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접지불제, 어업 협동문화 초석 되길

2022. 11. 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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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어선원의 임금체계는 통상 보합제(步合制)로 운영됐다.

이른바 '짓가림제'라고도 불리는 보합제는 임금 지급 방식의 하나로, 어업 활동을 통해 얻은 경영수익을 경영주(선주)와 근로자(어선원) 간 협의를 통해 배분·지급하는 것이다.

현행 수산공익직불제에서는 어업의 임금체계가 통상 보합제인 점이 고려되지 못해 근로급여를 받는다는 이유로 어선원은 직불제 대상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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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우리나라 어선원의 임금체계는 통상 보합제(步合制)로 운영됐다. 이른바 ‘짓가림제’라고도 불리는 보합제는 임금 지급 방식의 하나로, 어업 활동을 통해 얻은 경영수익을 경영주(선주)와 근로자(어선원) 간 협의를 통해 배분·지급하는 것이다. 즉 어획물을 통해 얻게 된 수익을 선주와 선장·어선원들이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지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어업에 있어 보합제는 장단점이 있다. 물고기가 많이 잡혀 높은 수익을 얻게 되면 조업 현장은 축제 분위기다. 수익이 높은 만큼 자신의 임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값나가는 제철 어종을 잔뜩 잡아 만선을 이루고 육지에 도착하면 선주는 두둑한 월급봉투를 어선원에게 쥐여 준다. 그러나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조업 경쟁이 심화하는 지금의 시기에 보합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공동의 노력을 통해 개인 각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일이 능숙하지 못한 어선원이 조업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목표 어획고를 채우지 못해 수익이 발생하지 못하게 되면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분업화돼 있는 조업 공정에서 한 사람으로 인해 작업 능률이 저하될 경우 때에 따라서는 동료들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업의 경우 좋은 어장을 선점하기 위해 출항 및 조업 준비도 신속해야 하고, 목표 어종을 만나게 되면 신속한 어획과 저장을 위해 능수능란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과연 이런 부분을 모두 다 간파하고 소화할 수 있는 ‘일당백의 어선원’이 몇이나 될까? 보합제는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일을 잘하는 어선원들이 함께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임금 지불 방식이다. 이런 근로 여건이 형성되지 못하면 한 배에 타는 동료들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험치가 낮은 어선원은 어업 활동에 적응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4월 시행될 ‘수산업·어촌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수산직불제법)에는 어선원을 대상으로 한 ‘어선원 직접지불제도’ 도입이 예고돼 있다. 현행 수산공익직불제에서는 어업의 임금체계가 통상 보합제인 점이 고려되지 못해 근로급여를 받는다는 이유로 어선원은 직불제 대상에서 배제됐다. 따라서 소득 불안정성이 높은 어선원을 직불금 지급 대상에 포함해 수산업의 공익기능을 증진하고자 함이 수산직불제법 개정안에 따른 어선원 직접지불제도 도입의 취지다. 향후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어선원의 소득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합제 단점을 보완해 어업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선원 직접지불제도가 어선원의 최소 소득 수준을 향상함과 동시에 숙련되지 못한 동료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업의 협동문화가 형성되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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