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는 투표 금지”… 대만 지방선거 논란

권지혜 2022. 11. 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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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오는 26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금지한다고 밝혀 논쟁이 일고 있다.

대만 당국은 현재 감염 추세대로라면 약 7만5000명의 유권자가 투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우어링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 사무총장은 "정부가 인용한 어떠한 법률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헌법에 보장된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를 막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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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당국 “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한 조치”
전체 1900만 유권자 중 7만5000명 투표 제한 추산
장제스 초대 총통 증손자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선두
오는 26일 지방선거를 치르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한 건물에 지난 14일 선거 포스터가 붙어 있는 모습. 대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타이베이를 비롯한 2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을 선출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이 오는 26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금지한다고 밝혀 논쟁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로 전체 1900만여 유권자 중 약 7만5000명이 투표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된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전날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확진자의 투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200만 대만달러(8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가급적 투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대만 중앙 전염병 지휘센터 관계자는 “투표 금지는 전염병 예방 관련 법률에 부합하며 일반 대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대만 당국은 현재 감염 추세대로라면 약 7만5000명의 유권자가 투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일주일간 대만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2만9000명으로 하루 평균 1만84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만에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5일 동안 자택 격리를 한 뒤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5일 격리 방침에 따라 21일 이후 확진된 사람은 투표일인 26일까지 격리해야 한다. 이들 중 투표권이 없는 20세 미만을 제외한 인원이 7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대만에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치우어링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 사무총장은 “정부가 인용한 어떠한 법률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헌법에 보장된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를 막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 당국의 결정은 모든 시민이 선거에서 투표하고 선출될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2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건국기념일(쌍십절) 경축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차이이원 총통. AFP연합뉴스

4년마다 치러지는 대만 지방선거에선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2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을 선출한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22개 광역지자체 중 15곳을 야당인 국민당에 내주고 6곳에서만 이기는 참패를 당했다. 대만 남부 최대 도시로 20년간 민진당 불패 지역이었던 가오슝에서도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민진당 천치마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대만 독립, 탈원전 등 대표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은 차이잉원 총통은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했다.

2024년 1월 예정된 차기 총통 선거의 전초전인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집권 민진당은 열세를 보이고 있다. 민진당이 선거에서 또 다시 참패하면 차이 총통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대중국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타이베이 시장 선거는 장제스 초대 총통의 증손자 대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 공표된 대만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장제스 증손자인 국민당의 장완안 후보가 37.8%로 1위에 올랐고 민진당 천스중 후보는 30.4%로 2위였다. 장 후보는 타이베이를 지역구로 하는 입법위원(국회의원)에서 사퇴하며 시장 선거에 올인하고 있고 천 후보는 올해 초까지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장제스는 경제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국부라는 평가와 함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건너오기 전부터 대만 섬에 거주하던 본성인들을 억압한 독재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하면 장제스 지우기가 추진되고 양안 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이 집권하면 장제스 띄우기가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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