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이즈 현재와 선우와 보낸 어느 오후
Q : 곧 데뷔 5주년이에요.
A : 5년이라는 시간이 참 짧게, 어떻게 생각하면 길게도 느껴져요. 좋았던 순간도 많았고, 힘든 순간도 많았던 것 같은데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았죠.
Q : 두 번의 서바이벌을 겪었고, 코로나19로 데뷔 후 절반의 시간은 팬들이 보이지 않는 무대에 올랐어요. 더보이즈의 5년은 다사다난했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A :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요. 지금 문득 생각나는 건 더보이즈라는 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예요. 왜인지 모르겠는데, 사실 그땐 ‘이게 무슨 이름이지?’ 싶었어요.
Q : 그건 어떤 의미죠?(웃음)
A : 처음엔 ‘그게 뭐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더보이즈라는 이름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보이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거예요.
Q : 그렇게 데뷔한 소년들은 올해 해외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고 돌아온 어엿한 아티스트가 됐어요.
A : 꿈 같아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에 계신 팬분들을 못 만나는 게 당연하게 생각됐거든요. 투어 초반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끝나갈수록 아쉬운 마음이 커졌어요.
Q : 서울 앙코르 콘서트도 의미가 깊은 공연으로 남았어요.
A : 저희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지 잘 몰랐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팬분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 체감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죠. 오프닝 시작하자마자 꽉 채워진 관객석을 보고야 실감이 났어요. ‘지금까지 달려온 게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더비분들도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셨구나’ 하고.
Q : 스스로 얼마큼 올라왔는지 보이기도 했을 테고요.
A : 사실 그동안은 스스로를 낮춰서 생각하는 게 컸어요. “우린 아직 한참 멀었고,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 이런 말들을 계속하면서요. 겸손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게 단순히 겸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Q :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A :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온 시간이 길다 보니까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어딜 가도 당당한 모습보다는 자꾸 숨는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 이게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저희를 높게 평가해주시는 팬분들도 계시니까 앞으로는 자신 있게 행동하려고 해요.
Q : ‘BE YOUR OWN KING’ 인터뷰에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더보이즈의 현재로서 내 몫을 잘하고 있는가.” 지금의 현재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어요.
A : 저도 그렇고 멤버 모두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더 잘하고 싶고 더 멋있고 싶고, 또 더 잘되고 싶죠. 마음처럼 안 될 때도 있지만, 결국 잘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Q : 무대 위에서의 모습도 냉철하게 바라봐요. 좀 더 무대에 몰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죠.
A : 스스로한테 냉정한 편이에요. 좋은 부분보다는 부족한 부분만 항상 보여요. 저는 팬분들께도 물어봐요. 솔직하게 어떤 점이 부족한 것 같은지 알려달라고요. 멤버들끼리도 서로 어떤 점이 장점이고, 부족한지 솔직하게 말해주고요. 덕분에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Q : 스스로 엄격하게만 바라보는 게 힘에 부치진 않아요?
A : 말씀하신 대로 지쳐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덕분에 성격도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는 혼자서만 다독였었거든요. 이제는 어머니한테도 고민을 이야기하고, 멤버들, 회사 분들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독여져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 같아요.
Q : 그런 순간도 필요하죠. 어머니와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가봐요.
A : 많이 해요. 적으면 이틀에 한 번? 엄마에게는 아들이 최고니까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예전에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워서 안 들으려고 했는데, 필요하더라고요. 너무 감사해요.
Q :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해보죠.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요?
A : 음… 항상 신인인 것처럼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 연차가 쌓였다고 초심을 잃어가는 걸 경계해요. 그게 멋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 마음은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Q : 팬들에게도 솔직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편해졌다는 거겠죠? 세팅하기 전의 곱슬머리를 언젠가부터 보여주기 시작한 것도요.
A : 팬분들은 제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주시는 걸 알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날것의 모습도요.(웃음)
Q :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요?
A : 더보이즈로서, 제 개인으로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무엇보다 누가 봐도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고 느낄 수 있는 앨범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지금 가장 바라는 거예요.
Q : 벌써 12월이에요. 올해는 어떤 해였나요?
A : 작년 연말에도 팬 콘서트를 했었는데, 1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내년에는 더 열심히, 후회 없이 보내고 싶어요. 이번 투어를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또 한 번 다짐했어요. 저희는 이제 시작이에요.
Q : 어제 지니뮤직어워드에서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받았죠.
A : 사실 그 상이 제겐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잘해서 받는 상이 아니라, 이 상을 받음으로써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나 채찍 같은? 그래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필요했어요.
Q : 그러기엔 올해 더보이즈는 일곱 번째 미니 앨범 활동과 해외 투어, 체조 경기장 입성이라는 기록을 세웠어요.
