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대통령의 소통의지, 과거로 회귀해선 안된다

최일권 2022. 11. 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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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중 소통에 가장 많이 나선 대통령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에 보다 적극 나서겠다고 하나같이 약속했고, 직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를 비교대상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20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벗어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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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재임중 소통에 가장 많이 나선 대통령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이들은 재임 동안 각각 약 150번 직접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여 회에 걸쳐 직접 카메라 앞에서 현안을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보다 적은 16회였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카운트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19회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최고권력자가 기자회견을 얼마나 자주 갖냐는 정권의 국민소통 빈도를 결정짓는 바로미터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에 보다 적극 나서겠다고 하나같이 약속했고, 직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를 비교대상으로 제시했다. 그보다는 자주 소통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문제가 불거질 당시 기자회견을 갖고도 발표문 낭독 외에 질문을 받지 않아 비판을 자초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 대신 한 방송사 앵커와의 대담으로 회견을 가름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껄끄러운 질문을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실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소통문제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출입기자들과의 소통창구인 출근길 질답(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 것이다. 최근 한 방송사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부터 소속 방송사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고성 설전이 이어진 후 내린 결정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 1층 로비의 대통령과 기자단이 만나는 자리에는 전체를 가리는 합판 가림막이 설치됐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 배경으로 ‘불미스러운 사태’를 들었다. 기자와 비서관 사이 공개설전이 질답을 중단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출근길 질답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의지와는 반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20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벗어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라고 했다. 물리적 공간이 문제냐라는 지적에는 "소통의 의지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가장 큰 이유가 도어스테핑"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고권력자 발언의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이 매일 언론을 만나는 것은 파격에 가깝다. 아침 출근길마다 사전 정보 없이 던져지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준비하는 물리적, 심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이어온 것은 ‘정치 초보’로 평소 품었던 ‘소통 철학’의 상징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를 구실로 아예 소통창구를 닫는 것은 ‘그동안 닫을 기회만 노렸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 "모든 조직화된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언론 자유에 따른 책임은 여론 기능에 맡기면 된다. 우리 사회에 자정 능력은 있다고 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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