이승기 소속사에 내용증명 발송
권진영 대표 "책임져야 할 부분 확인되면 회피 않을 것"
이승기 발탁한 '스승' 이선희 책임론도

엔터 업계에서 ‘후크 선장’이라 불리며 20년간 후크 엔터테인먼트를 이끈 권진영 대표가 휘청이고 있다. 최근 들어 소속사를 둘러싼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그간 그와 ‘믿음’으로 함께 하던 연예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신호가 켜지면서다.


ⓒ뉴시스

시작은 배우 박민영이었다. 지난해 12월 초록뱀미디어와 합병하고, 박민영과 전속계약을 맺은 게 '독'이 됐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10일 서울 청담동의 후크 사옥을 5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권 대표를 포함해 일부 임원의 횡령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박민영의 전 연인으로 알려진 강종현 씨 등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사 경영진 횡령 혐의를 포착해 인바이오젠과 비덴트, 버킷스튜디오를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이다. 때문에 강씨 수사 여파가 후크 엔터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강씨가 원영식 초록뱀미디어 회장과도 얽혀 있는 만큼, 자회사 후크가 수사대상에 포함된 것이라는 추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 배우인 이승기와의 분쟁도 불거졌다. 이승기는 최근 ‘정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후크 엔터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디스패치가 공개한 음원료 정산 청구 내용증명에 따르면, 이승기는 지난 18년간 총 137곡을 발표하고 올해 9월까지의 음원 수익은 9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그간 이승기가 음원 정산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련해 권 대표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추후 후크 엔터테인먼트나 저 개인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명확히 확인되면, 물러서거나 회피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사실 여부를 떠나 18년 동안 몸담으며 후크 엔터의 상징적 역을 한 이승기와 관련 부정적 이슈가 나왔다는 자체가 당혹스럽다는 의견이다. 권 대표가 그간 보여 온 행적은 업계 안팎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는 이선희, 이승기를 시작으로 살림을 꾸렸고 이후 이서진까지 영입하면서 2002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인 3명을 데리고 영업수익 159억원의 기획사로 성장시키면서 업계의 전설처럼 불렸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코스닥 상장사 초록뱀미디어에 합병되면서 기업 가치를 입증했다. 당시 권 대표는 후크 주식 100%를 초록뱀미디어에 440억원에 양도하고, 본인 지분의 38%에 해당하는 167억원의 주식을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증여해 크게 화제가 됐다. 1인 평균값으로 계산하면 약 7억원에 달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주위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나름 성공한 자리에 서기까지는 저만 잘해서 된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서울경제) “우린(소속사) 이승기를 믿었고, 이승기는 우릴 믿었다. 시너지가 제대로 나오는 것 같다. 이승기의 화력에 우리도 놀랐다”(스타뉴스) “힘들 때나 즐거울 때 함께 동고동락한 후크 직원들 모두를 내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수의 인터뷰 기사들에서 권 대표는 소속사 연예인을 가족처럼 여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왔다. 이승기 역시 그런 권 대표를 믿고 따랐고, 업계에서도 권 대표는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업무 방식으로 여장부 소리를 들으며 업계 인사들 사이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꼽혀왔고, 소속 연예인들에게는 ‘의리파’로 불렸다.


“…권진영 대표님이 제가 음원 관련 내용증명 보낸 걸로 화가 많이 나셔서 본인 이름과 인생을 걸고 절 기필코 죽여버리겠다고 하셨다는 걸. 정산서는 1년 동안 반응이 없으셔서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취한 행동인데 어떻게 그런 협박을 하시는지. 37살 열심히 일하며 사는 제가 왜 18살 고등학생처럼 욕을 먹으며 주눅 들어야 하는지 참담합니다.”(디스패치)


권 대표와 이승기의 갈등은 ‘가스라이팅’ ‘노예계약’ 등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간 업계에선 공공연히 ‘네 앨범 제작에 쓴 돈이 얼마인지 아느냐’ ‘제작비 빼면 남는 것도 없다’ ‘넌 마이너스 가수다’라면서 가스라이팅을 해온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가수들은 자신이 번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애초에 얼마를 버는 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허다하다.


이승기의 ‘스승’으로 알려진 이선희 역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애초에 이승기를 발굴한 것도, 후크 엔터와의 시작에도 이선희가 있었다. 후크 엔터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이선희는 아끼던 제자 이승기가 18년간 정산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이선희의 앨범 피처링 가수를 이승기가 추천해줄 정도로 두 사람은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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