A : 아직까지도 어안이 좀 벙벙해요. 체조 경기장을 채웠다는 건 상징적이잖아요. 코로나19로 오랫동안 팬분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모든 게 와닿지 않았어요. ‘뭐지? 왜 우리가 1등을 하지?’ 싶었는데 그 공연으로 현실로 체감되는 듯해서. 아, 지금도 꿈 같아요.
Q : 콘서트 소감을 통해서도 표현하더라고요.
A : 체력적으로 힘든 건 전혀 상관없어요. 근데 제자리에 멈춰 있다거나 뒤로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힘들어요. 저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어느 순간엔 무너지는 것 같았죠. 그때 팬분들을 보면서 ‘잘하고 있었구나’ 생각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무너지지 않게 계속 옆에 있어달라고 아양 떤 거죠.(웃음)
Q : 미니 앨범 7집의 수록곡 ‘Survive The Night’의 가사를 썼죠. 투어 중에 쓴 거라면서요?
A : 투어를 갔던 어느 날 밤, 창가에 기대 앉아 있었어요. 밤마다 생각이 깊어지던 때였는데, 그런 제 모습을 적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썼어요. 원래 가사를 쓰기로 돼 있던 곡이 아니었는데도요. 제목이 말 그대로 밤 속에서 살아남는 거잖아요. 생각에 깊이 빠져 추락하고 있는 날 제발 나타나서 구해달라는 마음을 오롯이 담았어요.
Q : 그렇게 분출하고 나면 확실히 해소가 되죠?
A : 그렇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저는 불안함을 느끼거든요. 그런 불안함은 가사를 쓰면서 해소돼요. 치열하게 작업해서 만든 결과물을 보여드린 거니까 한결 편해져요. 쓸 때는 어려워도.
Q :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대해 말해왔어요. 여전히 선우의 연료는 열등감인가요?
A : 열등감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아요. 누군가를 보고 열등감을 느끼며 움직였다면, 지금은 저만 바라보며 하고 있어요.
Q : 그런 글을 봤어요. 이제 선우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것 같다고.
A : 오, 맞아요. 정확한 거 같아요.
Q : 지금 선우가 목표로 하는 건 뭔가요?
A : 너무 멀리 있는 허상 같은 목표는 싫어요. 그럼 실제로 이뤄나가는 것이 많은데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감정만 남더라고요.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싶어요.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다음 컴백을 잘하는 것. 그다음은 개인적으로도 좋은 곡을 만들어 증명해 보이는 것. 제가 가진 게 있는 사람이라면, 반응은 언제든지 올 거라고 생각해요.
Q : ‘증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네요.
A :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만 하고 끝낼 수가 없거든요. 그런 마음으론 뭘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년에 더 잘해봐야죠.
Q : 사운드클라우드엔 개인 작업도 활발히 올라와요. 결과물로 증명하겠다는 선우의 야심도, 더보이즈 선우와는 다른 결의 화자가 보여요.
A : 맞아요. 더보이즈의 음악과 제 노래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대신 ‘더보이즈의 선우니까 이 정도만 해도 좋아해주겠지’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더보이즈 앨범도 지금까진 작사만 해왔지만 언젠가 작곡, 작사 모두한 곡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 개인적인 음악 취향이나 추구하고 싶은 음악 방향은요?
A : 솔직히 저는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발라드도 할 수 있고, 일렉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수도, 진짜 센 랩을 할 수도 있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더보이즈로서 하는 활동이 많은 도움이 돼요.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Q : 요즘은 어떤 음악 들어요?
A : DPR IAN. DPR 크루를 너무 좋아해요.
Q : 프라이빗 메시지로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환승 팬덤’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진지한 고민도 나눠요. 선우에게 더비는 어떤 존재인가요?
A : 어느 정도의 감정은 솔직하게 공유해요. 팬분들도 현실적인 피드백을 주시고, 괜찮다고 응원도 해주세요. 물론 그런 말을 들으려고 일부러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많은 힘이 돼요. 팬분들은 저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주신다는 걸 느끼죠. 제가 몰랐던 모습을 발견해주시기도 하고요. ‘나 진짜 멋있는 사람인가?’ 착각까지 들 정도로요. 너무 감사한 존재예요.
Q : 앞으로 그리는 더비와의 이상적인 관계는요?
A : 서로를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면 좋겠어요. 친구처럼 친근하게 지내면서 서로 존중하는 사이가 되길 바라요.
Q : 팬 콘서트로 더비를 만날 예정이에요. 팬들을 위해 스포 하나 해준다면?
A : 더비분들이 진짜 좋아하시는 거 있거든요.
Q : 노래 말인가요?
A : 네, 노래. 그거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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